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 경기 의정부, 남양주 수락산(638m)~서울 노원구, 경기 남양주 불암산(508m)
■ 산행일시 : 2010년 5월 1일 (토)
■ 수락산과 불암산을 잇는 6시간의 번잡한 산보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한파에 때를 잊은 눈보라가 4월 말까지 기승을 부렸다. 게다가 경기권에 닥친 구제역의 된서리에 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의 각종 봄꽃 축제가 취소되면서 가뜩이나 산불조심기간에 갈 곳 헤매는 발걸음들이 수도권 인근으로 향한다.

최근에는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긴급차관을 받을 당시와도 같이 전철표 한 장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전철산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IMF 당시보다 한결 나아진 접근성과 늘어나는 등산 인구에 발맞춰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덕분에 뒷동산 산행처럼 가볍게 나설 수 있는 곳이 바로 수락산과 불암산이다.

나무만큼 많은 바위 덕분에 좋은 전망은 기본이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쏟는 땀방울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은 덤이니 덕분에 뱃살 줄어드는 고민 좀 해 보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나설 일이다.

■ 사고지역 1순위인 아찔한 홈통바위(기차바위)

지하철 7호선 장암역 앞은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15분 간격으로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들, 환승주차장의 7천원짜리 종일 주차권을 끊은 등산객들이 지방에서 대절해 온 버스에서 내리는 등산객과 한데 뒤섞여 석림사 방향의 석천계곡가를 따라 오른다.

문득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보장된 삶이 있었음에도 그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술 한 잔과 담배 한 갑에 행복해 하며 수락산을 오르내린 고(故) 천상병 시인의 발자취가 궁금해졌다.

그는 '약수터'라는 시에서 '내가 새벽마다 가는 약수터 가에는/ 천하선경이 아람드리 퍼진다./ 요순(堯舜)이 놀까말까한 절대 미경(美境)이라네… 반드시 있을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운치와 조화와 빛깔이 혼연일치하니,/ 이 세계의 극치를 이루었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서 선경(仙境)을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받은 후유증이었을까. 아이와 같은 천진한 웃음으로 세상에 소풍 나왔던 그의 발자국을 따라 산길을 오르는 길가로 생전에 무척이나 예뻐했을 진달래 꽃의 고운 빛이 한가득이다.

석림사를 지나 암릉길로 접어든 사람들과 마주하는 능선길에 다다르자 땀이 흐른다. 게다가 멀찌감치 우뚝 솟아 있는 기차바위의 위용이 다가갈 엄두를 못 내게 다소 위압적이어서 미리 쉬어보려 아무렇게나 바위에 널브러져 땀을 식힌다. 홈통바위에 다다르기 전 동편의 금류계곡에는 금류동(金流洞), 은선동(隱仙洞), 옥류동(玉流洞) 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며 그곳에서 떨어지는 물을 보고 수락산(水落山)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설(說)도 있다.


■ 사람 잡는 동네 뒷산

상계동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뒷산이 되어버린 수락산은 수도권 산 중에 사고가 많기로는 네 번째로 3년간 317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도 안전장구 없이 암벽등반을 하거나 음주산행, 자신의 신체여건을 고려치 않은 무리한 산행 등은 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119 산악구조대를 등산로 입구에 전진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홈통바위만큼이나 사고가 빈번한 철모바위를 지나 도솔봉 삼거리에서 능선 왼편으로 접어들어 덕능고개로 하산을 한다.

불암산과 이어지는 능선이기에 고갯마루로 내려서는 수고스러움은 충분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려온 만큼 올라서야 하는 길이니 짜증도 날 법 하지만 의리 하나만큼은 남자 못지않다는 일행 덕분에 기운을 내 본다. 모자를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불암산(佛岩山)으로 불리며 필암산(筆巖山) 또는 천보산(天寶山)이라고도 하는 먼발치의 바위봉우리로 가는 길은 의외로 순탄하다. 갑자기 '3번 교육생 하강준비 완료', 산과 계곡을 울리는 어느 등산학교 교육생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린다.

■ 山에서 얻는 교훈

불암산 정상에 이르자 헬기가 머리 위로 지나가 수락산 능선에서 배회한다.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후로도 몇 번의 헬기 이동이 있었으니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듯하다. 하산 후 확인한 바로는 심장마비와 사진촬영시 부주의에 의한 추락사고였다는 것이었다.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으니 새삼 안전등반을 강조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삼각산 봉우리와 도봉산 능선을 바라보는 재미와 사방으로 도시의 빌딩들을 내려다보는 불암산의 고스락은 협소한 데다 암봉이어서 사람이 많아질 경우 자칫 위험할 수 있어서 사진촬영만 하고 돌아선다. 암봉인 만큼 조망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러 갈래 길 중 하산하는 길로 잡은 공원관리소 삼거리에 다다르자 맞은편 방향에서 건각들이 줄지어 달려와 순식간에 지나간다.

불수사도삼의 5개 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다. 불암동에서 시작해서 북한산성 매표소까지 줄기차게 달리는 13시간여 자신과의 싸움에 나선 이들의 건강한 모습 뒤로 이번엔 걸어서 종주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24시간여에 걸쳐 잠 한숨 못 자며 걷는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길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산을 즐기는 것은 인간이 가진 여러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자신의 신체가 손상되거나 심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일은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르고 내리고 춥고 덥고… 인생의 단면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등산에서 포기하지 않는 한 실패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배워가는 순간 가슴에 하나씩 소중한 목표 하나가 생길 것이다.


※ 산행 안내

■ 교통

4호선 당고개역, 7호선 수락산역, 장암역, 4호선 상계역

■ 등산로

수락산역~미주아파트~시립양로원~깔딱고개~암릉코스~철모바위~정상~540봉~수락산역(6시간)

장암역~노강서원~석림사~왼쪽 능선~수락산~덕능고개~불암산~공원관리소(6시간)

상계역~중계본동사무소~학도암~불암산~절고개~덕능고개~당고개역(3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