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미국 샌프란시스코/이병철·박세익기자(부산일보)]평택 미군기지 건설에 따라 경기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경기도내에 산재한 미군기지 공여지가 각 지자체에 속속 반환되고 있다. 총 19개소 340여만㎡ 규모의 공여지가 있는 경기북부 지역의 경우 이미 지난 2005년 반환이 시작돼 오는 2011년이면 모두 완료될 전망이다. 각 지자체는 이에 따라 대학유치와 주거지 개발, 공원 조성 등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관련 군 당국, 지자체 내부의 이해관계에 얽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경인일보는 한국지방신문협회(소속사 경인·강원·대전·전북·광주·경남·매일·부산·제주일보)와 함께 부산일보의 대표 취재 방식으로 미국의 군 기지 공여지의 활용 실태를 통해 경기도내 미군 공여지의 바람직한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 2명의 기자를 특파, 현지에서 송고한 기사 및 사진을 각 회원사에 제공하고 있다. ┃편집자 주

▲ 오랫동안 군사기지로 활용됐던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한 가운데에 금문교를 배경으로 드넓은 잔디광장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선 청소년 캠핑이나 가족단위의 각종 야외 특별행사가 열려 시민들이 공원을 중심으로 한데 뭉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자랑하는 '프레시디오(Presidio)' 공원은 '프레시디오'란 단어가 스페인어로 '군사거점'을 뜻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사기지에서 공원으로 변한 흥미로운 사례에 속한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바로 옆에 자리잡은 6㎢ 면적의 프레시디오 공원은 1776년 스페인이 기지를 설치한 이후, 멕시코에 이어 미군 제6육군기지가 주둔하는 등 수백년간 군사기지로 사용됐다. 이 군사기지가 1994년에 폐쇄되었을 때, 프레시디오의 사후 처리문제는 지역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연방정부와 지역 주민들은 전면 개발의 욕심을 버렸다. 자연을 복원하고 역사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공원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미군은 1억달러를 내놓았고, 사상 최대의 환경오염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공원 곳곳에 10만 그루 이상의 어린 묘목이 새로 심어졌다.

남아 있는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활용해 임대 수익을 내는 독특한 방식도 채택했다.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은 '국립역사경관지구(National Historic Landmark District)'로 지정해 800여 군 건물 중 스페인풍 건축양식 등을 담은 절반 이상의 건물을 고스란히 보존했다.

가장 오래된 건물에 속하는 군 장교클럽은 방문자센터로 바꾸었다. 장교 숙소와 막사, 사무실, 교회, 독신자 숙소 등은 사립학교와 일반 주택, 회사 사무실 등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렇게 해서 사령관 숙소 건물 한 동에서만 매달 2만달러의 임대 수익이 나오고 있다.

▲ 프레시디오 국립공원 내에서 가장 오래된 옛 장교클럽. 방문자센터로 개조돼 관광객을 맞고 있다.

 


지금 울창한 수목과 해안 생태계에다 금문교까지 조망할 수 있는 프레시디오 공원은 1, 2차대전 등에 관한 역사적 공간을 포함한 '이야기가 있는' 관광명소로 변모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국(NPS·National Park Service) 서부태평양지역사무소의 교육담당자인 하워드 레비트씨는 "50년 이상된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염두에 둔 가운데, 전문가 자문 등을 반영해 건물 존치 여부를 결정했다. 시민들의 보존 열망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오래된 건물의 존치는 역사성 보존과 함께 임대수익을 통한 공원운영관리비 마련, 시민과 관광객의 공원 내 유인에도 일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는 1996년 공원 조성과 관리 운영을 책임질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를 출범시켰다. 막대한 유지 비용이 드는 공원을 살리기 위해 만든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에서는 공무원과 교육·문화·역사·설계·회계·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350여명이 어우러져 일을 하고 있다. 매년 정부 예산 2천만달러가 지원되고 있지만 이 지원은 2012년이 되면 모두 끊긴다. 이때부터는 스스로 수익을 내야 공원의 유지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트러스트는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다.

프레시디오 트러스트 조디 샌포드 대외국장은 "대학 등 주요 기구를 유치하는 등 비용 측면에서 자족적인 공원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교클럽 내부에 걸려있는 구조물 역사 안내문.

 


그는 그러면서 공원의 성공 여부와 관련해 "역사성 유지와 주민의 요구 수렴, 조성 및 운영비용, 자연생태계 보전, 민간파트너 등 여러가지 균형과 절충, 고려가 중요하다"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논의, 주민들과의 공감대 등을 통해 공원 계획이 진행돼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원조성은 먼 미래를 생각하는 마라톤"이라는 말도 했다.

현재 프레시디오 트러스트는 민간비영리단체인 골든게이트파크컨저번시(Golden Gate Parks Conservancy)와 동반자 계약을 해 공원 조성 기획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결과 프레시디오 공원 안에는 200여개 기업과 단체가 입주해 있으며, 4천여명의 직원 등이 생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영화제작사 '루카스 필름'도 입주했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트러스트는 공원의 빈 공간에 다 자란 나무가 아닌 묘목을 심고 있었다. 프레시디오 트러스트의 피터 에리히 산림관은 "50년을 보고 튼튼하게 성장할 나무를 심고 있다"면서 "토양이 부실하기 때문에 작은 묘목을 심어야 크게 성장할 수 있으며,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프레시디오 공원의 부동산개발 및 향후 경영계획을 수립한 부동산개발 컨설팅업체인 BAE(Bay Area Economics) 데이빗 쉬버 회장은 "미국의 주요 공원은 조성 이전에 철저히 경영계획을 작성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