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 전북 남원 봉화산 (919.8m)
■ 산행일시 : 2010년 5월 9일(일)
■ 산악회 : 한국공인중개사 수원 권선지회 (40명)
■ 배고팠던 젊은 날의 단편

[경인일보=송수복객원기자]"학생들 여기서 자려고. 먹을 것은 충분하고. 밥은 먹었어."

지리산 대원사를 출발한지 4일째 되던 날 저녁. 복성이 뒷재 소로(小路)에 텐트를 치고 앉아 있던 꾀죄죄한 몰골의 남학생들을 보곤 인근의 목장을 운영하던 주인이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주인의 배고프냐는 물음에 "배고파요"란 말이 생존 본능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다. 한참을 바라보던 목장주인을 따라가서 쌀과 김치를 얻어와 넉넉한 저녁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1993년 백두대간을 종주중이던 때의 일이다.

금세라도 다시 찾아 올 수 있을 것만 같더니 벌써 1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평생 유럽을 떠돌던 유랑(流浪)하는 철학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성서처럼 가슴에 지니고 걸었던 길이다. "그렇다. 우리는 먼저 스스로 바다가 되어야 한다. 더러워지지 않으면서 더러운 강물을 받아들이는 바다"를 수 없이 되뇌이며 신을 부정했던 그가 초인(超人)을 창조해내기 까지 자신의 벽을 허물었던 것처럼 새로운 가치창조를 위해 고뇌하던 순간이 문득 스쳐간다.

■ 타는 듯 불 밝히는 오월의 봉화산

지리산과 덕유산의 중간에 위치한 봉화산은 백두대간 종주자들에겐 잘 알려진 산이다. 최근에는 철쭉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등산객이 아닌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 여기에 더해 1992년 경희대 민속학연구소의 고증을 통해 남원시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마을이 흥부전의 토대를 이룬 동네임이 밝혀져 봉화산 자락을 찾는 이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저온 현상으로 인하여 5월 초순에 개최되는 춘향제와 함께 꽃구경을 하기 좋았으나 여전히 늦어지는 개화 시기로 인해 관광 후 돌아서는 발걸음이 개운치만은 않다.

"꽃이 피고 지는 순리를 인간이 다 안다 어찌 말할 것이며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순리를 어찌 다스릴 수 있다 하겠습니까."


장영석(55) 등반대장이 개화가 안되었더라도 탓하지 말라며 미리 선수를 쳐둔다. 복성이재로 오르던 버스가 인공으로 조성한 철쭉단지가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새색시의 연지곤지를 연상케하는 선홍색의 철쭉이 한가득하다.

"능선의 철쭉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으니까 여기서 시간 좀 보내고 산행하도록 할게요."

장영석 등반대장이 여유를 주자 마치 자신에게 돌아올 시선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한껏 뽐내며 함께 등반하기로 한 산행객들이 철쭉꽃 사이로 파고든다.

■ 가고 싶은 길과 가야할 길의 기로

복성이재로 오른 사람들과 치재에서 만나 잠깐의 병목현상을 겪은 후 키를 넘는 철쭉 사이로 숨어들어간다.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피어있는 철쭉꽃들로 인해 능선이 붉게 덧칠해져 있는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꽃 동굴을 지나 낙엽송 사이로 부드러운 숲길을 따라 걷다 야트막한 나무들로 인해 하늘이 열리면서 봉화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오고 뒤돌아서면 백두대간 능선에 시선이 고정된다.

소나무 숲을 만나 꽃들의 향연(饗宴)이 끝나는가 싶더니 봉화산 남면으로 철쭉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억새군락지 곳곳도 붉게 타고 있었다. 또한 사방 거칠 것 없는 조망으로 남쪽의 지리산 능선으로 바래봉부터 팔랑치, 세걸산, 정령치, 만복대에 이은 성삼재까지 보이며 실상사가 자리한 삼정산과 반야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로는 백운산과 원통재 너머의 황석산~거망산의 능선이 보이고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영취산과 백운산이 북쪽으로 힘차게 뻗어 있다. 거대 비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친 후 아영면 일대의 너른 벌판을 뒤로한 채 억새군락지를 따라 944봉을 지나 함양읍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간다.

이후 첫 번째로 만나는 갈림길이 있는 양지재에서 능선 오른편 대안마을로 하산하는 길을 따른다. 다소 가파른 하산 길로 인해 "엄마 아버지…"를 부를 수밖에 없는 여성회원들의 다급한 목소리를 여러 차례 들을 수 있는 곳이니 조심스레 내려와야 한다.

하산 중 길가로 버려진 많은 쓰레기들을 보다 못해 줍던 박내영(49·여) 회원이 "꽃구경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가족 중심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선진국들처럼 환경에 대한 교육이 우리에게도 절실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하자 한 손씩 거들고 나선다.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라 그런지 푸근한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은 산행이었다. 

 
 

※ 산행 안내

■ 교통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 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장수IC~전북 남원시 번암면

■ 등산로

성리마을~짓재~철쭉군락~꼬부랑재~번암방면 하산길(철쭉군락)~번암 (2시간 30분 소요)

치재~철쭉군락~백두대간~봉화산~산불감시초소(남측)~부동마을 (3시간 30분)

봉화산~백두대간(북측능선)~광대치~함양방면 하산길~백전 (3시간 30분)


※ 한국공인중개사 수원 권선지회

이심전심 통하는 '일상의 무게' 훌훌… 불우이웃돕기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중개사들의 권익과 시장질서 안정에 기여하고자 자체적으로도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있어요."

한국공인중개사 수원 권선지회의 오봉태(53) 지회장은 "지속적인 민·관 합동단속으로 불량 거래 및 과도한 수수료 청구 등의 소비자 불만사항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전한다. 또한 "구청 민원실에서 민원인 상담과 불우이웃돕기 행사도 전개하는 등 다각도로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모임을 결성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회장 오봉태 011-724-4949 등반대장 장영석 019-352-2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