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연합뉴스) 수십년 만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에서 불볕더위를 피해 호수나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이 하루 새 71명에 달했다.

   러시아 뉴스통신 리아 노보스티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비상대책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전한 뒤 올 여름이 시작된 이후 하루 익사 사망자 수로는 최대라고 전했다.

   사망자 이외에 직전 24시간 동안 물놀이 사고를 당한 사람 중 약 20명이 구조됐으며 90명을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물놀이 사고로 모두 300명 이상이 숨졌는데 이들 대부분은 음주 상태에서 물에 뛰어들었거나 안전경고를 무시했다가 변을 당했다.

   가뭄으로 인한 농업 피해도 심각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극심한 가뭄 피해를 겪는 곡창 지역 6개 주(州)에 대해 추가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써 가뭄 피해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곡창 지역은 모두 23개 주로 늘어났다.

   아울러 러시아 농업부는 이날 현재 전체 곡물 재배량의 17%인 2천100만t을 수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만5천t이 많은 것으로 농민들이 가뭄이 닥치자 곡물 수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1헥타르당 작황이 2.81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1t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농업부는 덧붙였다.

   농업부는 올해 작황이 예상치보다 약 6% 감소한 8천500만t, 수출 물량은 약 5%가 감소한 2천만t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곡물 수확이 급감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러시아인들이 사재기에 나서 식료품 가격이 뛰고 있다고 리아 노보스티가 전했다.

   경제학자인 나데즈다 슈콜키나는 일부 지역의 밀가루 가격이 100%나 올랐다며 이는 언론 보도가 식료품 사재기를 부추김으로 인한 인위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슈콜키나는 정부가 이같은 상황에 조속히 개입하지 않을 경우 빵 소매가격이 20∼30% 오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이번 폭염과 가뭄은 기후변화 때문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기상당국은 그러나 지난 30년간 러시아 겨울 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여름 기온에서 같은 징후가 나타나지는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에서 4번째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지만 기후변화 대응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