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에 위치한 경릉(景陵)의 정문 모습. 청나라 제4대 황제인 강희제(康熙帝·1654~1722)의 무덤인 경릉은 청동릉(淸東陵·청나라 동쪽에 있는 능)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청동릉은 중국의 현존하는 능묘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체계가 완벽하며 배치와 구조가 웅장한 황제와 황후의 능묘군이다.

[경인일보=김선회기자]'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은 유네스코에서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1972년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에 따라 정해진다. 세계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문화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자연유산',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합한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대한민국의 조선왕릉을 비롯해 같은 한자문화권인 중국, 일본, 베트남에는 각각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황릉과 왕릉 수십여기가 존재한다. 경인일보 취재팀은 총 12회에 걸쳐 이들 황릉(왕릉)군을 돌아볼 예정이다.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는 능원 뒤에는 수천 수만 민중들의 땀과 피가 서려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제대로 발굴, 연구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아 아시아의 황릉(왕릉)은 여전히 우리에게 신비감을 안겨주고 있다. ┃편집자 주

 
 

# 아시아 황릉(왕릉)의 기본이 된 중국의 황릉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없는 대국(大國)인 중국은 2010년 현재 총 40개의 세계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완리창청, 이허위안, 소림사를 비롯한 28개의 문화유산과 황룽풍경구, 구채구, 무릉원 등 8개의 자연유산, 그리고 타이산, 황산 등 4개의 복합 유산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분량이다. 이렇듯 중국은 풍부한 유·무형의 유산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지만, 2004년 이후 베이징에 있는 세계유산에 대한 대규모 보수작업을 벌여 2008년에 완료하고, 1985년부터 세계 문화·자연유산에 대한 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면모야말로 중국을 경제뿐 아니라 문화대국으로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아시아의 왕을 만나다'시리즈에서도 중국의 황릉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제의 무덤 '진시황릉'에서부터 조선왕릉 설립의 참고 모델이 됐던 명·청 황조의 황릉 대부분을 다룰 예정이다. 중국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에 위치한 진시황릉은 병마용과 함께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난징(南京), 선양(瀋陽), 베이징(北京), 탕산(唐山), 바오딩(保定) 등 옛 명나라와 청나라 수도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는 명·청황릉은 명(明)과 청(淸) 및 청의 전신 후금의 25명 황제의 능묘를 포함한 고분군을 말한다. 2000년에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3건이 등재된 이후, 2003년과 2004년에 여러 건이 추가등록 됐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명나라의 태조인 주원장, 영락제와 만력제, 청태조인 누르하치와 청태종 홍타이지의 능, 그리고 청나라의 멸망을 재촉한 서태후가 안치돼 있는 자희태후(慈禧太后)릉까지 골고루 살펴본다.

# 전설속에 묻혀진 일본의 왕릉

우리와 지리적으론 무척 가까우면서도 심리적으론 늘 멀게만 느껴지는 일본. 일본에서는 1992년 세계유산 조약이 발효된 이후 그 다음해 히메지 성(姬路城) 등 3건이 세계유산에 처음으로 등록됐고, 현재 총 14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자연유산은 야쿠 섬 (屋久島·1993), 시라카미 산지(白神山地·1993), 시레토코 (知床國立公園·2005) 등 3곳이며, 문화유산은 호류지(法隆寺)지역의 불교건조물(1993), 고도 교토(古都京都)의 문화재 (1994)등 11건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살펴볼 일본의 왕릉은 일본 오키나와 현에 위치한 다마우돈(玉陵)이다. 다마우돈은 역대 류큐국왕의 유골을 안치한 왕릉이다. 중국과 베트남에 비해 조형적인 아름다움에서 절대적으로 뒤처지지만 옛 일본의 왕국문화를 엿볼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류큐(琉球)는 현재 오키나와(沖繩)의 옛 지명이다. 12세기부터 몇 개의 집단이 세력을 다투다가 1429년 등장한 통일왕국으로 오키나와 중심지인 나하(那覇)의 동부에 있는 슈리(首里)를 도읍으로 삼았다.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잇는 해상로에 위치하여 무역으로 발전했고,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아 독특한 문화를 이뤘다. 그러나 약소국으로 오랫동안 중국에 조공을 바쳐야 했으며, 1609년에 일본 시마즈씨(島津氏)의 침입을 받은 후에는 그 지배 아래 놓였다. 이후 1879년에 다시 일본의 침략을 받아 450년간의 왕조를 끝내고 오키나와현이 됐다. 류큐의 도읍지였던 슈리에는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특히 슈리성 정전(首里城正殿)은 국왕이 업무를 보던 곳으로 중국과 일본의 양식이 함께 공존하는 특이한 유적이며, 슈리성의 정문인 슈레이문(守禮門)은 중국의 영향을 받긴 했으나 류큐왕국의 독창적인 기법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으로 손꼽힌다. 다마우돈을 비롯한 옛 류큐국왕의 유적들은 2000년 '구수쿠 유적 및 류큐왕국 유적'이라는 명칭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 끝없는 고난의 상징, 베트남의 황릉

예로부터 끊임없는 외침으로 인해 고난의 역사를 지닌 나라 베트남. 기원전 257년 베트남 최초의 국가인 홍방 왕조가 세워졌으나 이어 중국 세력이 밀려 들어와 기원전 111년에는 전한(前漢)에게 복속됐다. 이로부터 10세기까지 간헐적인 독립운동을 제외하고는 중국 세력의 통치가 1천년간 지속됐다. 그후 1884년에는 베트남의 전국토가 프랑스의 식민지로 되기도 했고, 1964년부터 1975년까지 베트남은 미국에 맞서서 베트남 전쟁(제2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이런 역사를 가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웃한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자문화권에 속하며 인도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은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베트남엔 올해 새로 지정된 하노이 탕롱(Thang Long) 황궁 유적을 비롯해 총 6개의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있다. 절경으로 유명한 하롱베이와 퐁냐-께방(Phong Nha-Ke Bang)국립공원 등 자연유산 2곳과 후에(Hue) 옛 수도 유적군, 호이안(Hoi An) 구시가지, 미썬(My Son) 유적지 등 문화유산 4곳이 있다. 이중 본 연재에서는 베트남 최후 왕조의 유산이 고스란히 담긴 후에(Hue) 유적지를 돌아볼 예정이다. 후에는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으며, 이곳에는 13대에 걸친 황제들의 화려한 능과 사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건축물은 대부분 중국과 프랑스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제각기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며 역대 황제들의 성격과 취향, 생전의 권력, 내세관 등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 제자(題字):효봉 여태명(57)

원광대학교 미술대학 문자예술학과 교수이며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회장, 한국민족서예인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으로 전주 톨게이트 현판글씨가 있으며, 최근 KBS 1박2일, YTN 돌발영상의 글씨체(효봉 개똥이체)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효봉축제체·효봉푸른솔체등 한글폰트 6종을 개발했다.

사진┃김종택기자 jongtae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