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임승재·오지희기자]강화도 등 인천지역 농가와 산지 농협이 재고 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당장 올 가을 벼 수매가 하락을 걱정하고 있고, 지난해 생산된 재고 쌀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지역농협들은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인천쌀 비상! 곳간을 비워라!

인천지역의 지난해 말 기준 벼 재배면적은 1만3천256㏊로 총 6만2천221t의 쌀이 생산됐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남아 있는 쌀은 지난 3일 현재 정곡 기준으로 5천300여t(농협: 4천195t, 농가·일반정미소:1천100여t)에 달한다. 인천 쌀의 80% 이상을 생산해 내는 강화지역에는 4천934t의 재고가 쌓여있다.

판매가 예년 수준에 못 미치자 인천시와 강화군, 농협이 지난 5월부터 쌀 팔아주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결과 5월 8천600t에 이르던 재고 쌀은 6월 말 6천600t으로 2천t이 줄었다.

하지만 7~8월에 접어들면서 재고 쌀 판매 성과는 부진했다. 앞서 5~6월에 판매된 쌀의 절반 정도만 해소된 상태다.

강화지역에서는 오는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신곡이 나올 예정이다. 햅쌀이 나오면 재고 쌀을 처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재고 쌀 판매가 신통치 않다보니 시중에서 팔리는 쌀 가격은 지난해 수확한 뒤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와 비교해 평균 17%나 급락했다. 20㎏ 기준으로 4만5천원 선까지 가던 강화섬쌀이 현재 대형 할인마트에서 4만원 안팎의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수매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강화쌀(80㎏)은 최근 3년 동안 매년 1만원씩 떨어져 지난해에는 15만5천원에 불과했다. 올해는 쌀 소비시장이 더 얼어붙어 벼 수매가격도 예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례없는 풍년이 예고되고 있지만 넘쳐나는 재고 쌀로 농민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재고 쌀의 잔인한 악순환

재고 쌀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햅쌀이 나오면 재고 쌀은 보관창고에서 야적장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관리가 안돼 미질이 상하게 된다. 질이 떨어진 쌀을 구입해 먹은 소비자들 입에서 좋은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미질 관리를 못하면 상품가치가 하락하고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다.

쌀이 판매되지 않으면 1차적으로 지역농협이 타격을 받는다. 재고 쌀을 처리하기 위해 지역 농협들은 고가로 수매한 쌀을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 때문에 수십억원의 적자를 보는 농협도 적지 않다.

지역농협의 경영악화는 수매가 하락 등 결국 농민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강화도 화도농협 관계자는 "부채가 없는 농민이 없다"며 "조합원 약 1천300명이 안고 있는 부채는 1가구당 평균 3천500만원으로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재고 쌀에 가장 속수무책인 곳은 농민 등 개인이 운영하는 정미소다. 농협과 비교해 유통·판매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미소들은 폐업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수매 대금을 나중에 받기로 하고 정미소에 쌀을 공급했던 일부 농민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일부 지역농협이 농민 보호 차원에서 정미소가 사들인 쌀을 재수매하기도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강화군청 관계자는 "정부가 특단의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농민과 지자체가 농산물 재배 품종의 다변화와 유통구조의 혁신을 이뤄내지 않으면 강화쌀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며 "강화군에서는 유통의 중심체를 만들고, 친환경 재배로 전환하는 농가 지원책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