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시의 젖줄인 센강 전경.
[경인일보=프랑스 파리/김태성기자]물 부족 현상은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수백년의 상·하수도 역사를 지닌 유럽 선진국들도 같은 이유로 고통받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무조건적인 개발로 물 확보량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수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통해 물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누수 방지 등 정부와 민간의 물관리 사업 등을 통해 물부족 해결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 수돗물 믿고 마시는 파리시민들… 음용률 70%대 육박… 부정적 인식개선 성과

'파리는 수돗물을 마신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수질이 나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석회 성분으로 한때 수돗물 음용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사정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난 2000년 40% 수준에 그쳤던 수돗물 음용률은 최근 70%대에 육박하는 등 수돗물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수돗물 음용인구가 늘게 된 원인은 첫번째로 물에 대한 믿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물 관리 기업이 다양하게 펼치고 있는 수질관리 사업때문에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이 개선된 상황이다.

서울의 '아리수'같이 별도의 홍보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눈과 입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돗물의 질 때문에 파리 시민들은 수돗물을 믿고 먹는다.

▲ 파리시 상수도 공급 공공기관인 '오 드 파리'에 판매되고 있는 수돗물 전용 물병. 가격은 10유로(약 1만7천500원) 이상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높은 수돗물 음용률에는 경기불황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프랑스에서는 물도 상품이기에 물 인심이 나쁘다.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물을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의 요구에 공짜물을 주는 곳도 있지만, 이는 대부분 정수조차 안된 수돗물이다.

경기가 나빠지자 파리 시민들은 지출 요소를 최대한 줄였고, 사먹는 '생수' 소비율도 감소해 자연스레 수돗물 음용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에 수돗물을 담을 수 있는 보관 물병도 시내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미 1800년대 상수도 보급이 시작된 프랑스는 현재 수십여개의 민영 기업이 상수도 관련 사업을 정부로 부터 위탁받아 수행해 오고 있다. 베올리아(Veolia)나 수에즈(Suez)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수자원과 관련한 글로벌 기업들도 이러한 자국 물관리를 통해 노하우를 쌓아나가면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파리의 경우도 현재 수에즈그룹의 자회사인 리요네즈 데 죠(Lyonnsise des eaux)가 물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는 물부족 해결은 물론,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양한 수자원 절약 기술을 발굴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해수 담수화 기술은 물론 빗물 저장장치 등을 개발하면서 수자원의 영역을 넓혀나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기후 변화 등에 따른 전세계적인 물부족 현상 발생시에도 유용하게 접목될 수자원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 파리 근교의 리요네즈 데죠의 상수도 컨트롤센터. 이곳에서는 파리의 수질 및 누수 등 물 관리의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상수도 누수율도 민간업체의 공이 크다. 민간업체들은 정부 및 지자체와의 공조를 통해 상수도관에 센서를 부착해 누수 지역을 정확히 파악, 버려지는 물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이 상수도 사업을 전담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유는 바로 수도요금. 민간기업들은 투자 비용을 이유로 수도요금을 높이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져 간 것.

이에 프랑스 최대의 소비자단체인 UFC가 프랑스 수도요금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실시하게 됐고, 민영 기업들이 생산 비용보다 높은 수도요금을 책정해 폭리를 취해 왔다는 주장을 펼치게 된다.

이는 정치 이슈화에도 성공, 현재 파리 시장인 베르트랑 들라노에(Bertrand Delanoe)는 지방선거 공약으로 수도의 공영화를 선언했고, 그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파리시의 경우 내년부터는 파리시 상수도공급 공공기관인 '오 드 파리'가 새로운 상수도 운영을 맡게 된다.

파리시는 이같은 상수도 공영성 확보가 기업의 이윤으로 충당될 부분이 상당부분 상수도에 재투자되면서, 요금 인하 효과와 더불어 상수도 수질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그동안의 민간기업의 노하우는 물론 향후에도 이들의 선진화된 기술을 인정·반영하면서 역사만큼이나 수준 높은 상수도 체계를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오 드 파리(Eau de paris)의 마티유 글래이만(Mathieu Glaymann) 국제협력팀장은 "프랑스의 경우 적합하고 풍부한 물 공급을 위해 정부, 기업, 시민단체가 서로 감시하고 노력해 왔다"며 "민간기업의 노하우와 정부의 운영을 통한 공공성 확보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앞으로도 질좋은 수돗물이 저렴한 가격에 풍부하게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인터뷰 / 마티유 글래이만 '오 드 파리' 국제협력팀장

"누수율 개선 공감대가 열쇠… 물소비 절약 시민의식 중요"

"누수율 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물 문제 해결의 지름길입니다."

프랑스 파리 상수도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기관 오 드 파리(Eau de paris)의 마티유 글래이만(Mathieu Glaymann) 국제협력팀장은 물 부족 문제 해결과 관련, '누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임을 제시했다.

글레이만 팀장은 "파리 상수도의 경우 누수 방지 기술의 지대한 발전으로 지난 1985년 조사시 누수율이 25%였던 반면 현재는 4%대에 그친다"며 "이는 세계 대도시중 최고 수준으로 파리시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한 시민들의 물 사용에 대한 의식 개선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현재 파리시의 물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핵가족화에 따른 자연적인 물소비 감소는 물론, 물의 대량 소비처인 공장 등이 지방 등으로 이전한 것도 기인한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물 소비를 줄이자는 시민들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글래이만 팀장은 "파리 시민들의 경우 페트병이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인식으로 이에 대한 사용 자제 운동도 벌이고 있다"며 "자발적인 환경 개선 노력이 물 사용을 줄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물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프랑스의 물 부족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조언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