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동양인들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갛게 되는 것은 조상들이 쌀로 담근 곡주를 마시고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던 변이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ABC방송 인터넷판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쿤밍 중국과학원의 유전학자 빙쑤 박사 연구팀은 일부 동양인들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게 하는 변이유전자는 그들의 조상이 벼농사를 시작하고 쌀로 술을 만드는 법을 터득한 1만년전께 등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쑤 박사는 동남아 38개국 출신의 2천275명에게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알코올산화효소를 만드는 변이유전자를 찾아나섰다. 이 변이유전자는 알코올이 인체에서 100배 가량 빠르게 대사될 수 있도록 돕는다.

   효소가 혈액에서 알코올을 신속히 제거하면서 알코올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실제로 중국 한족에 대한 연구에서 이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될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이는 또 알코올이 대사될 때 나오는 부산물이 체내에 쌓이도록 하는데 이로 인해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이다.

   이 변이유전자는 아시아인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되며 유럽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서 가장 적게 발견된다.

   쑤는 유전자변이가 벼농사와 나란히 아시아와 유럽으로까지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러한 유전적 변이는 지금으로부터 7천년에서 1만년전 사이에 등장했으며 중국 남동부 저장성(浙江省)에는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흔한 반면 북부와 서부로 갈수록 그 수는 적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벼농사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8천년-1만2천년전에 중국 남동부에서 시작돼 서부로 퍼져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변이유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정착돼 유사한 경로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유전학자들은 쑤의 주장처럼 변이유전자와 벼농사의 연관성을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일대 유전학자 케네스 키드는 동양인들의 알코올산화효소 유전자 변이의 배경에 문화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의(쑤) 해석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