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안산/김규식기자]20세기 대표적인 환경재앙으로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던 죽음의 호수 시화호. 그 시화호가 지난 세기의 오명을 떨치고 21세기 새로운 생태계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대자연의 치유가 이루어낸 극적인 변신이다.

1994년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를 잇는 12.7㎞의 방조제가 완성됐을 때 우리는 또 하나의 기적이라고 열광했다. 파헤치고 메우고 부수고 허물며 산업화 시대를 질주해온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준 대역사였기 때문이다. 넓이 56.5㎢에 저수용량 3억2천만t 규모가 대단했고 방조제 길이는 아시아 최장을 기록했다. 빈곤의 기억 때문인가. 우리는 유독 세계 최고, 아시아 최대같은 중후장대형 수식어에 열광했고, 시화호 또한 우리 국력을 가늠하는 기적적인 토목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환희가 유난했던 만큼 절망은 끔찍했다. 시화호는 곧 공단과 도시에서 쏟아내는 오물받이로 전락했고, 그림같은 담수호의 풍경은 여지없이 박살났다. 결국 시화호는 생명이 깃들 수 없는 죽음의 호수로 변했고, 시화호는 죽음으로 환경에 대한 우리의 무지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지금 시화호는 철새들의 낙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예산 투자, 환경단체의 호수 보호 노력 등으로 점차 생태계가 회복되면서 최근에는 생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시화호에는 세계적 희귀조인 검은머리갈매기 등 50여종 20만 마리가 넘는 철새가 사시사철 도래해 노닐고 있다. 시화호 주변에는 수질 개선과 함께 생태계가 복원돼 철마다 수만 마리, 매년 약 20만 마리가 넘는 철새가 찾아들고 있고 공룡알 화석 등 각종 화석류와 고대유물이 다량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 등 새로운 자연생태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러 주변 여건을 적절히 연계하고 시화호 개발지 수변지역을 원생태계로 복원해 철새보호구역 지정, 테마공원, 해양박물관, 자연학습장, 조력발전소, 항만시설 등을 자연친화적으로 건설할 경우 시화호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해안생태문화 관광도시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발과 함께 수질 등 환경이 개선되고 주변 자연환경과 전통문화가 보존될 경우 시화호는 간석지 이용과 복원의 국제적인 모델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지난 세기에 죽어 금세기에 부활한 시화호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일깨우며 뭇 생명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 생태계가 되살아나고 있는 시화호에 세계최대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시화조력발전소는 2010년 말 완공 예정이며 연간 발전량 5억5천200만kwh, 발전시설 용량 이 25만4천kwh이다.

시화호엔 생명만 깃드는 것이 아니다. 녹색에너지 산업이 환경과 공존을 시도 중이다.

대부도 방아머리 방향으로 시화방조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중간쯤 작은가리섬에는 국내 최초로 건설 중인 시화조력발전소 건설 공사현장이 나온다.


올 연말 완공예정인 시화조력발전소는 연간 발전량 5억5천200만kwh, 발전시설 용량 25만4천kwh로 현존하는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인 프랑스 랑스 발전소(24만kwh)보다 크다.

시행자인 한국수자원공사 김만기 조력사업처장은 "조력발전소가 완공돼 가동되면 연간 50만명의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는 86만 배럴의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수질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화호 남측 간석지인 대송단지 내에 신재생에너지 제조업과 R&D(연구개발) 지원 및 편의시설, 외투기업 전용단지를 내용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264만4천㎡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조력발전소와 방아머리에 3천㎾급 풍력발전소, e-science park, 시화호방조제 구간의 태양광발전소, 신재생에너지 공원, 신재생에너지 체험마을 및 에너지 테마파크가 조성되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시화호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발돋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산시는 시화호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시외곽 생활하수 차집시설에 국·도비를 포함해 총 사업비 1천272억원을 투입, 지난 2001년 3월부터 1일 14만9천t 규모 하수처리장을 증설했다.

시화 멀티테크노밸리(MTV) 조성사업도 진행 중이다. 시화호 북측 간석지 약 925만4천㎡에 조성되는 21세기형 첨단복합산업단지로 국제비즈니스 기능과 관광휴양시설을 포함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시화 MTV사업에서 공간적 범위를 시화호로 확대해 보면 시화호 남측 5천684만6천㎡의 송산그린시티와 대규모 농업용지인 대송단지, 시화방조제에는 시화조력발전소가 조성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