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임승재·오지희기자]강화지역의 일반쌀 재배농가(관행농가)가 친환경쌀 재배 농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선결돼야 할 과제가 많다. 친환경 농법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료첨가제 등 화학자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량만을 사용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유기질 비료와 특수 농자재를 필요로 한다. 관행농법과 비교해 자재 구입에 많은 돈이 들어 농가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게 되는 농사법이다. 친환경농사는 또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운 작업이기도 하다. 이러한 농가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지원과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 친환경쌀 시대를 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하나 둘이 아니다.
■ 지자체 지원 절실
친환경농가로의 전환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일정 권역의 농가와 해당 지자체가 경지를 구획정리하고 공동방제작업, 제초작업 등을 해야 하는 공동의 문제다. 구획정리를 하지 않으면 관행농가에서 사용한 농약이 검출돼 친환경 농사를 지은 게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전환해 첫 수확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3~4년. 수천만원대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농민들은 수익 공백기에 재정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친환경농법은 관행농법과 비교해 10ha당 쌀 생산비가 33만8천원이 더 드는데 반해 소득은 재배 1~2년차 때 관행농가보다 20만원 정도 적다. ┃표 참조
친환경 쌀 재배시 사용되는 장비는 퇴비살포기, 액비(액체비료) 살포기 등으로 자재 구입비도 만만치 않다. 농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지자체는 친환경 농법에 사용될 약재 및 자재 지원 예산을 세워야 한다.
현재 인천의 친환경농가 지원 규모는 타 지자체와 비교해 열악하다. 친환경 농가가 전체 농가의 52%를 차지하는 전남도는 친환경쌀단지에 참여하는 농가에 농자재 구입비로 1ha에 2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은 농자재구입비용 지원사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지원정책이 없다. 유기질 비료와 미생물제제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이는 국비가 더해진 전국공통사업이다.
박문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는 농민들이 친환경농가로 전환할 수 있는 당근책을 써야한다"며 "약재와 포장재 지원, 생산 장려금 지급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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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탄한 판로 확보 시급
친환경쌀은 일반쌀의 혼입을 막을 수 있는 전용 유통시설과 유통망을 거쳐 시장에 나와야 한다. 현재 강화에서는 친환경 쌀을 취급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나 중소형 도정업체들이 친환경쌀과 일반쌀을 동시에 유통하고 있어 유통과정에서 혼입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혼입이 발견될 경우 소비자 신뢰는 무너지고, 강화도의 친환경 농업은 일대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친환경쌀 전용 유통시설을 확보해 이력관리를 실시해야 한다.
현재 강화의 친환경 쌀은 학교 급식전문업체가 구입하는 비중이 크다. 계약재배되는 친환경 쌀 100%가 학교급식에 사용된다.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생산자인 농민이 얻기 위해서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자 조직이나 농협 등이 친환경 쌀의 유통을 확대해 나가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단순히 학교급식에만 의존하면 학교 급식 지원규모나 방식에 변화가 있을 때 친환경 쌀 판매가 위축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 급식, 기업체 급식 등으로 판로를 다각화하고 특정 수도권 지역을 공략해야 3~4년 뒤 예고되는 친환경쌀 과잉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농가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강화도는 고령인구가 많다. 강화군 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 고령화율은 2008년 기준으로 22.3%다. 이는 전국 고령화율(10.2%)의 두 배를 넘는다. 50세 미만의 경영주 농가는 10%에도 미치지 못해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친환경 농법은 농촌이 젊어져야 가능하다고 한다. 농지 3만3천㎡에서 벼를 재배할 때 15~20일 가량 김매기를 해줘야한다. 지금의 인적 구성으로는 친환경쌀 재배가 불가능한 상태다. 대안으로 귀농인을 늘리는 정책이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땅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귀농인을 강화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친환경영농사업단을 꾸려 벼 생산에서 수확을 대행하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귀농인은 일자리와 함께 안정적인 교육과 주거환경을 보장받아야 정착하기 쉽다. 전남 담양과 곡성의 귀농인 지원사업인 귀농인 보육료·유치원비 지원과 귀농인 전원마을 분양사업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확실한 지원 방법은 열악한 농촌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수형 (사)전국귀농운동본부 총무국장은 "교육, 의료 등 농촌의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전문인력을 배치해 귀농인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귀농인 지원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