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뉴질랜드> =연합뉴스) 지난 2005년 뉴올리언스 등 미국 남부지역을 유린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보다 더 강력한 두 개의 사이클론이 15일 밤 동시에 피지와 솔로몬 제도 등 남태평양 지역을 강타, 수많은 가옥들이 쓰러지고 마을들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냈다.

   사이클론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수천 명의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안전지대로 대피해 아직까지 큰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으나 피지에서 30대 여성이 해안가를 강타한 파도에 넘어진 가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와 호주인 등 피지를 찾은 관광객들도 호텔이나 대피소에서 꼼짝하지 않고 밤을 지새워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인구가 많은 피지 수도 수바는 다행히 사이클론의 눈이 비켜감으로써 최악의 피해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피지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피지를 강타한 4급 사이클론 토머스는 최고 시속 270km의 바람을 동반, 나무와 집들을 사정없이 쓰러뜨리거나 8m 높이의 파도를 해안가에 쏟아 부었으나 16일 새벽이 되면서 시속 175km로 풍속이 떨어지는 등 기세가 다소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솔로몬 제도를 때린 5급 사이클론 울루이는 최고 시속 260km의 풍속으로 솔로몬 제도 남부 지역에 큰 피해를 냈으나 정확한 피해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울루이도 곧 세력이 약해진 채 호주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지 관리들은 토머스와 울루이가 어디쯤에서 소멸될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피지 언론들은 피해가 가장 심한 피지 북부 지역 주민 5천여 명이 15일 내내 90여개 대피소에 대피해 있었다고 전했다.

   피지의 한 관리는 각 대피소마다 경찰관과 군인이 배치돼 질서를 유지했고 음식 등을 제때에 공급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인명피해에 대비해 긴급 시신 안치소까지 설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들은 피지 코로 섬에서는 파도로 13채의 가옥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들이 모두 높은 지역으로 대피했고, 나사우 마을에서도 어린이 92명 등 주민 172명이 고지대로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적십자 재난 담당관 불리 가우나는 사이클론 토머스는 지난 1972년 이후 피지에 찾아온 가장 강력한 사이클론이라며 사이클론의 진로가 바뀌어 인구 밀집지역은 피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피지 주재 뉴질랜드 외교단 필립 타울라 단장 대리는 바람이 거세지면서 주민들이 사이클론에 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음식과 물을 충분히 준비해 둔 채 문을 모두 걸어 잠가 거리의 통행자체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고 밝혔다.

   수바에 살고 있는 한 영국인은 슈퍼마켓에서 피지 대통령도 보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