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직군
[경인일보=김왕표기자]정치인 중에서 18명이 인천 파워오피니언리더 115인에 선정됐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8명, 민주당 7명, 민주노동당 2명이다. 여기에 최기선 전 인천시장까지 포함해 18명이다.
지난 1월1일 신년호에 발표할 예정으로 지난해 6월 연구설계 당시 선출직 자치단체장을 공무원직군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설문 인터뷰 기간이 길어지면서 발표는 늦춰졌고, 6·2지방선거는 이미 시작돼 버렸다. 공무원 직군에 포함된 자치단체장 후보들을 현재 공무원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이번 조사분석의 한계다. 이들까지 정치인 직군에 포함하면 숫자는 훌쩍 24명으로 늘어난다. 115인 중 24명이면 무려 20.9%에 이른다. 여기에 경제기업금융직군의 심정구 전 국회의원, 법조직군의 이기문 변호사(시장 예비후보)까지 포함하면 범정치인의 115인안에서의 분포는 더 커진다. 가히 한국은 '정치인 공화국'이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연구설계에서 직군별로 나눠 빈도수를 달리해 파워그룹을 선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인천의 미래를 위한 의미있는 작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다양한 직군의 새 인물들을 발굴해 보자는 취지가 어느 정도 성취됐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은 것이다.

조진형·황우여 국회의원은 빈도수 순위에서는 이 국회부의장에게 밀렸지만 '조언을 주는 중요도 순위'에서는 5위그룹에 포진해 있다. 당내와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115인의 파워그룹이 답변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송영길 국회의원이 5위에 올라 눈길을 끈다. 당 안팎에서 유필우·이호웅·문병호 전의원이 조언과 매개 역할에서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은 지난해 4월 부평을 선거에서 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상위 30위안에 들었으나 영향력면에서는 순위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 이용규 인천시당위원장도 종합순위(19위)나 '매개 역할을 하는 중요도 순위'로 볼때 당내를 중심으로 연결망에서 의미있는 자리에 포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서는 서구청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과 조전혁 의원이 파워그룹 115인에 들지 못했다. 인천대학교 교수 출신으로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경력에 힘입어 공천을 받은 조 의원은 인천에서의 인지도나 지인이 한정된 것으로 보여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학재 국회의원의 탈락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면이 있다.
은퇴 정치인 중에서는 최기선 전 인천시장과 심정구 전 국회의원이 인천의 여론형성에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볼 수 있다. 심 전 의원은 중앙 정치무대에서도 중량감 있는 인물들과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원 중에서는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고진섭 전 의장이 시의장 프리미엄으로 유일하게 115인에 들었다.
이번 조사분석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한국은 '현직 사회'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인천 파워오피니언리더 115인을 지금 다시 선정한다면 현직을 떠나면 개인적 파워가 없는 인물은 대부분 탈락할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시의회가 5대까지 20년을 거쳐 왔지만 파워그룹에 아직도 의장을 제외한 시의원들이 한 명도 선정되지 못한다는 것은 시민들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시의회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직군의 네트워크 지도를 보면 인천 정치집단의 한계를 뚜렷이 알 수 있다. 네트워크지도의 오른쪽은 한나라당, 왼쪽 위는 민주당, 왼쪽 아래는 민노당 정치인들이다. 정당별로 소그룹을 지어 따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다. 여야를 넘나드는 정치권 어른이 없다는 징표다. 한나라당-민주당 연결고리는 제물포고 동문인 황우여-유필우의 개인적인 인맥에 의존하고 있다. 유필우(민주당)-최기선-심정구-조진형(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우회 연결로가 보이는 정도다. 민노당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연결고리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당내 연결망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지도에서 봤을때 인천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그를 중심으로 다른 정치인들의 연결망이 집중된다. 그러나 위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3개 정당 모두 유력 정치인에게 다른 정치인의 네트워크가 집중되지 않고 있다. 서로 한명씩만 간신히 연결돼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네트워크 지도 참조
이는 인천 정치집단이 힘을 집중시키는 인물이 없어 집중력이 약세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당내의 중심에 서고, 여야를 넘나드는 네트워크를 형성, 이 파워를 바탕으로 인천을 대표해 중앙 정치무대에서 힘을 발휘하는 유력 정치인이 없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친박계와 MB계로 나뉘고, 민주당도 이해관계로 나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천을 위해 정당간 교류 통로가 열려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래야 인천의 현안이 있을 때 여야간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작동해 국회에서든, 중앙 정치무대에서든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 들어가보면 안다. 인천이 얼마나 약세인지. 고작 12명의 국회의원이 인천의 대표다. 경기도 의원들은 인천과 이해관계가 없다. 대구와 광주는 경북과 전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같이 움직인다. 세도 약한데 12명이 다시 여야로 갈리면 인천의 존재 자체가 국회 안에서는 없어지는게 현실이다.
중앙 정치와의 네트워크를 더욱 넓혀야 한다는 숙제도 이번 조사분석에서 제시됐다. 인천 정치인들이 설문지 인터뷰에서 정치 분야에서 조언을 주고 받는 인물을 적으라는 질문에 대부분 인천지역내 인물로 답변했다. 이런 점에서는 심정구 전 국회의원이 주목된다. 재경위원장을 지낸 4선 관록에 걸맞게 그는 전문분야 조언자를 기입하라는 질문에 대부분 중앙 정치권과 경제계의 중량급 인물을 적었다.
