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경인일보=파주/이종태기자]한반도의 중심, 파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파주를 중심으로한 접경지역을 '남북교류협력지구'로 개발하는 방안과 DMZ를 세계적 '생태·평화벨트(ECO-PEACE Belt)'로 조성하는 '남북교류접경권 초광역개발 기본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파주가 지정학적으로 남북교류 협력과 통일의 중심 지역이고, 중국 대륙과 유라시아로 가는 기점이라는 점에서 남북이 상생, 공영하고 중국·러시아·유럽을 겨냥한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인일보는 창간 50주년에 즈음해 '21세기 신실크로드의 배꼽'을 꿈꾸는 대한민국 발전의 상징 파주를 조명해 본다.

■ 파주의 지리적 여건

한반도의 정중앙 파주.

선사시대부터 대도시로 번성했던 파주는 고대 문명에서도 풍부한 물과 너른 들판을 가진 노른자위로 각광을 받는다. 파주는 공릉천 남북에 걸쳐 야트막한 산과 곡창의 들판을 가진 도시로, 언덕과 평지란 뜻의 파평(坡平)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파주는 고려의 도읍이었던 개성과 조선 및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 등 문명의 중심지를 양쪽에 끼고 있는 천년의 수도권이며, 실크로드 신문명을 호흡하던 연행(燕行)의 출발점이었다.

18세기 조선이 청의 새로운 문물에 자극을 받고 깨어나던 연행의 길. 이른바 조선의 아홉 큰 길 중 제1대로인 의주대로(서울~의주, 432㎞)의 시작점이 파주였다.

1765년 담헌 홍대용(1731~1783)도 이 길을 갔고, 1780년 연암 박지원(1737~1805)은 이 길을 다녀와 조선 최고의 여행록인 '열하일기'를 탄생시켰다. 파주는 당시 중국을 지나 유럽 대륙으로 까지 닿는 실크로드의 기점이기도 했다. 이런 의주대로는 현재 서울~고양~파주의 64㎞ 길에서 끊겼다. 세계 문명을 호흡하던 도시 파주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화(戰禍)와 갈등에 휘말려 50년동안 숨죽인 도시가 된 것이다.

 
 
 

■ 파주의 풍물

1. 장단3백-예부터 하얀 쌀(白米)과 하얀 콩(白太, 白目), 하얀 인삼(白蔘)이 많이 나서 장단3백이라고 했다. 파주 민통선 안쪽에는 세 마을이 있다. 공식 지명은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통일촌), 장단면 조산리(대성동), 진동면 동파리(정착촌)다. 한국전쟁 전까지는 장단군에 속해 있었다. 전쟁때 피란갔던 주민들이 휴전협정 체결 전 돌아와 대성동에 '자유의 마을'을 만들었고, 통일촌은 1973년 정부가 조성했다. 동파리는 민통선 안에 고향을 둔 사람들을 위해 2001년 만든 정착촌이다. 세 마을 합쳐 206가구가 콩농사를 짓는다. 지난 96년 9만9천㎡로 영농조합을 만들어 다시 재배를 시작으로 콩은 현재 178만2천㎡로 늘었다. 11월말 수확한 콩은 장단콩축제 등을 거쳐 이듬해 3월까지 모두 팔려나간다.

쌀은 풍부한 임진강물과 기름진 땅을 기반으로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도는 파주 탄현면 오금리와 문산읍 마정리, 사목리, 파평면 금파리와 늘로리에 경기도 쌀 브랜드 'G+라이스' 생산단지를 만들어 경기도가 인증하는 최고 품질의 파주쌀을 생산하고 있다.

