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이준배기자]바바라 보니의 내한공연은 '가곡의 퍼스트레이디', '이 시대 최고의 리릭 소프라노'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대였다. 맑고 우아한 미성, 정확한 발음, 뛰어난 곡 해석력으로 정평이 난 그녀에게 다소 풍부하지 못한 성량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뛰어난 감성은 그녀만의 독특한 트레이드 마크로 손색이 없었다.

지난 19일 저녁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그녀는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엘리스데어 호가드의 연주 아래 메조 소프라노 피오나 캠벨(호주)과 모차르트 오페라 아리아와 이중창, 멘델스존의 이중창을 선사했다. 이어 2부에선 그리그와 슈트라우스의 가곡을 택해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렸다.

피오나 캠벨은 지난해 테너 호세 카레라스와 함께 내한공연을 펼친 바 있는 성악가로 바바라 보니와 함께 멋진 앙상블을 선보였다. 또한 보니와 캠벨은 1부 중간쯤 연주자가 청한 3분간의 휴식시간 그 짧은 시간 후 새로운 의상으로 깜짝 등장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엇보다도 보니의 백미는 '솔베이지의 노래'였다. 멀리 떠난 연인 페르귄트를 그리는 슬픔이 짙게 배어있는 목가풍의 노래는 관객들의 가슴을 예리하게 저몄고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는 '명불허전'을 실감케 했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작가 입센의 청탁으로 그리그가 극 음악용으로 리듬을 입혀 우울하지만 서정적인 선율로 국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갑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몽상가이자 방랑자인 페르귄트가 방탕한 생활을 하다 귀향후 옛 애인인 솔베이지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겨우 한순간이나마 평안을 되찾는다는 이야기. 솔베이지는 이 노래를 통해 저세상으로 떠나는 페르귄트를 애도하며 배웅한다. 최근 여죄수들의 합창단을 소재로 한 영화 '하모니'에서 성악을 전공한 한 젊은 여죄수가 이 노래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이날 감동한 팬들은 무려 5~6차례의 커튼콜로 그녀를 쉽게 무대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도 2부 공연 동안 물러나있던 피오나 캠벨과 함께 들리브의 라크메(Lakme) 중 '꽃의 이중창'을 선사해 객석에선 절로 탄성이 흘렀다. 공연 후에도 관객들은 가시지 않는 여운을 달래기 위해 공연장 앞에 만들어진 사인회에 모여들었고 순식간에 긴 줄이 이어지며 장관을 이뤘다.

다만 예전 내한공연 첫 해에 정확한 발음으로 불러 감동을 줬다는 한국 가곡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이날 조금 아쉬움이 남았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