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동아프리카의 대표적 빈민가인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키베라 지역에는 양철집 지붕마다 물이 가득한 플라스틱병들이 줄지어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이 지역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거의 모든 집의 지붕에 늘어선 투명한 물병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그 이유를 궁금해한다.

   일반 도시 거주자의 쇼핑목록에는 생수병이 포함되겠지만 이곳 빈민가 주민들은 태양을 올려다보며 그들이 마실 깨끗한 물을 준비한다.

   거의 모든 식수원이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 빈민가에 플라스틱병과 햇빛을 이용한 간단한 정수방법이 6년 전 소개된 이후 많은 주민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고 현지 일간 더 스탠더드가 전했다.

   3ℓ 들이 병에 물을 채우고 하루나 이틀 지붕 위에 늘어놓는 소위 '태양을 이용한 식수 살균(Solar Water Disinfection, Sodis)'은 자외선이 물속에 포함된 모든 병원균을 죽여 인간이 마시기에 알맞은 상태로 만든다는 개념으로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한다.

   이 사업은 지난 2004년 스위스의 비정부기구 '개발도상국에서의 물과 위생(Water and Sanitation in Developing Countries, Sandec)'이 처음 도입한 이후 케냐 식수개선 단체인 '건강을 위한 케냐 식수(Kenya Water for Health Organization, KWAHO)'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키베라 시범사업 성공 이후 Sandec은 타히르 칼투마 등 지역사회 지도자들에게 Sodis를 교육시켰고 칼투마 등은 지역 Sodis그룹을 조직해 케냐 서부와 북동부 지역으로 그 적용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마마 소디스(Mama Sodis)'로 불리는 칼투마는 주민을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처음에는 거부하던 주민들이 지금은 플라스틱병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아쉬워한다"면서 "그들은 단지 물을 태양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세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키베라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교무주임인 재클린 아디츠는 배앓이로 결석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며 "이 기술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학교와 같은 공공시설에 적합하다.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정수방법을 사용했는데 이제 교실 지붕 위에 물병을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라며 만족해했다.

   스위스의 수자원 연구기관인 EAWAG(Swiss Federal Institute for Aquatic Science and Research)가 KWAHO와 공동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Sodis가 물속에 함유된 미생물을 죽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Sodis 식수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 수인성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42%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Sodis는 유엔 산하 해비타트(Habitat),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아동기금(Unicef) 등으로부터 최고의 파트너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