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글로벌시대, 지방공동체와 공공저널리즘의 만남'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지역신문 지원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토론회 참석자 명단


제1세션 '지방공동체와 공공저널리즘의 만남'

사회자: 윤영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 제1주제: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역언론'

-발제자: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교수

-토론자: 강내원 단국대학교 교수

-토론자: 류웅재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제2주제: '지역언론의 정체성 모색'

-발제자: 반현 인천대학교 교수

-토론자: 이정훈 대진대학교 교수

-토론자: 유재명 경인방송 보도국기자

제2세션 '위기의 저널리즘, 지역언론의 미래전략'

사회자: 윤영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장

■ 제3주제: '지역신문 지원방안에 대한 국가별 비교연구'

-발제자: 심영섭 건국대학교 강사

-토론자: 정연구 한림대학교 교수

-토론자: 윤인수 경인일보 미디어전략부장

# 제1주제-풀뿌리민주주의와 지역언론

■ 발제자: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교수

[경인일보=]지역언론 발전이라는 학술적 주장을 15년째 하고 있다. 매년 새로운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학자로서 민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언론의 어려운 현실이 변한 게 없기 때문에 원론적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고 지역사회가 잘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진정한 지역공동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체성이 취약하다. 특히 경기도는 더욱 심하다. 도민 절반 이상이 자신을 서울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장이 누군지는 알아도 경기도지사를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조건은 다양하다. 성별, 연령, 소득, 교육, 주거기간 등 인구학적·사회학적 변인에 따라 공동체 의식 수준에 차이를 보인다. 이와 더불어 지역에 대한 관심도, 인지도, 만족도가 높을수록 공동체 의식 수준이 높다는 게 입증됐다.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 바로 지역언론이다. 상호 원활한 의사소통 시스템이 정착 돼야 지역공동체의 발전도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지역언론이 수적으로는 크게 늘어났다. 현재 전국에는 80여개의 지방일간지, 12개의 지역민간방송, 500여개의 지역주간신문들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 언론과의 상대적 비율은 9대 1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중앙집중 비율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네덜란드, 일본 등은 전국지와 지역지 비중이 6대 4 수준이며 뉴질랜드와 스위스는 지방지가 9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역언론이 지금과 같이 부실한 상태에서 지방분권에 필요한 여론 수렴이나 합리적 정책 결정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한 실정이다. 오히려 섣부른 지방분권은 감시와 견제가 없는 상태에서 지방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더욱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자치단체장의 비리로 인한 수사와 구속이 잇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중앙집권적 언론 구조가 시급히 개선돼 지역분권적 언론체계가 형성돼야 한다.

지역사회의 부조리·비효율을 감시하고, 지역사회의 경제적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선진 민주국가의 필수적 소통 수단인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흥 방안을 모색할 시점이다.


■ 토론자: 강내원 단국대학교 교수

60명 학생이 듣는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중 70%는 경인지역을 포함한 지방학생이다. 수업중에 지역신문을 구독하는 학생이 있냐고 물었다. 1명도 없었다. 비정기적으로 지역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보냐는 질문에도 마찬가지 응답이 왔다. 안보는 이유로는 '재미없다, 읽을 만한 게 없다, 촌스럽다'가 다수였다.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분명히 지역신문이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장 교수님이 "선진민주국가의 필수적 소통 수단인 지역언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진흥 방안을 모색할 지점이다"고 말씀하셨다. 언론 스스로 모색할 방안이 있다고 본다. 먼저 보도기사 작성을 통한 방안이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전과 같은 경마식 보도로는 시민을 향한 저널리즘의 효과가 없다. 시민과 함께 하는 저널리즘, 시민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반영하는 공공 저널리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다양한 층위의 지역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보도가 필요하다.

