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강승훈기자]'교육도시 송도'에서 주목할 점으로 지역에서 터줏대감으로 역할하던 인하대와 인천대의 행보가 꼽힌다. 두 곳은 그야말로 인천 고등교육의 명맥을 이어왔다고 볼 수가 있겠다. 그러나 지금 송도국제도시로 학교의 이전 또는 제2캠퍼스 건립 등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 이런 과감한 결단력은 연세대 등 국내 다른 대학에까지 자극제로 작용, 각 학교의 송도행이 러시를 이뤘다.
송도에서 '글로벌 상아탑'으로 웅비하기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 2020년까지 6천억 투입… 동북아 최고 교육·연구허브 야심
인하대(총장·이본수)는 송도 5공구 약 33만㎡ 규모에 해외 우수대학의 분교와 연구소, 다국적 기업 유치를 추진 중이다. 송도지식산업복합단지는 첨단산업에 중점을 둔 특성화 캠퍼스로 동북아 최고 수준의 교육·연구 허브로 육성한다는 야심찬 포부다. 기존 용현캠퍼스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불과 10㎞ 이내 떨어져 관리·운영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송도로의 입성은 200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캠퍼스 발전추진위원회' 발족을 시작으로 2008년 1월 시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후 휴스턴·미시간·유타·일리노이·카네기멜론·남캘리포니아대 등과 교류 협약으로 순항을 이어갔다. 2009년 12월 시의 사업 확정과 시의회 승인 절차를 마쳤다. 지난 5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두달 뒤 땅값의 일부를 납부했다. 즉 해당 부지 소유권이 순차적으로 대학에 이전되고 있으며 건물의 '첫삽'을 뜨기 위한 실시계획 승인, 공사 착수가 머지 않았다.
이번 복합단지는 공학분야가 중심이 된 송도캠퍼스(23만㎡)와 세계의 기업 및 국책연구소가 들어설 글로벌 R&BD단지(Research&Business Development, 10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업비는 총 6천억여원으로 3단계에 걸쳐 10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다. 건물을 세우기에 급급하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학교의 판단이다. 인하대가 '환갑'을 맞는 2014년 3월 1단계로 개교, 60주년 전통의 원동력으로 삼을 예정이다. 2020년 완전히 준공되면 생산유발 1조7천372억원, 고용유발 30여 만명의 효과를 예측하고있다. ┃표
외국의 교육·연구기관과 상호 협력하는 송도캠퍼스 운영 모델은 사우디아라비아 KAUST(King Abdullah University for Science and Technology)가 표본이다. KAUST는 국가 미래를 석유 대신 '지식기반경제'로 이끌려는 취지에서 세워진 과학·공학 기반의 연구대학이다. 1954년 공과대로 설립된 인하대가 최대 강점으로 지닌 공학계열을 키워나가는 데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평이다. 앞으로 한 지붕 아래서 운영되는 기관과 공동 프로그램을 확대, 송도혁신 클러스터의 거점대학이면서 동시에 싱크탱크로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R&BD에는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 등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국내 중소업체의 인큐베이터로 기능,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한다. 또 쾌적한 정주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내·외 고급 인력의 지역정착을 유도하고 성과 향상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인하대는 공학, 물류 등 선도 학문의 집중 육성으로 10년 뒤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 3만명, 직원 6천500명, 연간 예산 2조4천억여원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장은 "신캠퍼스를 통해 양적인 팽창 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10~20년이 지나도 지역경제의 중점이 될 외지(外智) 유치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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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내 전국 10위권 목표… 국제통상등 5대분야 집중지원
인천대(총장·안경수)는 2009년 8월에 송도 입주를 완료했다. '제2의 창학'은 1979년 동구 도화동에서 인천공대로 문을 연 지 정확히 30년만이다. 송도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새 캠퍼스에는 대학본부, 인문관, 공학관, 도서관 등 연 건축면적 21만㎡로 29개 건축물이 지어졌다. 2020년 국내 10위권, 세계 100위권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UI비전 2020'을 수립했다. 우선적으로 2012년 국내 30위에 진입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교육과 연구 역량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이 본격 가동 중이다. 구체적으로 교육·연구 성과가 타 대학 학과와 비교했을 때 10위권 이내 기준에 들었거나 학교의 자체 평가에서 상위 10% 안에 포함되는 교수에게 안식년, 부교수 정년 보장, 성과급 지급 등 인센티브제를 부여할 계획이다. 단, 혜택은 3년 이내로 한정시킨다는 구상이다. 반면 하위 30%를 넘는 교수의 경우 지원을 대폭 삭감하고 강화된 정년 보장제도 기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또 '선택과 집중 지원'이라는 원칙에 근거, 5대 특성화 분야를 선정했다. 동북아 국제통상(국제물류 전공 신설), 응용기술 융합(기계 로봇, 에너지 화학), BNT(Bio-materials and Nanobio Technology) 기반 생명과학(도시과학대 신설), 중국학(공자학원, 중국학 연구소, 중국어학과) 등이다.
