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프로축구 최강 클럽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최다 우승(7회)팀 성남 일화가 2009 K-리그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인다.

   포항과 성남은 29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플레이오프 단판 대결을 벌인다. 이 경기 승자가 정규리그 1위 전북 현대와 다음 달 초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챔피언결정전을 벌여 올해 우승팀을 가린다.
올해 아시아프로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포항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직행, 여유 있게 일전을 준비해왔다.

   K-리그 통산 8번째 정상을 노리는 성남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준플레이오프에서 경남FC를 차례로 꺾어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두 팀 모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한 터라 이제 남은 목표는 오직 우승 뿐이다.

◇`마법사' 파리아스 vs `여우' 신태용
일단 젊은 지도자의 대표격인 세르지오 파리아스(42) 포항 감독과 신태용(39) 감독의 지략대결이 볼만하다.

   2005년 서른여덟의 나이에 포항 지휘봉을 잡은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감독은 이미 한국 프로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역대 최장수 외국인 감독, 외국인 감독 최다승 등 계속 K-리그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파리아스 감독은 2007년 K-리그를 시작으로 2008년 FA컵에 이어 올해 리그 컵대회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까지 포항에 안겼다.

   포항이 올해 K-리그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사상 처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한 시즌 3관왕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이에 맞서는 신태용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릴 만큼 선수 시절은 화려했지만, 지도자로서 경력은 보잘 것 없다. K-리그 현역 최연소 감독인데다 올해 지도자로 데뷔한 새내기다.

   하지만 사령탑 데뷔 첫해에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했다.

   특히 전남과 6강 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정성룡, 김용대를 모두 키커로 내보내는 승부수를 던지는가 하면, 전남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사샤, 조병국 등 중앙수비수의 공백에도 무실점 승리를 이끄는 등 지도자로서 성공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성남은 올해 포항을 상대로 유일하게 무패행진(2승1무.FA컵 1승 포함)을 벌이며 상대 전적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파리아스 킬러'가 됐다.

   성남은 이번 포항과 경기에 조병국이 복귀하지만 전광진이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어 중앙 수비라인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반면 포항은 전력누수가 전혀 없고,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성남에 앞선다.

   신태용 감독이 악조건 속에서 다시 `파리아스 매직'을 깨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또 너냐?..악연 끊어보자
최근 포항과 성남은 대회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자주 맞부딪쳤고, 당연히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포항은 6강 플레이오프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2007년 K-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포항은 1992년 이후 15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는데 마지막 제물이 성남이었다.

   정규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선 포항은 경남, 울산, 수원을 차례로 꺾은 뒤 정규리그 1위 성남과 챔피언결정전에서 2승(홈 3-1 승, 원정 1-0 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항은 플레이오프 제도의 최대 수혜자였다. 반면 성남은 최대 피해자였다.

   포항은 지난해 FA컵 8강에서도 성남과 맞붙었다. 포항은 안방에서 열린 대결에서 1-1로 비기고서 승부차기 끝에 8-7로 진땀승을 거뒀다. 그해 포항은 결국 FA컵 우승컵을 차지했다.

   포항은 성남을 상대로 2006년 9월23일 정규리그(3-2 승)부터 지난해까지 8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1무)을 벌였다.

   하지만 올해 신태용 감독이 부임하고는 사정이 달라졌다.

   성남은 지난 4월11일 K-리그 홈 경기에서 포항에 3-1 역전승을 거두며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씻어내더니 7월15일 2009 하나은행 FA컵 8강 무대에서 다시 2-1로 꺾었다.

   FA에서 패배로 포항은 시즌 목표를 4관왕에서 3관왕으로 수정해야 했다.

   성남은 `원정팀의 무덤'이라는 포항 스틸야드에서 지난 8월15일 치른 K-리그 경기에서도 후반 45분 몰리나의 페널티킥으로 1-1로 비기는 등 올해 포항에 한 번도 지지 않으며 새로운 천적 관계를 만들었다.

   포항이 올 시즌 리그, 리그컵대회, FA컵, AFC챔피언스리그를 막론하고 안방 불패(15승9무)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아니면 성남이 다시 제동을 걸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