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리=김선회기자]2009년 6월 27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3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문화재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대한민국의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소식을 우리는 접했다. 그로부터 2개월 남짓 지난 9월 2일 경인일보는 창간 49주년을 기념해 특별기획 '왕을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두 달간의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국내 최고의 왕릉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왕릉이 지니고 있는 장례, 풍수, 조경, 역사, 문화재적 가치를 제대로 찾기위해 1년간 필진들은 동분서주했다. 1대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에서부터 조선의 마지막 황제 27대 순종의 유릉까지 마치고 보니 해가 바뀌고 경인일보는 창간 50주년을 맞게됐다.
조선왕릉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시리즈에 참여했던 필진들은 '왕을 만나다' 시리즈의 종결을 기념하며 지난 8일 오후 경인일보 본사 3층 대회의실에서 '조선왕릉의 보전과 관광 자원화에 대하여'라는 특별좌담회를 가졌다. 이날의 좌담회는 경인일보가 진행했던 시리즈를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더 나아가서 우리 국민들이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와 방법에 대해서도 크게 반성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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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
조영 당시의 기록도 상세히 알려야… 왕릉의 제례 지방문화재 지정 필요
"1년 전, 우리의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마치 묻혀있던 보석이라도 찾은 양 국내의 모든 언론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야단법석을 떨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왕릉'은 우리에게 무엇이고, 무엇을 주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생각을 미리 읽었는지 알 수 없지만, 경인일보에서 능동적이고 발 빠르게 1년 연재라는, 그것도 파격적으로 지면 한 면 전체를 할애해 실었다는 점에 대해 필자의 한사람으로서 고맙고도 높이 평가한다.
이번 연재는 그야말로 단순히 옛 왕들의 무덤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있는 왕릉으로 부각시키는데 큰 일조를 했다고 자부한다. 매주 '왕을 만나다'라는 지면을 받아볼 때면 마음이 뿌듯했다. 사무실에 오는 사람들에게 신나게 자랑도 하고 홍보도 했다. 비록 조선왕릉 전체 42기 중에서 북한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국내에 있는 40기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조선 왕릉은 보존관리 측면이나 기록측면에서 볼때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정말 세계 유일무이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조선왕조 500여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왕조실록을 보면 거짓말 보태지 않고 서너 쪽 건너 한 번씩 국상(國喪)과 왕릉 관련 기사가 나온다. 왕과 왕비의 능과 천장(遷葬)한 능까지 합치면 적어도 7~8년에 한 번씩은 국상과 왕릉 공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왕릉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다. 그야말로 조선 역사의 정수와 문화가 담긴 보고라 할 수 있다. 거기에는 당시의 정치, 경제, 문화와 같은 시대상은 말할 것도 없고, 의례와 같은 풍속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왕릉을 단지 무덤 그 자체 만으로 인식하고 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캐낸 보석을 다듬어 귀하게 쓰듯이, 이제 우리도 왕릉을 단순한 무덤이 아닌 문화의 보고로서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 위해서는 보석처럼 다듬고 가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선왕릉 40기는 얼핏보면 외형상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그 무덤이 그 무덤같고, 별 특징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왕릉 그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왕릉 구조 및 기능적인 측면 외에도 능 조영 당시의 기록들을 밝혀 이를 스토리텔링화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왕릉의 활용적인 측면에 대한 것이다. 지금 강원도 영월군에서는 장릉의 제례에 대해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해서 이를 대대적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다. 지금은 전주이씨 종약원에서 기일에 맞춰 능제를 지내고 있는데, 이것도 능마다 제각각이다. 문헌고증을 거쳐 능제를 지낸다면 이것도 훌륭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도 관내 왕릉의 제례를 지방문화재화해 살아있는 왕릉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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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환 상지영서대학 조경과 교수
훼손 능제 복원·종합 관광계획 마련… 송림·잔디등 역사경관림 보전도 절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선왕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18개 지구 15개 시·군·구에 분포하며, 1천756.9ha에 이르는 방대한 면적을 차지한다. 이렇게 여러 지역에 분포하는 조선왕릉은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다. 500여년간의 장구한 역사 속 조선왕릉은 각 능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연속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따라서 각각 능원의 조영적 특성과 시대상을 잘 나타내는 부분을 잘 보존해야한다.
