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규원·임승재기자]MB 정부의 핵심 서민정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민영 아파트 청약을 대거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전락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과천·서울 우면 등 수도권 요지에 인근 시세보다 70%이상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 청약물량이 대거 몰리는 반면 동일한 시기에 공급된 민간물량은 대거 미달사태가 속출,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23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세곡과 우면,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 4곳의 보금자리 시범지구에서 1만4천295가구에 대한 사전예약을 실시한 결과, 5만8천914명이 신청해 강남 세곡이 11대8의 청약률을 기록하는 등 평균 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
인터넷·현장 접수뿐 아니라 서울·수원에 마련된 보금자리주택 홍보관에는 하루 수만명이 방문하는 등 보금자리를 노리는 '로또광풍'이 불어닥쳤다.
반면 수도권에서 동일한 시기 분양에 나섰던 건설사들은 대거 미분양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평균 청약률이 30%를 간신히 넘는 등 속빈 강정 신세로 전락, 수도권 미분양의 서막을 열었다.
보금자리 2천358가구를 분양한 고양 원흥지구는 평균 3대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반면 삼송택지개발지구 등 3곳에서는 3천209가구의 민영아파트가 공급됐으나 959가구가 미달되는 등 전체 민간분양 2만2천188가구중 4천165가구(18%)가 미분양된 상태다.
하남 미사에 이어 추가로 보금자리로 지정된 남양주와 시흥 은계지구, 수원 호매실 등에서 분양에 나설 건설업계도 사업승인을 받고도 분양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인천도 보금자리 블랙홀이 미칠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보금자리로 새로 지정된 인천 남동구 서창2지구와 서구 가정지구 등에만 아파트 실수요 청약이 몰리면서 인천 간석과 김포 양곡2 등 인근 8개 민영 아파트 지구에서 올해 공급할 8천600여가구가 대규모 미달사태를 예고하고 있다.
LH 인천본부 관계자는 "분양업계에선 보금자리지구와 경쟁하는 아파트단지는 미분양을 각오해야 한다는 게 통설"이라며 "상반기에 또 추가 보금자리 분양이 예정돼 있어 미분양지구인 영종하늘도시, 향촌, 향후 추진 예정인 검단신도시 등의 미분양 사태는 불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