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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홍정표기자]20여년 전, 그러니까 1991년 겨울 어느 날 수원시청 공무원이 소주나 한 잔 하자며 수원 장안문 골목에 있는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상호는 '대길 생 소금구이'라는데, 평상처럼 만들어 놓은 공간에 테이블 3개, 입식좌석 테이블 3개가 고작이었다. 저녁 7시쯤 갔는데, 좌석이 없어 같은 건물 2층에서 당구를 치며 기다렸다. 40여분 만에 자리가 났단다. 처음 먹어보는 오묘한 맛. 그 뒤 식당은 100여m 떨어진 곳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필자는 20년째 드나드는 단골이 됐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당연히 돼지목살구이다.

그날그날 들여오는 국산 생돼지 목살을 통째로 올려놓고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2㎝ 두께로 큼직하게 썰어 내온다(1인분 200g 8천원). 가스불에 구멍 숭숭 뚫린 철판을 얹어 왕소금을 뿌리고 직화로 노릇노릇하게 구워내면 이 집 특유의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데, 생전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한때 일하는 아주머니가 썰어주기도 했는데 사장인 정옥숙 아주머니가 손수 가위질을 해야 제맛이 난다. 그래서 갈때마다 꼭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위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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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포인트는 간장소스와 파무침이다.

간장소스는 간장 맛이 전혀 나지않는 연한 빗깔의 소스인데 뜨거운 목살을 먹기좋을 정도로 식혀주면서 감칠맛을 더해준다. 여기에 들깻가루를 곁들여 즉석에서 무쳐내는 파무침을 얹어 먹으면 입안에서 행복한 3중주가 울려퍼진다. 짜자자~잔.

곱던 얼굴에 주름이 내려앉은 주인 아주머니의 손에서는 무슨 음식이든 뚝딱 만들어지고, 하나같이 맛이 있다.

집에서 담근 장에 바지락과 호박, 감자를 숭숭 썰어넣은 된장찌개(2천원)는 다소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낸다. 된장찌개를 밥에 슥슥 비벼 먹으면 목살구이로 느끼해진 속이 개운해진다. 아주머니가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무쳐내는 비빔국수(3천원)도 이 집의 별미.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는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열무국수(2천원)를 고집한다.

생삼겹살(1인분 200g 9천원)도 썩 괜찮다. 가끔은 돼지갈비만 먹고 가는 손님들을 보게 되는데, 그럴때면 꼭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다. "1인분이라도 좋으니 목살구이 꼭 한번 드셔 보세요."

젊었을 때는 잘 안보이시던 주인 아저씨도 이제는 꼬박 식당을 지키고, 어느덧 애 아빠가 된 아들이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이른바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사에서 식당을 소개하러 왔다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문전박대를 당했다. "지금도 힘든데 날보러 어쩌라고 신문에까지 낸다냐"는 푸념과 함께.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164의24(243-0360). 50석 규모. 연중무휴. 주차장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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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