인천대는 송도지구 내에 별도로 확보한 52만여㎡에 글로벌캠퍼스 구축을 구상 중이다. 정보·생명·나노기술의 메카로 발전시켜 국제연구를 선도한다는 게 밑그림이다. 벌써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러시아의 명문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분교 유치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영국 플리머스대, 벨기에 겐트대 등이 2011년,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2012년 문을 여는 협정서를 각각 맺었다. LBNL은 노벨상 수상자를 11명이나 배출한 기관이다.
국제교류 부문은 인천대가 지닌 또 하나의 강점으로 부각된다. 매년 100명 이상의 교환학생을 외국 자매결연학교로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이외에 미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 그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당연히 해외로 진출하는 학생수 역시 늘어났다.
더불어 사이버강의, 교수 방문도 활기차다. 2009년 여름 학기 러시아와 미국 현지의 교수 4명을 초청, 영어특강을 가졌다. 올해는 10여 명의 교수가 초빙됐다. 이들 수업은 전공 과목이 상당수로 이수가 필수적이다. 특징으로 수업 내내 영어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글로벌 인재 양성 차원에서 외국인과 원활한 의사 소통이 필요하다고 판단, 어학 프로그램을 현장에 접목시켰다. 연장선에서 'UI글로벌 인재풀' 제도는 1학년 신입생 시기부터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수학 자원자들을 모집해 어학공부를 체계적으로 돕는다. 성적이 우수하면 해외 인턴십 등 다양한 혜택으로 보답한다.
시립대학으로서 발전에 한계를 느낀 인천대는 국립대로 법인 전환을 꾀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난 2년 가까이 교내·외 의견수렴을 거쳐 법률(안) 제정 절차에 있다. 안 총장은 "이번 법률은 학교 구성원의 부드러운 조화와 안정된 재정 확보 등 운영 전반을 포함시켰다. 법인화의 성공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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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화·첨단·프리미엄교육 중심 글로벌리더 양성시스템 구축
125년 역사의 연세대(총장·김한중)가 '인천 송도시대'를 맞이했다. 올해 3월 송도 현지에서 국제캠퍼스 개교 기념식을 갖고 '신촌 독수리'의 또 다른 비상을 대내·외에 알렸다.
송도 5·7공구 61만4천654㎡ 부지에 마련되는 캠퍼스는 국제화, 첨단 연구, 프리미엄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래 수요와 경쟁력을 갖춘 동시에 차세대 연구를 주도할 융·복합 학사단위의 이전 또는 신설이 추진된다. 또 세계적 연구기관과 공동 학문의 장을 설립하는 한편 글로벌 리더 양성 차원에서 체계적 학업 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연세대의 송도 이전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학교는 그해 1월과 5월 인천시와 양해각서, 토지공급 계약을 각각 체결하며 행보를 본격화했다. 총 3단계 과정 중 1단계를 지난 2월 마쳤다. 14만4천774㎡에 과학기술약학관과 제1기숙사, 도서관, 저에너지 친환경 실험주택 등 9개 동이 지어졌다. 2013년 사업이 완료되면 국내와 해외 학생 4천여명, 교직원 500명, 연구원 500명 등 5천여 명이 교내로 들어온다. 국내 정원은 본교에서 단계적으로 옮겨오는 형태다. ┃표
연세대가 계획한 교육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약학대학, 기초 의·치예과, 의생명과학기술대학 중심 'Frontier Science & Life Science' 클러스터, 학교의 국제화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언더우드 국제대학(UIC)과 일본, 중국 대학과 연계한 'Global Asian Studies' 등이다.
먼저 의생명과학기술분야는 가까운 시기 신성장 동력으로 길러낸다는 구상이다. 신촌캠퍼스와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인지뇌과학, 유전체, 의공학 등이 핵심으로 학계와 경제에 미칠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를 위해 신촌에 있던 관련 분야의 중진 교수를 국제캠퍼스로 데려오고 신임 교원을 별도 초빙, 조화를 이룰 방침이다. 또 송도에서 진행되는 의예과, 치의예과 등 신입생 기초수업을 본과와 유기적으로 접목시킨다.
'Global Asian Studies' 클러스터에는 아시아지역학대학이 설립될 예정이다. 연세대를 비롯 일본 게이오대, 중국 베이징대와 푸단대 등이 협력하는 한·중·일 3개국 교환학습이 이뤄진다. 더불어 공동학위제를 도입, 세계에서 처음 언어와 실용사회과학을 바탕으로 한 커리큘럼이 짜여질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참여 학생은 아시아 현지어 1개와 영어 몰입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또 한국·중국·일본학 등 전공학문 하나를 선택하고 추가적으로 문화·경영·경제학, 지속성장, 거버넌스 중에서 세부 전공을 정할 수 있다.
해외기관과 협력 과정으로는 유엔지속가능발전 아태센터(UN Project Offi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유치가 확정됐으며 UC버클리, MD앤더슨, U-Penn 게놈센터, 남파리대학 등과 협조를 진행 중이다.
김 총장은 "21세기 동아시아시대에 해당지역을 연구하고 배우려는 수요가 미국, 유럽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며 "국제 수준의 네트워크 대학 형태를 기반으로 이런 수요를 적절하게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