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으로 떠나는 기업=정부는 최근 세종시로 이전하는 기업에 싼값에 토지를 제공하고, 세금도 대폭 깎아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탈수도권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실상 세종시가 수도권 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능을 하고 있다.
경기도와 시·군은 관내 기업체의 세종시로의 이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온 삼성계열사 가운데 생산·고용유발 효과가 큰 발광다이오드(LED) 부문이 세종시 입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ED 이전이 확정되면 100여개 업체에 달하는 1차 협력업체들의 연쇄 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세종시뿐 아니라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기업체들이 계속 늘고 있다. 자칫 도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 공공의 적 '수도권'=정부를 등에 업은 세종시는 물론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너도나도 수도권 기업 빼가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공공의 적이 된 셈이다.
지난해 7월 강원도는 지역투자박람회를 통해 수도권 8개 기업과 기업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앞으로 모두 1천25억원을 투자, 춘천과 횡성에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780여명을 고용하게 된다. 강원도는 이미 지난해 목표로 했던 100개 기업 유치를 달성했으며, 대부분 수도권 기업을 타깃으로 했다.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도내 신·재생산업 관련 업체들이 줄줄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있다. 친환경 및 응용기술분야에 독자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11개 기업도 지난해 전북도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었다. 2012년까지 완주군 전북과학연구단지로 단계적으로 입주할 계획이다. 이들 기업은 전북도에서 앞으로 304억원을 투자, 4년 동안 5천억원의 매출과 94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인천 서부산업단지에 자리한 주물업체 23곳도 인천을 떠나 충남 예산으로 터전을 옮긴다. 이들 기업은 내년말까지 예산군 고덕면 일원에 조성되는 예산 신소재산업단지의 82%인 42만2천547㎡를 매입한 뒤 오는 2014년까지 2천25억원을 투자해 금속주조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 기업 유치 빨간불=도가 광교와 화성을 잇는 생명산업벨트를 조성, 적극 유치에 나서고 있는 제약·의료 기업들도 대거 세종시로 이전한다. 도는 기업 유치에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고가의 부지 비용, 수도권 규제 등을 감안하면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삼성이 5년간 5천억원 규모를 투자할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세종시 이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생명산업벨트내 기업 유치에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현재 조성중인 도내 산업단지 역시 그동안 수도권 지역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IT, 자동차 관련 기업의 유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수도권 경쟁력이 국제 경쟁력=21세기 지구촌 경제전쟁의 주무대는 경쟁력 있는 대도시간의 싸움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도권은 뉴욕과 도쿄, 상하이, 홍콩 등과 경쟁, 세계의 자본과 기업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 바탕이 바로 수도권 기업의 경쟁력이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을 부추기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 지역경제에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원주와 충주, 무안, 태안, 영암·해남 등을 기업도시로 지정한바 있다. 하지만 태안을 제외하고는 중단되거나 실패위기에 놓이는 등 뼈저린 경험을 했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의 기업도시는 '기업없는 유령도시'로의 전락을 의미한다.
기업은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센터와 유통시설, 주거·교육·의료·문화·체육 등 종합적으로 건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업도시인 안산, 시흥 수준의 생활여건을 갖춘 자족도시로 성장하려면 수십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