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경제협력 대가로 국민들의 대일본 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킨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조항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받게됐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에서 받아오지 못한 `미불임금'을 돌려주거나 정당하게 보상해달라는 소송을 일본과 한국 법원에 잇따라 냈으나 청구권협정 조항에 걸려 번번이 패소했다.

   13일 헌재에 따르면 일제시대 강제 징용으로 부친을 여읜 이윤재씨는 개인 청구권을 소멸시킨 한일청구권협정 2조1항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규정한 헌법에 반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2조1항에는 "양 체약국은 양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부는 한국인들이 일본 기업들로부터 받지 못한 임금을 포기하는 등 양국의 과거청산 대가로 5억달러를 들여와 포항제철(현 포스코) 설립 등 경제재건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썼고 징용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씨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국가와 별도인 개인으로 하여금 가해자인 일본 정부 및 기업에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본질적 권리를 침해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 공탁소에 보관돼 있는 미불임금을 1엔당 2천원씩으로 계산해 `위로금'을 주도록 한 태평양전쟁강제동원희생자지원법 조항의 위헌 여부도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일제에서 해방된 1945년과 지금의 금값이 약 14만배의 차이가 나는데 이 같은 물가 상승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해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씨의 경우 부친이 받지 못한 일본 내 공탁금은 5천828엔이어서 정부가 정한 위로금은 1천165만원 가량인데 실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이보다 훨씬 액수가 커지게 된다.

   현재 일본에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미불임금 3억600만엔이 공탁돼 있는데 이는 공탁 당시인 1945년 직후의 액면가여서 학계 등에서는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우리 돈 3조∼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씨는 부친의 미불임금에 관한 위로금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관련법에 1엔당 2천원을 주도록 한 명문 조항이 있는 만큼 태평양전쟁강제동원희생자는 재량권이 없다는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하고 원고가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