그런데 우리가 유의해야할 부분이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함께 조선왕릉의 발전적 보존을 위해 일부 훼손된 능제의 복원과 개발압력을 받고 있는 완충구역의 적절한 보존지침 마련 및 시행방안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인이 함께 보존하고 향유할 수 있는 종합적인 관광계획을 마련하고 해설 체계를 갖추기를 권고하고 있다. 조선왕릉이 세계유산으로 지속적 가치를 인정받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과 권고사항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훼손된 능원의 능제 복원을 위한 계획을 작성하고 유네스코에 약속한 기간내에 왕릉을 복원정비해야 한다. 유네스코에서는 매년 철저한 모니터링과 사후관리를 체크하고 있다. 대표적인 훼손지를 들면 태릉의 사격장, 서삼릉의 목장, 의릉의 학교시설, 서오릉의 국가시설 등이 있다. 지형과 제향시설 그리고 중심지역 내에 있는 금천교, 연지, 재실, 수라청, 수복방 등 기본적인 능제시설 등은 반드시 복원돼야 한다. 아니면 위험유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조선왕릉은 수도권에 넓은 숲을 이루며 역사경관림을 이루고 있다. 만일 일제강점기와 국가적 혼란기가 없었으면 우리는 현재 수백년 된 광활한 숲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히 광릉의 수목원과 청량리 수목원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식재된 사방림과 외국수종의 수종갱신작업이 이루어지고 다층구조의 종다양성을 이룬 우리의 전통적인 역사경관림의 보전 대책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조선왕릉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인 능원의 송림(松林)과 잔디공간의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종합적인 관광프로그램의 개발도 이루어져야 하며 왕릉제례에서 파생된 제례음식, 갈비와 두부 등 음식 문화도 발굴해야 한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문화민족임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세계유산이 많지 않은 편이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유산의 발굴과 계속된 세계유산 등재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높일 것을 기대해 본다."
■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교수
민간에 불하한 四山부지 재매입… 주변 환경정비 신성한 공간으로
"조선왕릉을 답사하다보면 왕릉 입구에 수많은 음식점과 위락시설들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심지어 어떤 곳은 왕릉 안까지 밖에 있는 식당의 음식냄새가 흘러들어올 정도로 심한 곳도 있다. 우선 식당과 위락시설들을 일정거리 밖으로 내보내고 주변을 정비함으로써 좀 더 차분하고 신성한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일본의 왕릉조성(명치, 대정, 소화천황릉 등)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해방이후 정부가 민간에게 불하한 왕릉 부지 가운데 최소한의 구역인 사산( 四山) 즉,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의 땅을 다시 사들여서 문자 그대로 왕릉답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풍수적으로 볼때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왕릉을 선정할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풍수인데 현대로 들어서며 풍수가 미신으로 취급받아서 그런지 최상의 풍수지리를 활용해 선정한 왕릉의 위치를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전용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안타깝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곳을 답사하는 내외국인들로 하여금 왕릉의 풍수적 이해와 풍수적 미(美)가 무엇인지 알게 함으로써 왕릉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 관람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을 관광객들도 이해하기 쉽게 안내문 혹은 책자로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왕릉의 심층적 이해를 돕게 해야한다.
한편 왕릉의 입장료 폐지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일국의 왕(王)이 잠들어 있는 곳인데, 마치 왕이 입구에서 돈을 받는 것처럼 보여진다. 일부 개인 소유의 문화유산, 예컨대 고택(古宅) 등을 답사하다보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번갈아가면서 입장료를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왕릉 입구에서 입장료 받는 것이 이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왕릉을 관리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현 국가의 재정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재 '4대강살리기'에 소요되는 비용 가운데 아주 조금만 전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왕릉 내 '감시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는 이제 그만 듣게 하고, 부드러운 안내가 필요하다고 본다. 왕릉 답사를 하다보면 일반 관람객들이 아닌 일부 풍수호사가들 및 왕릉 연구가들이 출입 제한선을 넘어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 그때마다 왕릉 관리인들이 멀리서 출입제한구역에서 나오라고 호루라기 및 큰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출입제한구역을 범하는 이들이 잘못이지만, 그렇게 호루라기까지 불어대며 설칠 필요까지야 없다. 조용히 다가가서 출입제한구역을 범한 용건을 묻고 최대한 협조 또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 염상균 화성연구회 사무처장
정부시설 이전 옛모습대로 복원… 미공개릉 손질 서둘러 개방해야
"이창환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일부 왕릉을 둘러싼 정부 시설의 이전이 시급하다. 군부대, 정부 기관, 마사회 종마장 등 왕릉과 그 주변을 가능하면 옛 모습대로 되돌리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여주의 영녕릉와 화성 융건릉 주위는 전투기 소음이 심각해 관람객들의 편의를 해친다. 정책적으로 개선이 시급하다.
