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내에서 정보 수집 활동을 하다 체포된 러시아 스파이단 사건은 아직도 냉전의 그림자가 지워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더욱이 미국 FBI가 체포한 10명의 스파이와 미국.영국 등 서방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죄로 러시아 감옥에 수감돼 있던 러시아인 4명에 대해 미.러 양국이 `스파이 맞교환'을 전격 단행한 것도 최근 20년 동안에는 거의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14일 이번 스파이단 사건에 대해 "프랑스가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한 이후 다른 나라가 미국에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등의 저서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고 수차례 퓰리처 상을 수상한 프리드먼은 `우리를 사랑하는 스파이들'이라는 칼럼에서 이번 사건은 금융위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인들 스스로 의기소침해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누군가가 수십만달러의 돈을 풀어서 미국의 싱크 탱크에 사람을 심고 무엇인가를 훔쳐 가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땡큐 블라디미르 푸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누군가가 아직도 우리의 정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 나라가 러시아라는 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전세계 최고의 공교육을 자랑하는 핀란드나, 가장 깨끗한 공직 문화를 갖고 있는 싱가포르, 금융 시스템이 미국보다 앞서 있는 홍콩, 그리고 초고속 광대역 통신에서 미국을 한참 앞서 나가는 한국에서 미국의 교육.관료사회.금융개혁.하이테크 분야의 어떤 것들을 훔치려다 들켰다면 정말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석유.가스.광석 수출이 없다면 경제가 거의 파탄 날 수도 있는 러시아, 흐루시초프 통치 때와 다를바 없이 보드카와 마트로시카 전통인형, 칼라쉬니코프 소총이 주요 수출품인 러시아로부터 파견된 스파이는 어느 나라도 달갑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프리드먼은 "러시아가 미국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들은 단돈 10달러면 살수 있는 미국 여행 안내서에 다 나와 있으며 미국의 헌법.독립선언문, 권리장전은 어느 도서관에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라면서 "러시아가 원하는 것들은 굳이 스파이를 파견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모스크바 인근에 혁신도시인 `스콜코보'를 만들어 서방의 우수한 자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인의 자유, 시장 자유주의, 법의 지배, 이민자와 혁신적인 기술 개발자들을 환영하는 문화와 토양을 만들지 못하는 한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두려움과 감독으로부터 자유로왔던 사람들만이 실리콘 밸리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