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평택/이한중·김종호기자]평택항이 뜨고 있다.

이제 평택항은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 80년대 개항초만 해도 인천항의 대체항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란 국내 항만업계의 우려를 불식하고, 서서히 그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 불황속에서도, 평택항의 물동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중국 유수 항만과 유럽의 메이저급 항만들이 평택항과 카페리 및 컨테이너 항로 개설을 적극 희망하는 일은 더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세계가 평택항의 잠재력과 높은 경쟁력에 매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 경쟁 항만들도 더이상 평택항을 '시골 항만'으로 비하하지 않는다. 지금은 평택항의 괄목할만한 성과를 부러워하고 있다.

■ 평택항의 어제와 오늘

평택항은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화성시 우정면 고온리에서 충청남도 당진군 송산면 성구미리 동쪽 끝에 이르는 해면 전체가 평택항 해역에 포함되는 경기 유일의 항만이다.

항내수면적(港內水面積)은 9만8천972㎢, 수심 11∼18m(평균 14m), 조수 간만의 차는 9∼10m에 이른다. 1986년 12월 액화천연가스 수입 선박이 처음 입항한 것을 계기로 국제무역항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개항전만 해도 평택항은 작은 어촌에 고깃배가 드나들던 '컨트리(시골항만을 비유) 항만' 딱 그 수준이었다. 국내외 경쟁 항만들이 평택항의 짧은 역사, 보잘것 없는 항만 시설을 보고 코웃음을 쳤을만도 했다.

항로는 총 30㎞, 항로폭은 0.6~1㎞로 선박 운행에 지장을 주지않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평택항의 동시 접안 능력은 총 40척이며 선석은 평택이 18, 당진 13, 돌핀부두 7, 국제여객부두 2선석이다.


2015년까지 60선석 개발, 2020년 이후에는 74선석으로 항만의 지형이 바뀐다. 이 가운데 평택쪽 동부두(3만t급) 1번 선석은 포스코(주)가 기업 전용으로 , 동부두 2~4번 선석은 평택항만(주)가 운영을 맡고 있다.

3만t급 2선석, 5만t급 2선석 규모의 컨테이너 전용 부두인 5~8번은 평택컨테이너터미널(주)가, 9·10번 선석은 기아자동차, 5만t급 1선석인 11번 부두는 유코카 캐리어스가 자동차 전용부두로 사용하고 있다.

서부두 1~4번 선석(3만t급)과 지난 3월 문을 연 내항 동부두 1~3번 선석(3만t급)도 역할을 다하고 있다. 주로 철재 부두로 운영중인 당진쪽은 현대제철이 8선석(송악)을, 동부제강이 4선석(고대산단)을 이용중이다.

동국제강은 9번(고대산단) 선석을 철재 기업전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돌핀 부두 7, 국제여객부두 2선석를 제외한 평택항의 총부두 야적장 규모는 2천767만1천45㎡이며 하역능력은 5천173만7천t에 이르고 있다.

현재 평택쪽에 개발중인 부두는 모두 13선석이다. 민간투자(자동차, 시멘트 등) 방식으로 건설되고 있으며 당진쪽도 4선석이 기업전용 부두로 잡화, 철재 처리를 위한 기업전용 및 공용부두로 조성되고 있다.

90년말, 2000년초 1~2개 항로에 불과했던 컨테이너 항로는 평택항~중국~미국~일본~동아시아 등을 연결하는 12개 항로에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이 바다를 가르고 있다. 중국을 잇는 카페리 항로도 순항중이다. 평택항~중국 룡안항을 잇는 대룡해운(주)의 카페리는 지난해 승객 16만3천974명, 컨테이너는 2만9천297TEU를, 평택항~롄윈강 카페리는 승객 6만329명, 컨테이너는 2만8천53TEU를 처리하는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6월 운행을 개시한 교동훼리(주)의 평택항~위하이 카페리 항로는 짧은 시간안에 승객 6만8천44명을, 컨테이너는 5천TEU를 싣고 내렸다. 연도별 선박 입·출항 현황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4년 5천550척, 2005년 5천936척, 2006년 5천866척, 2007년 6천402척, 2008년 6천867척이 평택항에 입출항했지만, 2009년 7천506척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올해에는 8천척 가량이 평택항을 찾을 전망이다.

■ 평택항의 미래와 해결 과제

평택항은 장·단점이 극명하다. 장점은 중국과의 최단거리 수송루트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총인구와 국내 총생산의 50%가 넘는 수도권과 중부권에 인접해 있는 것도 타 항만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다.

여기에 서해안고속도로와 거미줄같은 국도 등 양호한 내륙운송망, 항만 주변에 대규모 배후지 확보, 항만과 인접해 있는 산업단지, 국내 최저 항비 등은 다른 국내외 항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장점은 평택항 화물 총물동량을 매년 증가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국내 주요 항만 총화물 처리량 5억900만t 가운데 부산항이 1억200만t(점유율 20%)을 처리했다.

광양항이 8천600만t(16.8%), 울산항 8천400만t(16.6%), 인천항 6천300만t(12.5%), 평택항이 2천400만t(4.7%)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총물동량 5억7천700만t) 평택항의 실적은 지난해 보다 더 높다.

부산항(1억3천만t, 점유율 22.5%), 광양항(9천700만t, 16.8%), 울산항(8천400만t, 14.6%), 인천항(7천500만t, 13%) 등 물동량 처리 및 점유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조금 높게 또는 제자리 걸음에 그쳤다.


