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으로 기본기를 익히고 실력을 다진 황금세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기쁜 소식을 전하자 이번에는 앳된 20세 이하(U-20) '태극낭자'들이 한국 축구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4강 진출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비록 안타깝게 결승 진출의 문턱에서 강호 독일에 1-5로 대패하며 발목이 잡혔지만 한국 여자 축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축구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한국 여자 축구는 그동안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일본, 호주에 밀리면서 역대여자 월드컵에 단 한 차례(2003년 미국 대회) 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U-20 여자 월드컵 역시 2004년 대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출전이었다.

   하지만 올해 U-20 여자 월드컵에 나선 태극낭자들은 선배들과 다르다. 이전 선배들이 다른 종목에서 전향해 축구를 시작했다면 이번 대표팀 선수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축구로 운동에 입문, 기본기부터 철저하게 다져진 '순수 축구인'들이다.
 
   '슈퍼스타' 지소연(한양여대)도 이문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오주중과 동산정보산업고 축구부를 거치며 정확한 기본기와 테크닉을 익혀 골잡이로 올곧게 성장했다.
 
   초창기 한국 여자축구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하키, 육상, 핸드볼 등에서 활약하다 새로운 종목인 축구에 투신했다. 이 때문에 기본기보다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먼저 배워야만 했고, 기술적 발전에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 1990년 9월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과 처음 국제경기를 치른 여자 대표팀은 무려 13골을 내주며 1골을 넣는 최악의 결과를 맛봐여만 했다. 사흘 뒤치른 일본과 두 번째 친선전에서도 한국은 0-5패를 당하면서 엄청난 실력 차를 실감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가 본격적 발전기에 접어든 것은 지난 2001년이었다.
 
   당시 이지은(예성여고 감독)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앞세운 한국은 2001년 8월 브라질, 일본을 초청해 치른 토토컵에서 일본과 브라질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그때부터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생기기 시작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달성과 더불어 여자대표팀이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본선에 처음 출전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을 계기로 여자 축구에도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연령별 대표를 선발, 전임강사를 투입해 본격적인 조련을 시작했다.
 
   축구협회의 지원 속에 실력을 키워나간 선수들이 바로 지소연과 정혜인(현대제철), 이현영(여주대), 김나래(여주대) 등 현재 U-20세 대표선수들이다. 이들은 최대7년 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오면서 여자축구의 황금세대를 구성했다.
 
   안종관 전 여자대표팀 감독은 "지금 U-20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시작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축구만 해온 선수들이다"며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 파주NFC에서 전임강사들의 지도를 통해 유소년 시절부터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1, 2세대 선수들은 다른 종목에서 전향해 축구를 해온 터라 기본적으로 실력 향상의 한계가 있었다"며 "지금 U-20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신체 밸런스를 축구에 맞춰왔고 패스와 킥이 뛰어나다. 볼 터치부터 선배들과 차이를 보인다. 연령에맞는 훈련을 체계적으로 받아온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