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택시가 도농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벌인 농사체험에 참가한 유치원생들이 고구마를 캐고 있다.

[경인일보=임승재·오지희기자]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무상급식 등 녹색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신토불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로컬푸드(Local Food:지역 먹을거리 체계)운동'이 전국적으로 날개를 달고 있다. 이 운동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우리 농산물을 우리가 소비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와 농촌 협력의 유력한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값싼 수입농산물과의 경쟁, 커져만 가는 소비자의 요구, 잦은 기상이변과 재해, 불안정한 유통구조 등으로 위기를 맞은 농가를 구하기 위해 로컬푸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들어 인천에서도 로컬푸드 움직임이 하나 둘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수준이다. 로컬푸드 운동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현재 활발히 로컬푸드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타 지역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 로컬푸드 운동을 선도한 지역이 주는 교훈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들이 많다.

■ 민-관이 손을 맞잡아야

2009년 전국 최초로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한 강원도 원주는 로컬푸드 운동의 메카로 꼽힌다. 민간에서 시작된 로컬푸드 운동을 지자체가 지원하고, 학계가 함께 연구하는 형태다. 지금은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타지자체로부터 주목받는 원주시 조례지만 탄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조례는 2004년 시민 발의로 시작됐다. 2006년 입법화가 됐지만 이때까지는 예산이 세워지지 않았다. 시의회에서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안된 탓이 컸다. 일부 의원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2007년에 이르러 가까스로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친환경 쌀 보조금으로 예산 1억원이 책정됐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광우병 사태와 함께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역 한우가 학교급식에 지원품목으로 추가됐다. 2007년 초교생을 대상으로한 지역쌀 보조금은 1년만에 유치원으로까지 확대됐고, 중학생까지로 제한됐던 한우 보조금은 올 하반기부터 고등학생까지 적용된다.

용정순 시의원은 "농민이 7~8%밖에 안돼 상임위에서 예산 책정에 논란이 있었다"며 "학부모, 영양사 등을 초청해 로컬푸드 토론회를 개최한 결과, 지역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원주에서는 올해로 개장 16년이 된 농업인 새벽시장이 로컬푸드 운동의 원조로 꼽힌다. '생산자 실명제', '원산지 표시제', '불량 농산물 즉시 리콜제'가 정착돼 안전한 먹을거리 공급처로 시민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시행 초기 지자체는 우후죽순으로 몰려드는 농민들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농업인 시장은 인근의 타 시장과 마찰도 빚었다. 이러한 문제는 시장관리를 농민들에게 맡기면서부터 해결됐다. 그 결과 지난해 22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2008년 51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75억원을 넘었다. 타 지자체와 정부부처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 원주시의 로컬푸드운동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원주농업인 새벽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 도-농이 함께해야

경기도 평택시는 평택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평택에서 먼저 소비한다('평(平)생(生)평(平)소(消)')를 모토로 로컬푸드 운동을 하고 있다.

이곳의 로컬푸드 운동은 시행 초기 관(官)주도로 이뤄져 생산자와 소비자들로 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는 도농이 함께하는 운동으로 다시 방향을 잡았다. 도시와 농촌마을의 물리적·사회적 거리를 축소하는 도농교류 사업이 그 일환이다. 올 상반기 지역의 어린이집 아이들이 농촌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는 소비자가 공동 생산자로서 재배 작목과 재배 시기 등을 결정하는 공동체 농업을 로컬푸드 운동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평택은 정치적 해석이 엇갈리면서 지난해 '평택푸드지원조례'가 시의회에서 부결되는 아픔을 겪었다. 평택시는 또 60여개 품목을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재 공급 가능한 품목은 10여개에 불과하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시는 생산자 참여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계약재배 농가를 늘려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또 도시 소비자들의 지역 농산물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안을 구상중이다.

이우진 평택푸드추진단 행정팀장은 "로컬푸드 운동은 사회운동 성격이 강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참여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며 "농업인과 도시민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품종과 가공식품을 개발하면 도농복합도시의 로컬푸드 운동이 보다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 농업,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돼야

전북 완주군은 농업을 사양 산업이 아닌 농업인에게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보는 지자체다. 이곳의 로컬푸드 운동은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형태다. 소수의 상업농, 가족소농, 고령농이라는 지역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고령화율이 높은 인천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완주는 단작 중심의 대농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마을별 공동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공공이 제공하는 농업생산시설에서 농촌 노인과 귀농인이 함께 친환경 농사를 짓는 두레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레마을에서 노인들은 소일거리를 하며 기본적인 생활비를 받고, 농업 기술이 부족한 젊은 귀농인들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다. 70여개 마을의 특성과 생산 품목을 파악해 두레농장과 같은 생산단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려는 완주군의 고민을 남의 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 완주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영역을 농업 외 부문으로 확대하고 있다. 농촌문화보전형 공동체 사업과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발굴해 농업외 소득을 올리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화 유산이 풍부한 강화지역의 농업을 살리는데 인천이 눈여겨볼만한 일이다.

로컬푸드 운동이 이처럼 활발한 완주에도 고민은 있다. 바로, 신(新)소비시장 창출이다. 전주라는 전북 도내 대도시를 인근에 두고 있지만 시장을 뚫을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군이 구상하는 것은 출향소비자를 대상으로한 마케팅과 모악산 등 지역 대표 관광지에서의 직거래 장터, 로컬푸드 레스토랑, 로컬푸드 스토어와 같은 신개념의 소비시장이다.

나영삼 완주군 로컬푸드 TF팀장은 "지역의 농수산물을 가공·유통하거나 지역자원을 활용해 농외소득, 도농교류 소득을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