[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

■ 장쾌한 능선 종주길로 알려진 '충북알프스'

1999년 5월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을 하고 관광상품으로 충북 보은군에서 홍보중인 종주 코스로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부터 활목고개로 이어지는 약 44㎞의 능선을 '충북알프스'라 하며 상세 구간으로 구병산~구병산 신선대~장고개~속리산 천황봉~비로봉~문장대~관음봉~묘봉~상학봉~경북 상주시와 경계인 활목고개로 분류할 수 있다.

암릉으로 이어진 능선길이라 다소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는 길로 어지간한 체력이 아니고는 산행 다음날 뻐근한 팔다리로 출근을 감행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충분히 보상을 받고도 남을 빼어난 경관이 두 눈을 호강시켜줄 준비를 갖추고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떠나도록 하자.

도상거리로 산행을 예측하는 등산 고수들이 전하는 비법도 통하지 않으니 꼼수를 부려도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데 눈 앞의 봉우리에 다가가려면 멀찌감치 돌아가거나 밧줄에 매달려 용을 써야하는 까닭에서다. 그저 마음을 비우고 다가서는 만큼 산행은 즐거워짐을 잊지 말고 다가서는 게 나을 듯하다.

■ 궂은 날만 골라 산행하는게 취미인 사람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산행대장을 맡은 김석렬(47)씨의 대답에는 무어라 딱히 핑계거릴 찾지 못하겠으니 알아서 해석하란 투가 섞여있는 듯하다. 지난 봄 지리산 둘레길 산행에도 똑같은 날씨였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라곤 번개를 동반하고 있다는 것밖에 달라진 점이 보이질 않는다.

활목고개에 도착해서 준비운동을 마칠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산행하기 좋은 적당히 흐린 날이었다. 숨을 헐떡일 기회조차 주지않은채 앞서 가던 산행대장을 뒤통수가 뜨거워져라 뚫어지게 쳐다보며 저주를 퍼부었을망정 날씨를 탓하지는 않았건만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몰려온 구름이 머리위에서 빗방울을 퍼붓는다.

겨우 선두의 산행대장을 따라잡고 바위에 서서 사진이라도 찍으려 폼을 잡고 있으려니 "초겨울 산행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우중산행이에요. 젖어오는 몸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저체온증으로 빠져들 수도 있고 낙엽이 젖어서 더욱 미끄러워지니까 조심들 하세요"라고 겨우 목만 돌려 설명하고 있는 산행대장에게 볼멘소리로 "워메… 날만 잡으면 비오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구려"라며 누군가가 속삭이듯 말한다. 그 말에 잠시 빗소리가 웃음소리에 묻히고 시야에는 구름 아래로 손에 잡힐듯 가까운 거리의 상학봉이 들어온다.


■ 겨울보다 위험한 초겨울 우중산행

한겨울이라면 차라리 스패츠에 아이젠을 신고 올랐겠지만 아직은 별다른 도구없이 오를만한 길이라 여기고 온 터라 비에 젖은 낙엽에 미끄러지는 일에 익숙해지는 도리밖에 없다.

사진을 찍느라 뒤처진 까닭에 서둘러 가려는데 빗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해감에 따라 이규범(53) 회장이 후미에 오던 회원들과 함께 운흥리로 하산하기로 한다. 이미 선두는 상학봉을 향해 출발한 상태인지라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며 능선길을 따르지만 젖은 낙엽으로 인해 속도가 쉽게 나질 않는다. 그런데 매봉을 지난 내리막 구간에서 앞서 가던 다른 산악회의 일행중 한 중년 여성이 잦은 헛걸음을 두어번 하더니 "악"소리와 함께 고꾸라졌다. 급하게 뛰어가 몸상태를 보니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나 발목 부상으로 산행을 계속하는데 무리가 있겠다싶어 하산을 종용, 하산시킨후 돌아서는데 산행을 그만하라고 재촉이나 하듯 억센 빗방울이 쏟아진다. 하는 수 없이 상학봉을 앞둔 능선 안부에서 운흥1리 마을회관 방향의 하산길을 따르기로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오히려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예전의 산행하던 습관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인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마음 편한 산행을 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마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지낸 시간의 결과였으리라.

급할 것도 없어 천천히 내려오던 길에 바라본 늦가을의 정취와 눌러쓴 모자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가는 걸음을 더욱 더디게 하고 가슴 한가득 담겨오는 싱그런 산내음이 온 몸을 휘감기에 조용히 산노래 한소절을 읊조려 본다.

운흥1리 미을회관을 지나치는 마을길에 접어들어 뒤돌아 상학봉과 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바라보니 능선 아래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하는 장관에 산행을 마치는 아쉬움이 눈녹듯 사라지고 그저 안전하게 산행을 마쳤음에 안도하며 일행을 찾아 나선다.


※ 산행 안내

■ 등산로

활목고개~미남봉~매봉~상학봉~치마바윗골~운흥1리 (5시간30분)

운흥1리~사지매기골~상학봉~묘봉~북가치~운흥2리 (7시간)

운흥1리~사지매기골~상학봉~묘봉~북가치~절골삼거리~운흥1리(6시간)

■ 교통

경부고속도로~청원·상주간고속도로~보은IC~보은읍~봉계삼거리~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운흥리

■ 상학봉~묘봉 산행정보

일반적인 산행코스로는 운흥1리에서 출발하여 사지매기골을 통해 능선으로 오른 후 토끼봉을 지나 상학봉을 경유하여 묘봉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가장 대표적이나 산행시간만 7시간 가까이 소요되며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은 곳이다.

중간에 식수를 구할 곳이 전무하여 산행전 식수를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을철 산행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상학봉부터 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900여m를 넘지않는 6개의 암봉이 늘어서서 마치 도봉산을 산행하는 느낌을 받을 만큼 시선을 압도하는 장관이 연출되는 곳이나 현재 산불방지와 등산객의 안전산행을 위해 입산통제를 받는 구간이 묘봉~북가치 구간이므로 2010년 2월 28일까지는 출입하여서는 안되며 입산통제 구간 이용시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산행코스를 정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