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일본 도쿄/조영상·추성남기자]우리와 장묘관습이 비슷한 일본이지만 화장률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일본의 화장비율은 90%를 육박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2003년을 기준으로 42.1%에 머무르고 있다.

6천여개의 장의관련 회사, 도심속 공동묘지 등 선진 장례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일본의 비결은 뭘까?

▲ 도심속 공동묘지 내 한 여자고등학교.

일본은 매장을 금지하고 화장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1948년부터 '묘지 및 매장취제규칙'을 제정, 공영화장장을 전국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9년 현재 도쿄도(東京道) 내에는 1975년 하치오지(八王子)·마치다(町田) 등 5개 시가 조합을 구성, 설립한 미나미타마(南多摩) 장례식장을 비롯해 무려 23개의 화장장이 설치돼 운영중에 있다.

이들 화장장은 도내 지자체들이 설립한 것으로 각 지자체별로 자기 주민들에게 사용료 할인 및 우선권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으며, 운영 인력 또한 인근 주민들을 고용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또 화장된 유골을 보관할 수 있는 묘지를 도시주변에 설치하고 사설묘지가 아닌 공동묘지를 도시계획의 일부로 도입해 묘지의 공동화를 추진했다.

특히 주민 반발을 우려해 묘지 주변경관을 살리고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원화 묘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 도쿄 도심속 공동묘지 내에 위치한 벚꽃길. 매년 봄이면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유명한 곳이다.

도쿄도에는 특별구 내 4곳과 특별구 교외 4곳 등 8곳의 도립묘지가 조성돼 공원관리협회가 관리하고 있다. 이들 도립묘지의 특징은 좁은 땅에 보다 많은 유골을 보관할 수 있는 형태의 납골당을 조성했으며, 최근에는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자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또 묘지 내 가로수를 심고 벚꽃길을 만들어 묘지가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 같은 화장 장려 정책 속에 장의관련 회사들도 화장시설의 현대화와 엠바밍(유체 위생보전) 작업을 통해 망자(亡者)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사별자들을 위로하기 위한 모임을 결성, 이들을 위한 전문 카운슬러를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쿄공원협회 공원사업부 요코오(橫尾·39) 소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전국에 공영화장장을 건설하고 주민친화적인 정책 등을 펼친 결과, 지금의 장례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다"며 "일본의 장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복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기획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