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안양/박석희기자]지하철역·백화점·체육관 등 공공장소의 자동제세동기(응급장비)설치 의무화가 제도 미비 등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일 안양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8년 6월 심장마비 등 응급환자 발생에 따른 각종 사건 사고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종합운동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장비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해당 규정에는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이 없는 등 신고에 대한 의무사항 및 관리에 대한 사항이 빠져 있어 법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양승조 국회의원이 의무적으로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해야 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국적으로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한 시설은 1천281개로 설치율이 9.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현재 2009~2010 프로농구가 열리고 있는 안양 실내체육관 등 안양 관내 백화점·체육관·지하철역 등 설치 대상 시설 대다수가 심장충격기 등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해 놓지 않고 있다.

종합운동장 등 각종 공공시설물을 관리하고 있는 안양시시설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실내 수영장에는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했으나 실내체육관 등 대관 수요가 많은 시설에는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호계체육관 관계자는 "심장충격기에 대해 얘기는 들었으나 설치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B백화점 관계자는 "자동제세동기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설치율이 저조한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동제세동기 한 대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기계값 440만원과 보관함 60만원 등 총 500만원으로 전액 일선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안희철 응급의학과 교수는 "겨울철에 자주 발생하는 심장마비는 5분 내 조치가 생명을 좌우하며, 심정지가 일어난 상황에서 1분이 지날 때마다 소생 가능성은 7~10%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자동제세동기는 급성심정지 환자의 심장에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을 소생시키는 응급의료기기로,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미국 등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이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