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임승재·오지희기자]전국에서 최고의 밥맛과 미질을 자랑하는 인천 강화쌀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식습관의 변화로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는데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쌀 지원이 중단되면서 지방의 저가미들이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햅쌀 출하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지만 창고마다 아직 팔리지 않은 재고 벼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는 쌀값에 농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쌀값 폭락에 농민들은 대부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쌀을 수매한 산지 농협들도 재정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수확을 앞두고 재고를 없애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수매가보다 낮은 값에 쌀을 내놔야 하는 형편이다.
농민 등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정미소는 더 문제다. 재고 쌀을 처분하지 못해 부도 직전으로 몰린 정미소가 하나 둘이 아니다.
청정 이미지를 갖고 있는 강화쌀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인천지역 내 다른 쌀들은 지방 저가미의 공세에 밀려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십상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이달 초 인천지역의 지난해 생산된 쌀 재고량은 정곡 기준으로 총 5천353t에 달하고 있다.
재고량이 넘쳐나면서 강화쌀(20kg)의 시중 판매 가격도 현재 4만원 수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가량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품종을 단일화하고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쌀 브랜드 난립이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품질관리 부실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미 다른 지역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품종을 하나로 통일시켜 단일 브랜드로 쌀을 시중에 유통시키고 마케팅 전담 조직을 운영해 상품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무농약 친환경 쌀 재배를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웰빙'(Well-being) 열풍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이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취지의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을 정착시키는 일도 현 시점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우리 농가가 처한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멀게는 농촌과 도시가 서로 상생하는 나눔의 지역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 로컬푸드 운동의 일환으로 인천시는 17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강화쌀 팔아주기 범시민 운동 발대식'을 연다.
올해 창간 50주년을 맞은 경인일보는 인천의 대표 농산물인 강화쌀을 통해 우리 농가의 현 주소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과 대안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