고종 25년의 구포건삼도록(九包乾蔘都錄)과 1908년 한국삼정요람(韓國蔘政要覽)은 개성의 증삼포에서 장단지역 인삼을 백삼과 홍삼으로 가공했으며, 장단면 일대가 개성인삼의 재배지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최대 무역항이던 예성강 하구 벽란도에서 중국 및 아라비아로 수출되는 고려 최고의 특산품인 인삼의 주산지가 파주 장단지역이라는 기록은 파주가 개성인삼 본고장임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2. 생태(生態)벨트, DMZ-전화에 휘말려 초토화됐던 DMZ(총 907㎢)는 50년을 훌쩍 넘긴 세월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푸르고 생기 넘치는 생명들로 가득 찼다. 죽음의 벨트였던 그곳이 '자연(自然)'이란 이름으로 스스로 천혜의 환경공간을 만든 것이다. 한반도의 동서를 잇는 핵심 생태축 하나가 생겨난 것이다. 정부는 이곳을 생태관광벨트(ECO-PEACE Belt)로 육성할 방침이다. 정부의 구상은 이곳에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 상징 공원을 만들고 판문점에는 UN평화회의장을 유치하며 UN평화대학을 설립하는 방안까지 포함하고 있다.

 
 
 

■ 파주의 힘

1. 미래형 유비쿼터스 도시로 개발되는 교하신도시-교하신도시는 서울 도심에서 서북쪽으로 25㎞ 떨어져 있으며, 일산신도시와 접해 있다. 미래형 유비쿼터스 도시로 조성될 교하신도시는 총 1천852만7천㎡ 규모에 8만54가구, 21만6천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경의선 복선전철과 제2자유로(2010년 12월 개통), 자유로, 통일로 등 잘 뚫린 교통망으로 서울과의 접근성이 매우 좋으며, 파주 LCD클러스터, 출판도시, 7개 산업단지 조성으로 자족형 신도시가 될 전망이다.

2. 출판도시-출판도시(Book city)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의식주가 해결되면서 주거의 품질과 생활 공간의 미학적 품격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다. 출판도시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특별 초대되고 터키, 필리핀, 중국, 일본 등의 출판 관계자들이 벤치마킹하는 등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현재 1단계 250여개의 출판 관련 회사가 입주해 있는 출판도시는 2단계가 완공되면 600여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출판기획, 편집, 인쇄, 물류, 유통의 전 과정이 이곳에서 해결되는 출판자족도시의 형태를 완성하게 된다.

3. 통일동산 헤이리-현재의 삶에서 이탈하여 좀더 새롭고 괜찮은 공간과 생활을 누리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헤이리다. 헤이리는 파주지역에 전해오는 전래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으며, 파주의 품격을 높이는 중요한 문화브랜드다.

문화 지식인들이 '예술가 공동체 마을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1998년 탄현면 법흥리 통일동산지구의 23만1천㎡ 대지 위에 조성했으며, 현재 49만5천㎡로 늘어났다. 작가, 미술인, 영화인, 건축가, 음악가 등 380여명의 예술인들이 주택을 비롯 작업실,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등의 문화예술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4. 세계 최고의 LCD클러스터-파주 월롱면 덕은리 168만3천㎡의 부지에 LCD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08년부터 본 단지와 협력업체들의 입주가 진행중인 이곳에 27조원을 들여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을 이끄는 거대한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LCD공장은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28배에 달하며, 직접 고용 1만7천명, 간접 인원까지 합치면 15만명 고용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공장을 구심점으로 글로벌 연구단지가 포함된 LCD클러스터를 조성, 국가 기반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다시 LG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LCD클러스터 조성이 완료되면 4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과 15조원 이상의 생산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 대륙을 향한 파주의 꿈


1. 개성~평양~신의주를 지나 대륙으로-한반도와 중앙아시아 및 유럽 연결을 목표로 추진하는 철도 노선이 한반도종단철도(韓半島從斷鐵道·Trans-Korea Railway)다. TKR은 2000년 9월에 시작된 남한과 북한간의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를 기점으로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남북간의 경제협력뿐 아니라 대륙간 연결과 함께 아시아의 자본과 자원을 유럽시장에 연결해 주는 등 세계의 물류혁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한반도의 대륙연결 철도망은 신의주∼중국횡단철도(TCR)∼시베리아철도(TSR)를 연결하는 노선과 원산∼두만강역∼시베리아철도 연결 노선, 평양∼남강∼만주횡단철도(TMR) 연결 노선, 신의주∼베이징∼몽골횡단철도(TMGR) 연결 노선, 순천∼만포∼만주횡단철도 연결 노선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신의주∼중국횡단철도∼시베리아철도 연결 노선과 원산∼두만강역∼시베리아철도 연결 노선이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검토되고 있다.

