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선회기자]한국 체육계와 정·관계의 거목이었던 소강(小崗) 민관식 박사의 소장품이 대거 공개된다. 수원박물관은 26일 오후 4시 수원시청에서 '소강 민관식 박사 소장유물 기증식'을 개최하며, 오는 4월16일부터 5월23일까지 '민관식 박사의 기증유물 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민관식(1918~2006·사진) 박사는 개성 출신으로 경성제일공립고등보통학교, 수원농림전문 농학과(현 서울농대), 일본 교토 제국대학 농학부 농예화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약사면허와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한체육회 회장(5선), 대한약사회 회장(7선),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문교부 장관, 국회의원(5선) 등을 역임했다.

평소 수집광이었던 그는 1964년부터 1971년까지 다섯번에 걸쳐 대한체육회 회장을 역임하고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덕분에 스포츠와 관련된 많은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수원박물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민 박사가 생전에 수집해온 다양한 소장품을 박물관으로 옮겨 2만9천451점이라는 방대한 유물을 분류, 정리했다.


그의 소장품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각종 스포츠대회에서 수집한 기념품과 사진, 역대 대통령들의 친필 서한과 선물, 정치관련 자료, 일상 소품 등 한국 스포츠계와 근현대사 자료들이 망라돼 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씨가 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과 88올림픽 성화봉, 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의 친필 사인이 담긴 라켓,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 선수의 메달과 당시 사용했던 소구경 권총 등도 포함돼 있다. 이것들은 그동안 부인 김영호(84) 여사가 서울 한남동 자택에 '민관식 컬렉션룸'을 꾸며 보관해 온 것이다.

지난 2006년 박사가 세상을 떠나자 여러 대학과 단체들이 유물에 대한 유치경쟁을 벌였으며, 수원박물관 관계자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김 여사가 수원박물관에 유물을 기증하게 됐다.


김 여사는 "고인이 옛 친구와 찍은 사진(1937년)을 수원박물관에서 보고 감회가 새로웠다"며 "남편이 수원에서 자취를 하며 수원고등농림학교를 다녔고 이후 정치활동 중에도 역대 경기지사들과 테니스 회동을 갖는 등 수원과의 인연을 생각해 수원시로의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수원박물관 관계자는 "이번에 전시되는 유물들은 한국 근현대 스포츠의 역사를 대변해 주는 귀중한 자료들이며 정치·사회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향후 '소강 사료관'을 만들어 상설 전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문의:(031)228-4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