왕릉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왕릉 박물관'의 건립이 꼭 필요하다. 우선 왕릉박물관에는 각 왕릉의 석물을 복제해 특징적인 것을 부각시켜 비교·전시한다. 그리고 왕릉의 구조를 알기 쉽게 입체적인 전시가 필요한데 왕릉의 입지를 지도와 함께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하면 어린이나 학생 관람객들에게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국장의례의 과정 설명도 중요하다. 왕릉박물관의 입지로는 최대의 조선왕릉군이 위치해 있는 동구릉(9개의 능이 있음)의 구리시가 적격이라고 본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왕릉의 지도와 답사자료집을 새롭게 제작해 배포할 필요도 있다. 기존의 리플릿은 예전에 제작된 것이라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내용을 보다 쉽게 작성하고 휴대할 수 있는 책자로 만들고, 외국인용 자료도 별도로 제작해 해외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해야한다. 그리고 왕릉의 지나친 보존에 치우치지 말고, 중요 왕릉은 능상 근처까지 가서 관람이 가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조성 방법이 특이한 왕릉이나 역사적인 왕이나 왕비의 능, 석물의 조형미가 뛰어난 능은 자세히 봐야 그 참맛을 알 수 있는데, 일부 능의 경우 울타리를 쳐 놓고 관광객들을 막아 아예 감상이 불가능한 곳이 있다. 더구나 미공개 왕릉이 아직 몇개 있는데 하루속히 정비해 개방해야 하며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개방을 해야 한다고 본다."
■ 이민식 수원박물관 학예연구사
자료 취합·관리할 전담 연구소 설치… 책자·투어개발 통해 관광수요 흡수
"우선 전국에 흩어져 있는 왕릉 자료를 모두 취합하고, 이를 토대로 훼손된 시설물을 복원할 수 있는 '전담 연구소(가칭 왕릉연구소)'를 문화재청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세계문화유산을 전담 연구하고 관리하는 부서가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문화재청 홈페이지 내에 왕릉의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가 있는데 오자와 링크가 잘못돼 있는 것이 꽤 발견된다. 요즘 네티즌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선왕릉 전문 홈페이지를 새로 개설해야 한다. 출판쪽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조선시대 왕릉 관리 매뉴얼의 연구와 일제강점기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정때까지 왕릉의 보존과 훼손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들이 출판돼야 한다고 본다.
관광쪽으로 생각해보면 왕릉만 관광하는 '조선왕릉투어'를 제대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각종 문·무인석을 비롯한 석물들을 인형이나 캐릭터로 개발해 팬시상품으로 제작해야한다. 또 현재는 왕릉과 관련한 리플릿만 구할 수 있는데 왕릉별로 정보가 정리된 가이드북, 도록 등이 꼭 필요하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왕릉관련 각종 서적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전문가들이 집필한 것이라 고증을 거치지 않은 것도 많고, 균형이 맞지 않게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대부분이다. 이때문에 자료나 유물의 해석도 자의적으로 판단한 것이 너무 많다. 따라서 학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중적으로 쉽게 읽힐 수 있는 도서 출판이 절실한 실정이다."
■ 조형기 경인일보 편집위원
예술적 접근 치중 기록사진 드물어… 수요자 입장 문화재청 홈피 개선을
"사진과 관련된 측면에서 말하자면 1년여간 조선왕릉을 답사하다 보니 의외로 자료가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그리고 시중에 돌아다니는 조선왕릉 관련 사진들을 많이 살펴봤는데 너무 예술적으로만 접근한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조선왕릉도 역사적 산물의 하나인데 기록물로 접근한 사진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이다. 앞으로는 좀더 많은 사람들이 왕릉의 참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사진촬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이 왕릉은 누구의 것인지 구분할 정도가 돼야한다. 전문가들의 경우 석물이나 곡장의 유무, 정자각의 모양, 봉분의 형태만 봐도 누구의 능인지 구분한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각 능마다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때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왕릉에서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라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곳이 있다. 이럴경우 관람객들이 허탕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이런 점이 조금은 아쉽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기본적인 왕릉의 정보만 들어 있고 현재 왕릉에는 어떤 변화가 있으며 어떤 부대행사들이 진행되는지 거의 소개되지 않고 있다. 왕릉 관계자들이 이런 점에 조금만 신경써도 관람객들은 좋은 관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경인일보 창간특집 조선왕릉 순례기 '왕을 만나다'를 마칩니다. 1년여동안 관심어린 성원과 부족함을 지적해주신 여러 독자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