신의주∼중국횡단철도∼시베리아철도 연결 노선은 한국의 부산·광양에서 출발, 서울·파주·개성·평양을 거쳐 북한의 국경역인 신의주에서 중국의 국경역인 단둥(丹東)으로 이어져 중국횡단철도에 연결되는 노선이다. 부산에서 신의주·단둥·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의 주요 도시에 이르기까지 총연장 1만2천91㎞이며, 한국과 북한·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 등 5개국을 통과한다.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은 동북아시아의 지하자원과 노동력·자본·기술을 결합시키는 기능과 아울러 동북아시아의 경제권 구축 및 단일 운송망 형성을 촉진시킬 것이며, 유럽과 아시아 및 동북아시아의 삼각 교역지역을 잇는 주요 루트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2. 대륙을 향한 물류기지-정부는 파주시 파주읍 봉서리 일원 39만㎡ 부지에 수도권북부내륙물류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남북교역 및 중화권·러시아권 등의 대륙운송의 원활한 처리와 물류비 절감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물류기지는 화물의 집하·하역·분류·포장·보관 또는 통관 등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춘 시설로, 도로·철도 등 2가지 이상의 운송수단간 연계 수송이 가능한 규모와 시설을 갖춘 물류종합기지다. 민간투자(Build-Own-Operate,민간소유)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물류기지는 파주 LCD단지에서 3㎞, 개성공단 15.5㎞ 지점에 2012년까지 조성된다. 이곳에서는 연간 일반화물 170만t, 컨테이너 23만TEU를 처리할 예정이다.

3. 파주통일경제특구-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남북 긴장 국면이 조성되면서 제구실을 못하자 파주에 통일경제특구를 만들자는 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내 입주한 기업은 117개. 대북제재로 인해 섬유 위탁가공업체들은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경우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made in DPRK)은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어 해외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뿐 아니라 수출관리규정(EAR:미국의 기술·소프트웨어가 일정부분 이상 포함된 외국산 제품 재수출시 미국의 승인 필요-일반국가 25%, 북한 10%)에 따라 단순 임가공 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안고 있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개성공단과 연계된 대응공단의 필요성을 갖고 도라산역 일원에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첨단산업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원산지 규정과 전략물자 등의 문제를 우회할 수 있어 개성공단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남한은 낮은 인건비의 북한 노동자의 한국내 근무로 해외 자본의 유치가 한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특히 특구개발로 접경지역의 낙후성과 각종 규제로 인한 개발 부진을 일거에 상쇄해 경기도 남북간 균형발전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개성공단 개발 등 통일에 대한 남북한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특구의 성격을 DMZ 환경보전의 시범이 될 수 있는 생태환경도시, 남북 교류를 전제로 한 물류, 관광, 첨단산업 도시, 인구 10만명의 자족적 도시로 정했다. 주요 교통망은 경의선 철도, 서울~파주~개성~평양 고속도로, 자유로 연장, 휴전선 축을 잇는 동서관통도로 개설 등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인터뷰 / 이인재 파주시장… '접경지역지원법' 특별법 격상필요

"50년 낙후된 접경지역을 위해 접경지역지원법이 명실상부한 특별법으로 격상되어야 합니다."

이인재 파주시장은 "파주시를 중심으로한 접경지역은 지정학적으로 남북교류협력 통일의 중심지역이고, 중국 대륙과 유라시아로 가는 기점이라는데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남북이 상생, 공영하고 중국, 러시아, 유럽을 겨냥한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정부의 남북교류·접경권초광역개발 기본 구상에 대해 "파주는 LCD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전자, 자동차 등 첨단소재부품산업의 육성 거점으로 개발하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잘 보존된 DMZ의 희귀 생태자원과 전쟁유적 등을 가지고 생태·평화를 주제로 한 세계적 관광자원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 시장은 이를 위해 "현재 형식적이며 유명무실한 기존의 접경지역지원법을 특별법 형태의 상위법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면서 올해 4월 행안부가 접경지역지원법의 특별법 승격, 남북교류협력기금 활용, 선택적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대해서도 "임의규정으로 된 재원 확보와 지원 규정도 의무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