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마침내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올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박지성은 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2010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아스널과 원정경기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선발 출전해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7분 추가골을 넣었다.

   출전이 들쭉날쭉했던 박지성으로서는 정규리그 9경기째에 나서 터트린 올 시즌 첫 골이다.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골 맛을 본 것은 2008-2009 시즌인 지난해 5월2일 미들즈브러와 원정경기(2-0 승) 쐐기골 이후 무려 9개월 만이다.

   당시 박지성은 사흘 뒤 열린 아스널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원정경기(3-1 승)에서 선제골을 넣어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리고 나서 이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박지성은 맨유 입단 첫 시즌인 2006년 4월 아스널과 홈 경기(2-0 승)에서도 추가골을 넣는 등 프리미어리그 강호 아스널을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맨유는 이날 전반 33분 상대 골키퍼 마누엘 알무니아의 자책골과 전반 37분 웨인 루니의 추가골에 이어 박지성의 쐐기골로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한 골을 넣은 아스널에 3-1로 이겼다.

   2위 맨유는 이날 승리로 17승2무5패(승점 53)가 돼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첼시(17승3무3패.승점 54)를 1점 차로 바짝 추격했다.

   맨유와 자리를 바꿀 수도 있었던 아스널은 3위(15승4무5패.승점 49)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칼링컵 준결승 2차전에 결장해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박지성이 골 부담을 시원하게 털어낸 한 판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루니를 최전방 원톱에 세우고, 박지성과 루이스 나니를 좌.우 측면에 배치한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박지성은 87분을 뛰고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2분 안토니오 발렌시아와 교체될 때까지 공.수에서 모처럼 제 몫을 해냈다.

   공격 전개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가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맨유는 전반 33분 나니의 `원맨쇼'로 선제골을 뽑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아스널 수비 두 명 사이를 뚫은 나니가 다시 수비수 한 명을 더 제치고 골라인 근처까지 파고 들어와 오른발로 살짝 차올린 공이 알무니아의 손끝을 스쳐 아스널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기록은 알무니아의 자책골. 알무니아의 손에 맞지 않았더라도 반대편으로 쇄도하던 박지성이 헤딩슛을 노려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아스널은 지난해 8월 맨유와 리그 원정경기 때도 아부 디아비의 자책골로 1-2로 무릎 꿇었다.

   기세가 오른 맨유는 4분 뒤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된 루니의 추가골로 한 걸음 더 달아났다.

   수비 때 페널티지역 안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이 바로 루니에게 내줬고, 루니는 다시 오른쪽에 있던 나니에게 연결했다. 이어 나니가 하프라인부터 홀로 공을 몰고가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파고 든 루니에게 찔러줬고, 루니가 달려들며 논스톱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루니는 올 시즌 정규리그 20골로 득점 선두를 굳게 지켰다. 루니 개인적으로는 8시즌째 달성한 프리미어리그 통산 100호골이었다.

   후반 들어서도 박지성은 맨유의 측면을 든든하게 지켰다.

   박지성은 결국 후반 7분 만에 그렇게 기다렸던 시즌 첫 골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아스널의 공격을 차단하고서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이 혼자 치고 들어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키퍼 알무니아와 일대일로 맞섰다.

   박지성은 쇄도하던 동료에게 공을 내줄 수도 있었지만 찬스를 놓치지 않고 직접 오른발로 차 아스널 골문을 열어젖혔다.

   드리블에서 마무리까지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로 오랜 골 침묵을 깨는 순간이었다.

   맨유는 안방에서 세 골이나 내준 아스널의 거센 반격을 견뎌내다 후반 35분 베르마엘렌에게 그림같은 발리슛으로 만회골을 내줬지만 더는 실점하지 않았다.

   박지성이 종료 직전 발렌시아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 나올 때 맨유 원정 응원단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