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대공원의 백범 김구 선생 동상.
[경인일보=정진오기자]인천대공원 후문 쪽에 세워진 '백범 김구 동상'을 백범의 얼이 서린 중구 개항장 일대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는 26일 인천대공원 백범 동상 앞에서는 어김없이 백범의 61주기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왜 이곳에 동상이 서 있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인천대공원 자리와 백범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은 일제 식민 수탈의 관문도시로 성장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독립·민족운동의 거점이기도 했다. 그 중심에 백범이 있다. 백범은 인천에서 수감생활을 하면서 근대의식을 깨쳤고,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가 구성되기 전에 중구 자유공원(옛 만국공원)에서 임시정부 관련 회의도 열었다. 또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는 객주 수십명이 백범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강화도의 한 인물은 백범 석방을 위해 가산을 탕진했다고 할 정도다.

백범과 인천의 연관성은 두 차례의 옥살이와 축항공사 노역, 강화에서의 교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백범의 인물됨을 알아 본 인천 사람들이 집단으로 그의 석방운동과 '민족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백범 동상 이전설의 설득력이 있다. 백범의 상징성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는 곳에 동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김구 선생과 '백범일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양윤모 인하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이 대공원 현 부지에 있는 것은 맞지 않다고 여긴다"면서 "백범 동상이 가야 할 가장 좋은 자리는 중구 '개항장'으로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는 백범과 연관이 있는 인천역, 인천항 등지를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박사는 또 "한 인물의 동상이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세우는 것이란 점에서 보면 그 인물을 기릴 수 있는 곳에 세우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인천학연구원 김창수 상임연구위원은 "백범의 동상은 그와 관련된 중구 일대가 가장 적합하다"면서 "인천은 식민도시로 근대를 통과해 나왔지만 그 인천이 민족운동과 깊이 관련돼 있다는 점도 조명할 필요가 크다"고 강조했다.

백범과 인연을 맺은 강화 출신 인물인 유완무에 대해 논문을 쓴 이희환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백범 김구 선생과 인천과의 연관성을 생각할 때 백범 동상이 지금처럼 인천의 구석에 쓸쓸히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하루 빨리 동상을 보면 백범의 발자취가 연상될 수 있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대공원 백범 동상은 1998년 인천시민 모금운동을 통해 건립됐지만, 당시 마땅한 부지를 찾지 못해 현재의 장소에 세워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