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종화기자]꼬막으로 유명한 벌교가 최근 태백산맥 문학관 개관을 즈음해 스토리가 있는 문학기행 1번지로 부각되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중심 공간인 벌교에는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꼭 근대 유적을 즐기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등장인물의 삶을 추적하다보면 해방전후부터 6·25까지 아픔의 시대를 살아낸 옛 사람들의 힘겨운 삶이 전해지는 듯하다. 봄의 향기를 느끼기 위해 떠난 벌교에서 화사한 꽃 사이에 숨어있는 격랑의 시대, 그 흔적들을 짚어봤다.
■ 이른 봄, '벌교'
지난 10일 문학기행 1번지로 꼽히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여행을 위해 소설의 배경지 벌교를 찾았다. 5시간여 동안의 대중교통으로 도착한 벌교는 한국의 여느 시골 마을과 다름 없었지만 곳곳에 오래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작가 조정래씨가 태백산맥의 등장인물을 탄생시키고 그들의 흔적을 만들어 낸 옛 건물들이다.
벌교 읍내 중심의 문학기행은 도보로 할 경우 3~4시간여 걸린다. 우선 벌교버스공용터미널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태백산맥 문학관이 위치해 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벌교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 문학관부터 찾는 게 좋다. 문학관 주변에는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악덕지주 현부자집 배경이 되는 박씨 제각이 있어 태백산맥의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문학관 오르는 길에는 벚나무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만 박씨 제각과는 사뭇 잘 어울린다.
문학관을 둘러보고 다시 읍내쪽으로 향할 때는 좀 걸어야 한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없다. 벌교천을 거닐다 만나는 갈대의 하늘거림에 눈길을 주다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중도방죽길을 따라 걸으면 일제 강점기 벌교읍이 형성되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벌교시장이 나온다. 중도방죽은 하대치의 아버지 하판석 영감이 등이 휘어지도록 돌덩이를 져 날라 쌓은 곳이다. 시장 뒤편의 길을 따라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태백산맥에서 옛 술도가터(현 국일식당)가 나오고 일제식 건물의 보성여관과 옛 금융조합, 벌교제일교회를 볼 수 있다. 보성여관은 최근 문학기행을 위해 벌교를 찾는 사람들이 일본식 건물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부 수리중이다. 다시 홍교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면 김범우가 생활했던 옛 가옥이 나온다.
■ 역사 대하소설 '태백산맥'
소설 '태백산맥'은 휴전선으로 남북으로 잘린 한반도의 허리를 의미하며 민족 분단을 상징한다. 태백산맥에는 벌교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270여명의 등장인물들이 이념의 대립과 다양한 모습으로 불행했던 시기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격동의 시대를 들려주고 있다. 태백산맥은 '여순사건'이 있던 1948년 늦가을 벌교 포구를 배경으로 제석산 자락에 자리 잡은 현부자네 제각 부근에서부터 시작해 빨치산 토벌 작전이 끝나가던 1953년 늦가을까지를 담고 있다.
소설의 중심이 되는 벌교는 실제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어린 시절 마음의 안정을 찾던 벌교에서 이곳 사람들이 겪어야만 했던 험난했던 시절에 대해 마음으로 느끼고 창작의 꿈을 키웠다. 태백산맥에 김범우의 집으로 표현됐던 임봉열 가옥은 조정래의 어린 시절 친구의 집이라고 한다.
■ 태백산맥 문학관
태백산맥 문학관은 소설의 시작인 제석산 자락 현부자집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김원씨가 디자인한 문학관은 지상 1층, 2층 전시실과 4층 전망대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관 1층은 조정래씨가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수년간 벌교를 비롯해 지리산 일대까지 발로 거닐며 취재한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친필 수첩과 그가 사용했던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또 조정래 작가의 친필원고 1만6천500매가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조정래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고 관람객들이 아늑한 분위기에서 예술 관련 책들을 읽을 수 있는 문학사랑방이 있다. 또한 2층 전시실 한 편에는 작가가 직접 거주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 살아있는 문학관으로서 유사 문학관과의 차별화된 공간이 있다.
전시실 밖에는 일랑 이종상 화백의 높이 8m, 폭 81m에 이르는 '원형상-백두대간의 염원'이라는 제목의 세계 최대의 야외건식 옹석벽화가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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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퍽한 우리네 삶을 닮은 갯벌… 그속에 감춰진 숨은보석 꼬막
벌교읍에 들어서면 내륙의 정취보다는 포구와 중도방죽길의 정취가 아름답다. 벌교 앞바다를 여자만이라고 부르는데 이 곳은 서해안의 갯벌에 비해 깊고 조수 폭이 넓다. 꼬막을 캐는 여인네들이 깊은 뻘(개흙의 방언)을 다니기 위해 뻘판을 타고 다니는 모습은 막 곳만의 풍경이다.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벌교 갯벌에서는 꼬막, 짱뚱어, 새꼬막, 피꼬막, 맛조개, 전어, 낙지 등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 이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것은 벌교 꼬막이다. 여행 중 이곳 별미인 꼬막을 즐기고 싶다면 벌교시장 주변의 꼬막 전문점이나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촬영지인 '현부자네 꼬막집(061-857-7737)'이 인기다. ※ 자료 제공 : 보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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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 가는 길
▲ 승용차
-서울 → 광주 → 화순 → 사평 → 곡천 → 벌교 4시간 10분거리
▲ 고속버스
- 서울 → 벌교 1일 2회
- 수원·인천 → 광주광천터미널 → 시외버스벌교행
- 순천버스터미널 → 시외버스벌교행
▲ 항공편
서울 → 광주착 → 시외버스벌교행
서울 → 여주착 → 시외버스벌교행
▲ 기차
- 서울 → 광주 → 벌교
- 서울 → 순천 → 시외버스벌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