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안성/이명종·김신태기자]안성시가 지난 2008년 8월 지역 균형 발전과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시 외곽으로 이전해 영업을 시작한 가사동 터미널이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사동 터미널이 경부고속도로 IC와 정반대인데다 너무 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보니 운영 2년여째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안성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은 극히 저조한 상태다. 여기에 시행사의 자금난 등으로 지난해 2월 공사가 중단된 터미널 복합상가는 현재 골조만 세워진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터미널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일 안성시에 따르면 시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구 서인동 터미널이 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 시내 중심가를 운행하는 버스 노선 등으로 인해 교통 흐름 등에 큰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터미널 이전을 추진했다.

▲ 터미널 복합상가 공사가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중단되면서 철골만 남은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시는 이에 따라 이·통장들의 투표를 거쳐 지난 1997년 4월 가사동으로 버스터미널 부지를 확정한 뒤 공영개발과 민영개발이란 지루한 논란 끝에 수년여가 지난 2004년 민간 개발을 결정했고 입찰을 통해 2005년 11월 웅암개발(주)와 계약을 체결, 현대식 터미널(가사동 182, 건축면적 2천61㎡, 연면적 1만64㎡, 지하 1층, 지상 5층)을 신축했다. 웅암개발측은 또한 터미널 바로 옆에 복합상가인 베가시티(가사동 182의1, 건축면적 4천816㎡, 연면적 3만9천258㎡, 지하 2층, 지상 7층)를 추진했다.

그리고 2008년 8월 1일부터 영업에 들어간 가사동 터미널에서는 현재 금호·동양·경기·대원고속 등 노선 버스와 백성운수·협진여객 등 운수업체들이 영업(20여개 노선)을 하고 있다. 매표와 배차는 금호고속이 위탁 운영중이다. 이들 버스들은 교통이 혼잡한 시내 중심가를 지나지 않고 시 외곽도로인 38번 국도를 이용키로 했다.

하지만 가사동 터미널이 논과 밭밖에 없는 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삼죽면, 보개면 등 동부권 일부 주민들만 주로 이용, 하루 평균 이용객이 1천여명도 되지 않을 정도로 외면을 받고 있다. 시내 중심지역 주민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서울이나 수원 등을 갈 경우 시내버스를 타고 가사동 터미널까지 가서 다시 고속·직행버스를 타고 갔던 길을 되돌아 와야하는 불편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굳이 가사동 터미널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부 노선의 경우 중앙대 안성캠퍼스(대덕면 내리)와 한경대학교(석정동)의 매표소를 이용하면 이들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가사동 터미널의 이용객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 물론 가사동 터미널을 이용하는 것보다 중앙대나 한경대 매표소를 이용하면 버스 요금이 저렴하다.

하지만 출퇴근시 일부 노선이 한경대를 경유하게 되면서 버스들이 38번 국도를 이용하다 시내로 진입할 수 밖에 없어 일부 시민들은 출퇴근 시간이 10~20분 더 걸리게 됐다며 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 안성 가사동 터미널이 논과 밭 사이에 나홀로 위치해 있어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가사동 터미널과 함께 개장을 추진하던 복합상가는 분양 저조와 시행사의 자금난 등으로 지난해 2월 공사가 중단되는 악재까지 겹쳐 가사동 터미널의 활성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버스 업체들은 매월 1천여만원 정도의 적자를 보고 있다며 시의 지원 대책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대원고속 관계자는 "하루 평균 1천여명의 시민들만이 터미널을 이용하고 있어 적자를 보고 있다"며 "하루 2천500~3천명 정도가 돼야 그나마 수지 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가사동 터미널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금호고속 관계자는 "가사동 터미널의 경우 현재 차고지 개념만 있을 정도로 이용객들이 한산하다"며 "터미널이 공익시설이다보니 적자를 내도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시의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버스 노선이 출퇴근 시간대 한경대를 경유하게 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터미널 운영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터미널 운영 정상화를 위한 예비공문을 이미 시에 보냈다는 금호고속측은 이번 주안에 공식 공문을 시에 접수해 대책 마련을 촉구키로 했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당초 터미널을 이전하면서 시내는 경유하지 않기로 했다가 주민들의 민원으로 뒤늦게 한경대에 매표소를 만들어 터미널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그동안 터미널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시에 끊임없이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지만 시에서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는 상태로 손실에 대한 시의 예산지원 등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3년 7월까지 5년간 위탁·운영 계약을 맺고 있는 금호고속측은 만약 시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 만료후에는 운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현재 논과 밭에 나 홀로 위치해 있는 가사동 터미널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근에 뉴타운(신도시) 등의 개발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터미널 옆에 아파트 등의 부지(11만9천750㎡) 가 마련돼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한 상태로 이마저도 경제 불황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현재 마땅한 사업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당초 터미널을 이전하면서 주변에 뉴타운 등을 함께 추진했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주변을 개발해 터미널 활성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터미널 복합상가도 당초 계획대로 예식장과 영화관, 아울렛 등의 시설이 조속히 들어서야 터미널 이용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로서는 현재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복합상가의 공사와 관련, 5월말께면 상가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될지에 대한 여부가 결정이 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사업권을 다른 곳에 넘길 것인지 아닌지 등의 향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터미널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을 논의해 왔다며 2012년 이후 도시개발 등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