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젊은 무슬림들은 속어나 은어를 말해서는 안되며 모자를 거꾸로 써도 안된다."
프랑스 각료가 14일 보주 샤름에서 열린 국가 정체성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져 야당 등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가족 담당 국무장관인 나딘 모라노는 "프랑스에서 사는 젊은 무슬림들은 프랑스를 사랑하기를 원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모라노는 젊은 무슬림들은 단어의 음절을 뒤집어 말하는 은어인 베를랑(verlan)을 말하거나 모자를 거꾸로 쓰는 대신 "옷을 단정하게 입고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베를랑은 음절을 뒤집어 카페(cafe)를 페카(feca)라고 말하는 은어의 일종이다.

   모라노 국무장관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측근 중 한 사람이다. 모라노는 나아가 "우리는 젊은 무슬림들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는다. 나는 젊은 무슬림의 상황을 존중한다. 그들이 프랑스를 느끼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라노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야당인 사회당과 반(反)인종차별주의 단체 등은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사회당은 사회적 갈등과 긴장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국가정체성에 관한 토론회를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베누아 아몽 사회당 대변인은 "모라노 장관의 발언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고, 아르노 몽트부르 사회당의원은 "국가정체성에 관한 토론회는 프랑스 국민을 이간시키고 문화 전쟁, 정체성 전쟁을 촉발시키는 정치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인권단체인 SOS라시즘은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우파 유권자를 결집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이민부가 주최하는 국민 대토론회는 지난달 말 시작돼 내년 1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 토론회에서는 이민자 소요사태 방지대책, 프랑스 내 무슬림 여성의 부르카 착용 금지문제, 프랑스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 등이 다뤄지고 있다.

   유럽에서 이민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에는 이슬람교도가 약 5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