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신연식
출연:안성기, 이하나
개봉일: 2010.1.14. 목. 12세 관람가
홈페이지:www.fairlove.co.kr
별점:★★★★★☆(5.5/8개 만점)
▶줄거리 오십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사진기 수리공 형만. 어느 날 형만의 전 재산을 들고 도망갔던 친구가 자신의 딸 남은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한채 죽는다. 형만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큰 아가씨가 된 남은의 모습에 놀라지만 일주일 사이에 아빠와 아빠보다 더 사랑한 고양이를 잃고 슬퍼하고 있는 남은을 가끔씩 돌봐주기로 한다. 외롭게 큰 남은은 형만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고, 형만의 빨래를 핑계 삼아 잦은 만남을 갖게 되면서 당돌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형만도 당황스럽지만 처음 느끼는 이 감정이 궁금하다. 이렇게 형만과 남은은 '아빠 친구'에서 '오빠'가 되고 둘은 남들이 보기에 이상한 데이트를 시작하는데….
[경인일보=]'페어러브'라는 제목을 보면 공정한 사랑이 무슨 뜻일까 하는 물음표부터 떠오른다. 여기서 '페어러브'는 '사랑안에서는 모든 것이 공정하다'는 의미다. 즉 사랑은 국경과 이념도 문제가 안된다는 데 심지어 나이가 무슨 장애물이 되느냐고 강하게 항변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런 사회적인 편견이 아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나이가 들었다고 또는 어리다고 다를 수 없다. 어차피 사랑이란 감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똑같이 주어지는 게 바로 연애의 법칙이다. 영화속에서 노총각 사진기 수리공 형만(안성기)은 그의 친구의 딸 남은(이하나)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을 키워간다. 물론 세상의 편견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관계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상관없다지만 연애 상대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닌 오랜 친구의 딸이라니 사회적인 통념상 용납되기 어렵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복잡한 관계를 그저 사랑이라는 따뜻한 눈짓 하나로 차례차례 꿰뚫어가고 있다.
파격적인 상황이지만 영화 속 형만과 남은은 오히려 심플하다. 둘이 서로 좋다는데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형만과 남은의 순수한 영혼 안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초반에 자리잡은 자기 내면의 벽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할 뿐.
50대 노총각 형만은 뜻밖에도 첫 사랑이라 과정이 순탄치 않다. 그는 아버지뻘이라는 나이때문에 남은을 가르치려 들고 충고하려 들지만 사랑 안에서는 나이도, 배움도, 가진 것도 모두가 공정하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아간다. '사랑은 온유하며 오래 참으며 시기하지 않고 무례히 행치 않는 것'이라는 친구의 말에 형만은 쉬운 게 하나도 없다고 투덜댄다. 형만은 사랑도 자신이 만지는 카메라 부품처럼 자신의 논리와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배우고 성장해 간다.
영화는 그렇다보니 외부의 따가운 시선보다는 그들 둘 사이의 아기자기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생 남은은 빨래를 잘 한다며 수줍게 아저씨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내면의 벽을 넘어선 형만은 '오빠'라고 부르라며 세대 차이를 좁히려 애쓴다. 이 영화가 사랑스러운 점은 바로 이런 둘의 순수한 사랑 표현 방식이다. 50대 노총각 형만은 남은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오빠야'하고 받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또 20대 여대생 남은은 '아저씨 예뻐요'라며 아저씨를 놀린다. 아무리 사랑이라지만 그 앞에서 이렇게 아이들 같이 순수해질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마저 든다.
오랜만에 멜로영화 주인공이 된 국민배우 안성기(58)는 베테랑답게 닭살스러울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자연스레 체화시키고 있다. 또 신세대 배우 이하나는 역시나 그녀의 4차원적인 매력을 주무기로 절대 주눅들지 않는 당찬 연기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