※ 공무원 직군
安시장 압도적 1위… 이헌석 경제청장 상위 30인 유일한 전문직 공무원
위에서 지적한대로 이번 조사 분석의 가장 큰 한계는 선출직 공무원을 정치직군으로 분류하지 않고, 공무원직군에 속하도록 한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 직업관료가 대거 탈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2차 인터뷰 조사를 감안해 연구진이 그렇게 결정한 면도 있다. 2차 인터뷰 조사는 인천현안, 전문의견, 개인적 친교 등 3가지 측면에서 누구와 조언을 주고 받으며, 교류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5명씩 모두 15명의 이름을 적도록 했다. 115인의 인천 파워 오피니언리더들은 기자들을 앞에 앉혀 놓고 난감해 했다. 어느 정도까지 솔직하게 적을지를 놓고 그 순간 하나같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고위 공직자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했다. 몇차례의 채근과 압박에도 끝내 답변하지 않거나 시간을 끌다 마지못해 응답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영향력을 다시 되풀이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다만 인천시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자. 시장이라는 표현보다는 '지방정부의 대통령'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싶다. 이번 조사분석 결과가 그렇게 말해 주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막강 1위다. 그것은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 자리의 문제다. 그것을 기자들은 현직 시장의 프리미엄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인구 275만명의 광역시로 1년 예산이 7조원이 넘는 항공모함을 몰고가는 선장이 바로 인천시장이다. 인천시의 미래가 사실 시장의 어깨 위에 얹어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공모함을 어느 쪽을 향해 몰고갈지 최종 판단해 행동에 옮기는 인물이 바로 시장이다.
인사권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파워가 얼마나 막강한지 더 실감난다. 인천시장은 우선 차관보급인 1급 3자리 인사권을 쥐고 있다. 행정부시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정무부시장이다. 2급은 기획관리실장을 비롯해 4자리, 3급은 시국장과 구청 부군수급으로 30여개는 족히 된다. 여기에 인천도시개발공사, 인천항만공사를 비롯한 공사·공단 사장, 신용보증재단, 송도TP와 인천발전연구원 원장 등 시 출연기관 및 출자기관, 인천상의 회장과 상근부회장, 인천유나이티드 사장 등 임원, 시체육회 사무처장, 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 등등. 인천에 있는 그럴듯한 자리의 인사권은 시장이 모두 쥐고 있다고 보면 맞다. 물론 자리수나 직급으로 따지면 대통령에 훨씬 못미친다. 그러나 더 들여다보자.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상당히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친다.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 절차라는 법적 검증 절차는 물론 야당과 언론, 그리고 여론의 매서운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법적 절차보다 오히려 더 까다롭다. 그래서 대통령은 청와대에 인사수석까지 따로 두고 실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지방정부 대통령인 시장의 인사권 행사는 대통령에 비해 훨씬 자유롭다. 인사 대상 직급이 아래다 보니 법적 검증 절차도 덜 엄격하다. 문제는 야당과 언론, 그리고 여론의 검증 절차도 느슨하다는데 있다. 야당의 각 시당이 선거때가 아니면 작동을 멈추고 있고, 지역 언론도 덜 매섭다. 시민들도 별 관심없이 일상이 바쁘다. 시장의 인사권 행사는 별다른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야당과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들로부터 받는 매서운 감시 눈초리도 별로 없다. 이런 판단으로 본다면 대통령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막강한 인사권한을 시장은 쥐고 있다. 그래서 시장이 인천을 움직이는 것이다.
공무원 직군에서 시장을 제외하고 전문직 공무원 중 인천파워오피니언리더 115인 중 최상위는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27위를 차지했다. 건교부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국립 서울산업대 철도전문대학원장 등을 거쳐 인천에 부임했다. 대구 출신으로 무연고지인 인천에 부임한지 2년만에 파워그룹 30인 안에 든 것이다. 115인을 추천한 오피니언리더들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는 인천 파워그룹과 업무외의 별다른 네트워크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기에는 그의 근무기간이 일천하다. 조명조 시 경제통상국장과 이창구 행정부시장, 김윤환 인천지방경찰청장 등이 전문직 공무원 그룹에서 115인에 든 인물들이다. 조 국장은 인천중, 제물포고 출신이라는 프리미엄때문에 시청 국장급 중 유일하게 115인에 선정됐다. 김윤환 청장은 모강인 전 청장이 인사이동으로 자리를 옮겨 2차 조사를 위해 대체됐다. 홍종일 정무부시장은 인하대학교 출신으로 한나라당에서 오랜 당직자 생활을 하다 안 시장이 발탁한 인물이다. 공무원이라기보다는 정치인으로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매개 역할 중요도 순위'에서 5위 그룹에 올랐으나 직함에 비해 네트워크는 탄탄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헌 통합공무원노조 인천본부장이 115인에 선정돼 눈길을 끈다. 나머지 기초단체장의 경우 선거를 앞두고 있어 언급을 자제하기로 한다.
전문직 공무원들의 대거 탈락으로 그들의 네트워크는 볼 수 없었으나, 115인의 답변을 통해 인천의 행정관료들의 지역내 역할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주로 정치인과 시민단체로부터 조언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학교·경인일보 공동 조사분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