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경험을 쌓게 하고 더 커 나갈 길을 열어주고자 기대주 한두 명을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포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어린 선수들로서는 귀가 솔깃해질 말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남아공에 이어 스페인에서 전지훈련을 계속하는 대표팀에는 현재 청소년 대표 출신 `3총사'인 미드필더 김보경(홍익대)과 구자철(제주), 공격수 이승렬(서울)이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 진출 쾌거에 재목들이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던 허정무 감독의 이들 3인방에 대한 애정은 갈수록 깊어가는 듯하다.

   김보경과 이승렬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치른 잠비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차례로 교체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구자철도 교체 투입됐다.

   허 감독은 현재 전훈 멤버 중 최상의 전력으로 맞서겠다던 지난 18일 핀란드와 친선경기(2-0 승)에서도 이들 세 명을 모두 출전시켰다.

   김보경은 당당히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이승렬과 구자철은 후반 중반 이후 그라운드를 밟았다.

   20세 이하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구자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 로버스가 관심을 보일 정도로 어린 나이에도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차세대 중원사령관 감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K-리그 신인왕 출신 이승렬도 스피드와 돌파력, 득점 감각 등을 무기로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김보경이 셋 가운데 조금 더 주목받는 듯하다.

   허정무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지켜봤는데 스피드와 볼 감각이 뛰어난 선수다. 전지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김보경에 대한 강한 기대를 드러내 왔다.

   다만 김보경으로서는 핀란드와 경기에서 유럽의 체격 좋은 선수들과 부딪치자 힘이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 전반 36분 만에 교체돼 아쉬움이 남는다.

   김보경은 선수단이 훈련 없이 휴식을 취한 19일 한국 취재진과 대표팀 숙소에서 만난 자리에서 "감독님이 우리에게 `어리지만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노력하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충분히 믿는다.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보경은 "월드컵이라는 말이 아직은 와 닿지 않는다. 지금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세 이하 대표 세 명 중 누가 허 감독이 말한 월드컵 본선 멤버가 될 것 같은가?'라고 묻자 대뜸 "제가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하더니 "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