하지만 평택항은 3천700만t 처리에 점유율은 6.4%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물동량 처리는 1천300만t이 증가했으며 점유율은 1.7%나 늘었다. 성장률은 55.7%로 타 항만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평택항의 컨테이너 처리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울산항 등이 국내외 경기 침체로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데도 불구하고, 평택항은 6%의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5년에는 120만TEU 처리 목표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신규 컨테이너 전용부두 3선석이 최근 준공돼 100만TEU 처리능력을 갖췄고, 평택항을 이용하는 컨 물동량이 늘고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택항의 경쟁력은 점점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평택항은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얻고있다. 내륙 운송시 비용과 거리상의 우위, 중국 경제의 급성장 등 외적인 요인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평택역~평택항을 연결하는 산업철도 건설이 완료되고, 서해안고속도로 평택항 IC 설치가 이뤄질 경우 철도와 도로를 통해 평택항으로 인(in)~아웃(Out)되는 물동량은 더 많아질 것이란 게 물류업계의 분석이다.

평택지방해양항만청과 평택직할세관, 평택시, 경기평택항만공사 등 평택항을 이끄는 4개 기관 및 공사들이 힘을 합쳐 24시간 통관 체제 구축과 서비스의 질을 확 높인 것도 항만 경쟁력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평택항의 미래를 더 밝게 하기위한 해결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컨테이너 및 카페리, 일반 부두 건설에 속도를 더 내야한다는 지적이다. 항만의 높은 경쟁력은 크고, 집중화된 규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인재 양성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평택항의 낮은 인지도를 지금보다 10배 이상은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CIQ(세관 등 항만기관)들의 팀워크도 더 다져야 한다.

특히 항만 예산을 다루는 정부가 평택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미래 평택항 물동량 예측치가 처리 능력에 비해 상당히 낮게 평가된 것은 큰 문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평택항 물동량 예측치는 2015년 컨테이너 91만여TEU를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매년 평균 15%이상 성장하고 있는 2015년 평택항의 물동량 예측치는 따라서 120만TEU가 돼야 한다.

2015년 91만TEU로 확정될 경우 평택항 컨테이너 부두 건설 정부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항만의 경쟁력이 그만큼 약화돼 규모를 앞세우고 있는 중국 항만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하판도 평택항만청장… 맞춤형 물류·해운정책 개발

"평택항은 2015년께 현재의 인천항과 비슷한 규모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동안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고, 빠른 발전 속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입니다."

하판도 평택지방해양항만청장은 '평택항의 미래'를 이같이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택항의 높은 잠재력이 앞으로도 계속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 청장은 그 잠재력으로 지리적 장점을 꼽았다. "평택항은 서울과 80㎞이내에 있고, 주변에 대전, 수원, 성남, 군산 등이 있어 물류 확보가 쉽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되고 있는 중국과 최단거리에 위치해 있고, 남북 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대북교역 중심항만 역할이 크게 기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청장은 앞으로 "선사 및 하주,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항만·물류·해운 정책을 개발해 낼것"이라며 "평택항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김선기 평택시장… 인프라구축 차질없는 진행

김선기 평택시장은 "현재 평택항의 동시 접안능력은 40척에 불과하나 2020년에는 동시 접안능력 70척, 총화물 1억5천만t을 처리하는 국내 3위의 항만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동북아시아의 대표 항만을 넘어 환태평양 시대의 중심항만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를 위해 평택항 항만배후단지의 조기 개발, 평택항 IC를 비롯한 항만 주변의 교통망 확충, 시민과 항만 근로자들의 휴식 공간인 친수공간 조성계획 등을 평택항 기본계획에 수립될 수 있도록 해 차질없는 항만 개발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항만시설의 조기 활성화와 항만관련 업체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평택지방해양항만청, 평택직할세관, 경기평택항만공사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겠다"며 "물류비용 절감 대책을 마련해 수출입 기업들을 적극 지원, 궁극적으로 평택항의 발전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평택시의 성장동력인 평택항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많은 일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중국과 직교역을 할 수 있는 평택항이 평택, 경기도뿐 아니라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한민국 대표 항만으로 성장해야 하며 이를 적극 이끌겠다"고 말했다.

※ 정세화 평택직할세관장… 연중무휴 통관가능 서비스

"평택항이 동북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 항만으로 커 갈 수 있도록 평택직할세관의 맡은 바 직무를 다하겠습니다. 평택직할세관의 역할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정세화 평택직할세관장은 "항만이 물 흐르듯 잘 돌아가기 위해선 빠른 물류 통관이 필수"라며 "평택항은 연중 무휴 통관이 가능한 항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공휴일, 명절, 야간에도 수출입 통관업무를 처리하는 등 43억원에 달하는 컨테이너 검색기를 도입, 물류 활성화를 적극 지원해 왔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검사시간이 수작업 대비, 9분의 1로 대폭 줄어 연간 2만4천시간의 통관 소요시간을 단축했고, 이런 점 때문에 기업들이 평택항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정 세관장은 "FTA 확대 등으로 무역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관리기법을 고도화해 신속하고, 안전한 통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세관장은 "평택항만청, 평택시, 경기평택항만공사 등과 힘을 합쳐 신규 수출입 물동량 유치에 나서겠다"며 "평택항이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