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왕표기자]부평의 정서는 인천 안에서도 독특하다. 흔히 인천 안의 또 다른 인천이라고 부평을 말한다.

조선시대에 철마산을 경계로 인천도호부와 부평도호부로 나눠져 있던 시절부터 이어져온 뭔가 다른 정서가 부평과 옛 인천에 따로 흘러왔다. 택시도 부평에서만 도는 택시와 인천 도심 쪽에서만 도는 택시가 따로 있다는 말로 인천인들은 흔히 이런 정서를 얘기한다. 극단적으로 인천시와 부평시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승객들이 부평역을 경계로 서로 넘나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을 계양 쪽에서 타는 사람은 부평역까지 가 서울행 1호선으로 갈아타고, 연수 쪽에서 가는 사람도 부평역까지 가 1호선으로 갈아탄다는 것이다. 부평역을 넘어 서로 상대 쪽으로 가야 할, 서로 소통할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는 얘기다. 생활권도 다르고, 인맥도 서로 다르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최근 이런 정서가 많이 희석돼 가고 있어 다행스럽다. 그 중심에 임남재 인천적십자사 회장, 허문명 전국문화원연합회 인천지회장(부평문화원장), 심갑섭 인천문화재단 대표가 있어 눈길을 잡는다. 인천파워인맥 조사분석을 통해 이들 3명이 기존 부평 경계를 허물고 인천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부평의 대표 원로인 이들이 인천 도심과 부평을 융합시키는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작동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함경남도 출신이지만 임남재 회장은 부평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인천고와 서울대를 나와 부평1동 북부교육청 앞에 임소아과를 연 후 그는 부평 현안의 해결사로 나서 왔다. 부평의 정치인, 경제인,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자문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부평을 대표하는 원로로 대접받고 있는 그는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과 인천고 동기동창이다. 임 회장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함께 움직이는 이가 부평토박이 허문명 지회장이다. 1살 차이지만 허 지회장은 임 회장을 깎듯이 모신다. 임 회장도 허 지회장을 친동생처럼 챙긴다. 두 사람은 인천고 동문으로도 엮인다. 이들보다 2~3살 아래인 심갑섭 대표도 두 사람을 선배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들이 인천적십자사 회장과 문화원연합회 지회장, 인천문화재단 대표 등을 맡아 부평과 인천 기존도심을 잇는 가교역을 하고 있다. 지역 유지들의 모임인 일송회 등을 통해 철마산이 가로막고 있는 경계를 허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들 이외에도 이번 파워오피니언리더 115인에 아깝게 선정되지 못했지만 정해영 인천자원봉사센터 대표, 빈종구 부평풍물축제조직위원장, 심수일 전 부평지역초등학교연합동창회장, 이필주 전 부평사랑회 회장(벽산건설 핸드볼팀 단장) 등도 인천과 부평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한 지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앞으로 부평과 인천의 정서를 한데 묶는 데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