지역언론은 단순 뉴스가 많고, 탐사·기획·심층보도가 없으며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공 저널리즘적 취재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일회성 보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도해야 한다. 스프린터가 아니라 마라토너가 돼야 하는 것이다. 사건 보도의 경우 지역 범죄율이 높은 이유를 찾아내고, 지역민들이 범죄에 대해 느끼는 불안과 그들이 생각하는 해결 방안 등을 공론화하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 언론은 장기적 보도가 어려운 이유로 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든다. 공동취재는 아니더라도 언론이 공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신문·방송·인터넷 등이 지역문제를 각각 따로 보도하고 있다. 공조를 통해 지역사회 구성원의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다. 또한 언론관련 학과들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전일보는 충남지역 여러 학교 대학신문과 공조하고 있다. 매달 한번 면을 할애해 대학신문이 만들어내는 기사를 게재한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밀착취재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하다.


■ 토론자:류웅재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장 교수님은 발제를 통해 1990년대부터 시행됐으며 최근들어 사회적 관심과 담론이 증폭되고 있는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지적해 주셨다. 지역간 균형 발전과 지방자치를 정착시킬 인적·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말씀이 강준만 교수가 '서울대의 나라', '지방은 식민지다' 등에서 제기한 문제와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비판하는 지역언론의 부실을 지적하며 건강한 지역언론의 역할을 강조해 주셨다.

지역언론이 활성화돼야 지방자치와 선거에 있어서의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정치인과 유권자간의 소통 부재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민주국가에서 건전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듯 지역사회 단위에서의 건전한 공론의 장으로서 언론의 역할은 막중하다. 이 없이 경제발전과 민주주의의 정착은 어렵다고 본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언론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거대 중앙언론으로부터 소외받는 지역민들에게 양질의 정보와 알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

■ 발제자: 반현 인천대학교 교수

지역언론이 위기라고 한다. 감히 개인적으로 말씀드리면 지역언론이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나. 태생적으로 위기였다. 그렇다고 지역언론이 존재가치가 없냐. 그렇지 않다. 분명 존재가치가 있다. 지역성 구현이 가장 큰 이유다. 중앙언론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지역언론이 수행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의 지역성은 공간적·지리적 개념에서 한 단계 나아간 개념이다. 특정 지역 사회의 고유한 이해와 관심사가 반영된 사회적 지역성을 지역언론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용해 보도할 필요가 있다.

경인지역 신문 1면과 전국지 지역면 분석을 통해 지역언론의 사회적 지역성 구현에 필요한 몇 가지 실천 방안을 고민해 봤다. 기사내용의 행위자를 분석한 결과 경인일보, 경기일보, 인천일보 3곳 모두 행정관료 및 행정부서가 주체가 된 기사가 5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지역언론의 고질적 문제로 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공공저널리즘 실천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시민취재원의 포함 비율은 경인일보 36.8%, 경기일보 25.0%, 인천일보 0%로 나타났다. 단, 인천일보는 분석 기간 기획 보도가 집중돼 시민취재원보다 전문가 의견 청취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일간지는 시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시민들 속에 내재된 이야기를 끌어내 그들의 견해를 알려주는 대변자가 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포함 비율이 저조한 수치다.

시민 참여가 잘 반영된 예로 경인일보의 '50인 휴먼다큐'를 들 수 있다. 50인 휴먼다큐는 지역 인물들의 미담을 취재한 것으로 시민이 취재원인 동시에 기사의 주인공이 된 경우다. 이런 유형의 기획기사는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지역성과 공공저널리즘 구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밖에 지역언론은 기사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비율이 40%대에 머물렀다. 전문가 의견을 다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해결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언론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지역 언론사의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지역민의 충성도와 지역성을 고취해야 한다. 다음으로 지역민들과 정기적 유대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또, '지역 미디어-시민 발전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


■ 토론자:이정훈 대진대학교 교수

반 교수님의 발제 잘 들었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이 있다. 중앙지로 조선일보, 한겨레 수도권면과 경인지역 3개 신문 1면을 비교한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1면은 1면대로, 지역면은 지역면대로 특수성이 있는데 이를 비교하는 데는 연결 고리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다음은 연구 디자인의 문제다. 중심주제의 행위자, 보도주제와 발행지역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전국지와 지역지의 비교분석을 했고, 시민취재원 포함, 이슈 관련 심층정보 제공, 대안 제시, 시민 참여정보 통계분석은 경인지역 신문끼리 비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변수가 서로 달라져 정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염려가 가능하다.

