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한국/115분/드라마

감독 : 강대규

출연 : 김윤진, 나문희, 강예원

개봉일: 2010.1.28. 목. 12세 관람가

홈페이지:www.harmony2010.co.kr

별점:★★★★★(5/8개 만점)

▶줄거리 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은 '정혜(김윤진)'는 법에 따라 18개월 후면 입양을 보내야만 한다. 어느 날 교도소를 방문한 합창단의 공연에 감동한 정혜는 교도소장에게 합창단 결성을 제안한다. 그리고 합창단을 훌륭히 성공시키면 민우와 함께 단 하루만이라도 바깥 세상 외출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한다. 합창단 오디션이 열리고, 타고난 음치 정혜를 비롯 밤무대 뽕필로 합창단 물을 흐리는 '화자', 전직 프로레슬러 출신의 로맨티스트 '연실', 깊은 상처를 지닌 고집불통 성악 천재 '유미' 등이 모여 합창단을 이룬다. 그리고 전직 음대교수인 사형수 문옥(나문희)의 지휘 아래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합창단은 점차 아름다운 화음을 이뤄가는데….


[경인일보=이준배기자]영화 '하모니'는 여자교도소를 배경으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합창단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린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영화 '하모니'는 영화로서는 사상 최초로 '청주여자교도소' 내부에서 7일간의 촬영 허가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간 다른 작품들이 청주여자교도소 외부 공간이나 비어있는 건물을 무대로 촬영을 한 적은 있지만, 재소자들이 직접 생활하는 공간 내부에서 촬영 허가를 받은 작품은 '하모니'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러나 무대는 여자교도소다. 저마다 가슴 저린 사연 한두 가지야 지니지 않은 수형자들이 어디 있으랴만 영화상에는 유독 착한 사람들만 그득하다. 엄마 같은 존재인 전직 음대교수 출신 사형수 문옥(나문희)을 비롯 전직 밤무대 가수 '화자'(정수영), 프로레슬러 선수 출신 '연실'(박준면) 등은 모두 가족같다. 아니 한방에서 동고동락하는 한 식구다. 여기에 정많고 눈물많은 신입교도관 '나영'(이다희)까지 합세하면 교도소라 부르기가 어색할 정도다. 물론 극중 신입 '유미'(강예원)가 합류하면서 잠깐 긴장감이 형성되는 듯하지만 이내 천사같은 선배들에게 감화돼 버린다. 웬만한 사람들을 착한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이런 마법(?)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지 궁금해진다. 연출자는 아마도 사람의 본성이 악하지 않다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을 대변하는 듯하다.

여기서 가장 안타까운건 성선설이 아니라 무대가 바로 교도소라는 점이다. 감독이 단순히 감동의 극대화를 위한 단순한 장치로 교도소를 택했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교도소라면 한여름 바로 옆사람의 체온마저 저주할 정도로 타인의 존재 자체가 원죄가 되는 철저한 자기 생존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곳이다. 게다가 교도소는 단순히 우연한 실수를 저질러 자유를 억압당한 그런 착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곳은 아니란 것이다. 영화 속 촬영현장은 실제 장소라는 특수성으로 리얼리티를 어느정도 획득했을 지는 몰라도 이런 동화적 내용만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보인다.

이런 한계를 빼면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하모니와 그들이 선사하는 노래들은 자연스럽게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하다. 월드스타 김윤진과 '국민엄마' 나문희의 절제된 눈물 연기는 심금을 울리고 '뮤지컬계의 마돈나' 강예원, 박준면, 정수영 등 조연들도 감초처럼 잔잔한 웃음을 준다. 이들이 흥겨운 율동과 함께하는 활기찬 공연도 볼거리다. 이문세의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으로 흥겨운 분위기를, '솔베이지의 노래'로 아름답고 서정적인 무대를 만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또 누구나 학창시절에 한번쯤 불러보고 들어봤을 '그대 있는 곳까지(Eres Tu)'는 재소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하며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