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성호기자]"바닷가에서 갓 잡은 신선한 자연산 회를 맛보고 싶다면 화수부두로 오세요." 인천시 동구 화수부두 입구에서 차를 멈추니 옛날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이런 외진 곳에 무슨 식당이 있겠냐 싶었지만 주인장 말을 믿고 막다른 골목까지 들어서니 회색 빛 풍경속에 파란색의 '부두횟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 나타났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왔는지 식당은 제법 손님들로 북적였다. 건물 2층에 자리를 잡으니 창 밖으로 보이는 쇠락한 어촌마을의 소박한 포구풍경이 정겹다.
메뉴판도 없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사장님은 "그냥 회지 뭐"라는 현명한 대답을 하고는 알 수 없는 웃음과 함께 돌아섰다. 뭐 이런 불친절한 곳이 있나 싶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부두횟집'의 모든 생선은 자연산이다. 그날그날 화수부두, 만석부두로 들어오는 연안어선이 직접 잡아오는 제철 생선 이름이 바로 메뉴판이다.
이곳 사장 이관국(57)씨는 한때 인천수협 연안 어촌계 중매인으로도 활동했다. 사정이 생겨 그만 두고 10여년전 만석부두에 횟집을 차렸다. 그러던 중 2008년 가을에 부두가 정비되며 장사를 할 수 없게 되어 이곳 화수부두로 옮겨왔다. "아무 횟감이나 손님에게 내어놓는 일은 30년 바다 사나이의 자존심이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고 이씨는 말했다.
화수부두의 선장들 또한 그런 그를 알기에 결코 아무 생선이나 넘길 수 없다. 그런 긴장관계 속에서 이곳 횟감은 자연스레 최고의 등급을 유지한다. 이씨의 '자연산'에 대한 집착 때문에 겨울철 날씨가 안좋아 배가 며칠 못뜨기라도 하면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안주인 염순자(53)씨는 그런 남편에게 "가게를 쉬는 것보다 양식이라도 내어놓자고 몇번이나 말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좋은 생선을 좋은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이 남편이 횟집을 시작한 이유였기 때문에 더이상 강요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과연 회맛은 어떨지 광어 한 조각을 입에 넣는다. 담백하고 쫄깃한 느낌이 특별하다. 양식 횟감에 길들여져 싸구려 입맛을 가진 나도 느낄 수 있는 충분히 매력적인 맛이다.
염씨는 좋은 횟감은 칼을 대어보면 금세 알 수 있단다. 사료를 먹고 자란 양식 횟감은 기름기가 많고 살이 무르지만 자연산 횟감은 찹쌀떡을 자르는 느낌이 든다는 설명을 듣고나니 납득이 된다. 자연산 회 맛과 옛 포구의 분위기에 한껏 취해 보고 싶다면 예약은 필수. 시간과 인원수를 알려주면 그것으로 끝. 1인당 3만원의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다. (032)761-0620
사진/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