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의 '건강한 네트워크'를 소망하면서 잉태된 인천파워인맥 해부작업은 10개월의 산고 끝에 경인일보 지면을 통해 세상에 나왔다. 네트워크가 건강하다는 것은 대체로 높은 응집력, 중심의 존재, 종(種)의 다양성, 개방형 교류 등의 조건을 갖춘 상황을 말한다. 인천파워인맥 해부에서 드러난 인천의 특징은 흥미로운 면이 많다. 소그룹간 연결은 활발하나 전체적인 밀도와 응집력은 약하다.
또 중심인물그룹이 존재하는 장점이 있으나, 중심그룹의 고령화가 염려되며 세대간 연결고리가 취약하다. 합중도시로서 종(種)의 다양성은 존재하지만, 외부수혈을 혁신원료로 사용할 정도로 개방형 교류가 활발하지는 않다는 특징을 드러냈다. 이 특징적 현상들을 '네트워크의 건강성'이라는 관점에서 진단하면 어떤 과제를 치유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소그룹주의와 세대간 연결고리의 취약은 염려스러운 현상 중 하나이다. 정치가들은 정당별로, 전문가들은 기능별 및 학연친분별, 혹은 세대별로 분파되어 활동하고 있다. 거대담론에서 소그룹주의를 녹여내려면 각 분파를 아우르는 신뢰가 넓어져야 할 것이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후쿠야마 박사가 지적했듯이 한 사회에서 소그룹주의가 태동하는 것은 낮은 신뢰에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가 낮은 사회는 소그룹별로 움직이며 그것 때문에 전체 응집력은 오히려 낮아지는 것이다. 인천의 중심그룹에 시민단체가 위치하는 것도 낮은 신뢰 때문에 시민단체가 앞세우는 공공성이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 된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면 소그룹들을 아우를 수 있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확대시킬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특별히 필요한 작업은 '매개' 역할의 확충이다. 네트워크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보통 '마당발'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그 이상으로 중요한 역할은 '매개 고리'이다. 특히 이번 파워인맥 해부 작업에서 각 소그룹을 중개하는 연결주도자가 활발한 곳에서는 소그룹주의가 많이 해소됨을 확인시켜준 바 있다. 이렇듯 연결주도자에 의해 전체 연결망의 밀도를 높인다면 주요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인천의 응집력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인천의 파워엘리트층에게 무조건 마당발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연결의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니면 연결이 끊어지거나 교류가 없었던 곳을 연결시키라고 요청하고 싶다.
세대간 연결은 인천의 전통을 가름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큰 강물은 흐르는 뜻이 있으며, 어떤 전통이든 뿌리를 갖고 있다. 인천의 현재 모습은 인천의 과거들이 직조된 희로애락의 산물이다. 그 도도한 산물에 담겨진 뜻이 바로 전통이며, 그것은 자부심이다. 전통의 힘은 부각시키고, 피할 것은 절제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뿌리를 놓친 자존심은 결국 힘이 약하며, 전통의 도움을 받지 못한 세대는 언제나 외풍에 시달린다. 글로벌 허브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인천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이 문제는 긴급 처방 리스트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간단한 비유를 통해 처방을 생각하자면, 잠시 세상에 회자했던 기업 운영의 한 기법인 '펀(fun) 경영'에 비유할 수 있다. 세대간 벽을 없애는 첩경은 펀 경영에서와 같은 흥미를 공감하는 이슈로서 만나고 서로를 경청하는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우선 이슈 선택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참여그룹이 흥미를 공감하지 못하면 잘못된 출발이 된다. 그 모임체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으나, 시간을 단축하자면 선도그룹에서 먼저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외부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생각거리가 있다. 인천은 본래 합중도시로서 배타성이 적은 도시이다. 그런데 이번 파워인맥 해부에서는 외부 자원의 유입과 소화 측면에서 기대에 아직 못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외부와의 단절은 우물안개구리란 의미며, 지나친 외부와의 소통은 내적 응집력에 상처를 준다. 세계는 현재 '개방형 혁신'이라는 패러다임에 이미 들어서 있다. 자신만의 혁신으로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며 외적 자원의 효과적 활용이 성패를 가른다는 진부하지만 영원한 교훈이 아직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번 파워인맥 해부에서 아쉬운 점은 다양한 계층의 인천시민을 담아내지 못하고 오피니언리더층에 한정되었다는 한계이다. '과연 인천의 내면을 해부했느냐'라는 질문에 고개 숙여진다. 다만 단순한 인기순위 조사와 같은 초보 수준을 넘어서서 숨겨진 내면을 찾고자 했다는 노력을 소중하게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제 인천의 숨겨진 내면의 한 모습이 세상에 나왔다. 그 모습을 더욱 멋지게 만드는 것은 결국 접화군생(接化群生)의 삶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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