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조영달기자]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더불어 서울을 남북으로 지키는 고대 군사요새 중 하나다. 하지만 남한산성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명 '유원지'로 대변되는 곳이었다. 남한산성이 최근 도와 경기문화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역사·문화유적지로 거듭나고 있다. 남한산성이 '간판이 아름다운 공원 조성사업'과 '공공시설물 개선사업', '문화재안내판 개선사업' 등 환경 개선에 나선 것이다.

■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공존

남한산성은 국난극복의 성지이자 문화유산의 보고다. 지역민의 생태 체험지로서의 가치를 지닌 문화유적지로 그 역사적인 가치가 높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잠정목록으로 통과되면서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상업 간판과 유동 광고물이 난립해 주위 경관을 훼손하고 있었다. 남한산성은 일반 도심 지역과 달리 도립공원을 끼고 상가가 형성됐다.

문제는 이곳의 난립한 간판들로 인해 남한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일원에는 약 80여개소의 점포가 있는데, 유동 광고물을 포함한 간판들이 500여개가 넘게 설치돼 있었을 정도로 '간판 천국'이었다.

▲ 환경개선사업 전(前).

이런 이유로 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남한산성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는 그동안 경기농림진흥재단에 위탁 관리해 오던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관리를, 환경국에 전담 부서를 새로 만들고 직접 관리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역시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남한산성의 문화재와 자연환경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세계적인 명소로 발돋움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남한산성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위한 BI도 새롭게 개발됐다. 탐방객들을 위한 역사·생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남한산성의 환경개선 사업으로 인근 상가 간판 및 문화재 안내판을 개선했다. 오래되고 낙후한 공공시설물의 디자인 교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 경관, 한옥에 어울리는 간판 디자인

산성리는 남한산성 성곽 안에 위치해 있다. 인조 이후 본격적으로 행정·군사적 요충지로 형성된 마을이다. 조선 후기에는 1천호가 넘는 큰 마을이었다. 수어장대를 비롯, 유무형의 문화재가 모여있는 대표적 역사문화마을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적인 가치는 많이 희석됐고, 현재는 상업적 목적의 음식점들로 주로 채워졌다. 도는 남한산성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간판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만든다는 전략을 세우고,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7개월에 걸쳐 산성리 일원에 간판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 환경개선사업 후(後).

우선 산성리 일대의 80여 업소를 대상으로 약 500개의 난립된 광고물을 철거하고 80여개의 간판을 새로 디자인했다. 사업비는 3억8천만원은 전액 도에서 부담했다.

도 옥외광고물표시가이드라인에 따라 1업소 1간판을 원칙으로 했으며, 작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간판 설치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간판 유형은 가로형 간판을 기본으로 했지만 건물 입구가 안쪽으로 들어간 곳이 많아 가로형 간판 대신 지주간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손님들이 주출입구를 알 수 있도록 출입구 상단에 입구가로 크기에 맞는 현판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음식점 업소 주민들이 보다 다양한 입맛을 찾는 고객에게 메뉴를 알리는 것을 중시한 만큼 추가로 메뉴판사인 설치도 가능하도록 했다.

남한산성 간판 개선사업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점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간판 디자인과 제작을 분리하지 않고, 컨소시엄으로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 큰 원칙, 주민 의견 최대한 수렴

새롭게 개발된 간판 디자인은 주변 환경과 남한산성의 멋스러움에 어울리는 자연스런 느낌의 캘리글씨체를 기본으로 했다. 간판 재질은 자연석과 목재 질감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남한산성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간판에 접목한 디자인을 콘셉트로 했다. 가로형 간판 유형 14종과 지주형 간판 유형 10종, 메뉴판 유형 4종을 개발, 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상가 주민들이 목재간판의 갈라짐에 대한 우려가 높고, 간판의 가독성이 좋은 서체를 선호하면서 당초 의도에서 조금씩 변형된 디자인이 적용됐다. 간판 시공에 있어서도 어려움은 계속됐다. 지주간판의 경우 주민들 대부분이 석재류, 목재류 등을 적용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기존의 높고 커다란 지주간판에 익숙하다보니 키 작은 지주간판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 당초 설치계획에 없었던 기소부분을 간판디자인(안)에 따라 최대 60㎝까지 허용, 설치했다. 또 상인들이 각 업소에서 판매하는 메뉴가 표시되기를 원해 별도의 메뉴판을 제작, 설치했다.

남한산성 간판개선 사업은 단순히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비록 주관기관의 기대치와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맞지않은 부분들이 많아 디자인적으로는 당초 의도에서 일부 수정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물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결과물보다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를 통해 의식을 전환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만화특화거리' 로 조성되는 부천시

"회색빛 부천역 일대… 디자인 새옷 입히기"

도는 '1시·군 1특화거리'를 육성하는 '경관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지역특색을 살린 간판과 공공시설물, 조형물 등의 경관 개선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고 도시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다.

첫 수혜지역은 바로 부천역 일원. 시민과 학생들, 젊은층 등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반면 구도심 상업지역으로 도로와 건물에 무질서하게 설치된 각종 공공시설물, 옥외광고물, 차량 혼잡 등으로 도시환경이 매우 혼란스러운 지역이기도 하다.

이 곳에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된 장점을 십분 활용, 만화를 주제로 한 만화특화거리로 조성중이다. 사업비는 32억5천만원으로 도와 부천시가 각각 절반씩 부담한다.

'부천역 북부광장~견우2로'까지 0.75㎞에 걸쳐 간판, 공공시설물, 조형물, 조명 등을 공공디자인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정비 대상 건물은 총 45동에 280개소의 업소가 밀집돼 있다.

지난 2월부터 디자인개발 용역에 착수, 현재 행정절차를 진행중이다. 현재 디자인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실시설계를 거쳐 내년 10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부천 만화특화거리는 시민들이 걷고 싶고, 머물고 싶고, 즐길 수 있는 거리로 새롭게 조성, 품격있는 도시 이미지 창출과 문화도시 부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