■ 토론자: 유재명 경인방송 보도국 기자

현업인으로 느낀 점이 많다. 지역언론이 위기고, 벗어나려면 지역의 공공 저널리즘을 실천하라는 말씀에 반성도 된다.

경기지역은 정체성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언론이 만들어야 한다.

독자와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시됐음에도 불구, 논의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역언론의 한계성이 있다. 비판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기업이다 보니까 이윤도 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관급 기사에 치중하고 관에 의존하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천하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시스템을 바꾸려면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현재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 있지만 특별법만 갖고는 어렵다. 일반법 전환 요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별법의 일반법 전환은 지역언론이 지역민주주의를 이끌어 가는 제 역할을 하고,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시급한 문제다.

■ 발제자: 심영섭 건국대학교 강사

지역신문 지원에 찬성하는 입장은 다음과 같다. 먼저 공익성 논리로 시장의 실패로 인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신문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다음으로 독과점으로 인한 획일성에서 벗어나 문화적·지역적 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 지원이 좌파적 정책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신문지원은 국가적 필요성에 의한 것이다.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의 우파정부들은 신문지원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정책으로 받아들였다. 프랑스는 보수적 성향의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직접 신문 지원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지원정책을 강화한 사례가 있다.

시장경제가 점점 더 독과점화 되고 오락화되면서 신문 정보의 생산기능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신문콘텐츠의 사회적 효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신문기업이 직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이를 위해 지역신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신문 지원을 통해 정보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 토론자: 정연구 한림대학교 교수

지원만 잘 되면 지역신문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원한다고 해서 꼭 될 것 같지 않다. 신문이 잘 해야 한다. 콘텐츠의 문제다. 기사를 잘 못 쓰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당수의 지역언론은 신문의 질보다 영리추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지역과 더불어 지역 언론 스스로의 반성이 요구된다.

독자 측면에서도 지역신문이 어려운 요인이 있다. 강원도를 예로 들면 신문을 읽을 독자가 없다. 학력과 소득, 의식이 뒷받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학회도 충분한 고민이 없다. 지역언론 연구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학자들도 관심이 없다. 결국 깊이 있는 논의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지원은 지역언론의 의지를 북돋울 수 있다. 그러나 독자와 학회의 문제는 여전하다.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학계가 해야 할 일이 많다. 단순 연구에 그치지 말고 교수와 학생들이 신문사와 공동으로 신문 제작에 참여하는 등 유기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 토론자: 윤인수 경인일보 미디어전략부장

2009년 7월 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 관련 법의 통과로 신문사와 대기업이 종합편성채널의 지분을 30%까지, IPTV는 49%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대기업과 신문재벌 등 거대 자본이 언론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유력신문과 방송 등 대형 미디어산업의 진흥 및 시장형성을 위한 제도 개선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반면 서울 중소신문 및 지방 유력 언론 육성을 위한 정책 지원은 매우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무가지와 경품제공을 제한하는 신문법 10조 삭제 및 신문고시 폐지 움직임을 지방언론의 연대를 통해 겨우 원상복구시킨 경험이 있다. 지역신문 지원을 위한 기본법인 지역신문지원특별법은 존치 시한에 몰린 채 이를 대체할 입법과정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별법의 일반법 전환이 눈앞의 과제로 다가와 있다. 다급한 지역언론의 현실을 감안해 학계와의 진지한 연대를 제안한다.

심 교수께서 발제하신 서구의 지역신문지원 사례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지역신문법 개정안에 반영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서구의 지역신문 지원사례가 미디어빅뱅이라는 시대적 환경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을 전제로 한 지원에서 다매체 환경에 맞춰 매체별 지원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종합편성채널을 예로 들면 현재 유력언론들은 배점상 가산점을 받기 위해 지방언론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지방언론 입장에서는 매체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종편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진입하고 싶지만 자본 참여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를 고려해 종편이라는 특혜를 주는 대신 지방언론 육성이라는 사회공헌 내지는 지방공공재 보호의무를 심사항목에 반영해 지방언론 참여를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