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송수은·이경진기자]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한가위가 다가왔다. 한국의 추석은 서늘한 기후에 풍성한 햇곡식과 햇과일로 술을 빚고 만들어 토란국에 오색 과일로 제사상을 차려 먼저 조상에게 천신, 차례를 올린다. 성묘를 마친 다음 술과 음식을 나누며 노래와 춤과 갖가지 놀이로 낮과 밤을 마음껏 흥겹게 보낸다.

추석의 놀이는 만월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고 먹고 마시고 놀면서 춤을 췄으며 줄다리기, 씨름, 강강술래 등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만월을 갈망하고 숭상하던 고대부터 이미 일년 중에서 가장 달이 밝은 한가위는 우리 민족 최대의 축제로 여겨지게 됐고 후대에 의식화돼 명절로 제정(制定), 오늘날까지 전승됐다. 추석의 전통 민속놀이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추석,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즐거운 추석을 보내는 한 방법이 될 듯하다.

■ 강강술래

팔월 한가위 놀이로 으뜸가는 놀이로서 가족간, 친지간, 친구간의 유대를 깊게 하기 위해 권장되는 민속놀이이다. 뜰이 있는 가정이나 유아교육기관의 넓은 공간에서 별다른 기구 없이 놀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손을 잡고 선창의 노래에 따라 '강강술래'라는 후렴을 합창하며 돌아가는 강강술래는 보름달이 밝게 떠오를수록 더욱 운치있고 서로 번갈아 손을 잡고 놀이하면서 단절되기 쉬운 가족 이웃간의 정을 느낄 수 있다.

■ 소놀이

추석 날 차례를 마치고 난뒤 알맞은 시간에 소놀이를 한다. 먼저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농악대가 풍물을 울리면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상쇠의 선도에 따라 한바탕 신나게 풍물을 울리며 어우러져 놀다가 소놀이가 시작된다. 두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그 위에 멍석을 뒤집어 씌우며 뒷사람은 큰 새끼줄로 꼬리를 달고, 앞사람은 막대기 두 개로 뿔을 만들어 소의 시늉을 한다. 소를 끌고 농악대와 마을 사람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부농 집이나 그 해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사람의 집으로 찾아간다.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으니 달라'고 외치면 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한다. 소를 앞세우고 일행이 앞마당으로 들어가 농악을 울리며 노래하고 춤추고 놀면 주인 집에서는 술과 떡과 찬을 차려 대접한다. 마을 사람들은 한참 놀다가 다시 소를 끌고 다른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여러 집을 찾아가 해가 질 때까지 어울려 논다. 소놀이를 할 때는 당년에 농사를 가장 잘 지은 집 머슴을 상머슴으로 뽑아 소등에 태우고 마을을 돌며 시위하는 경우도 있다. 농사를 천하의 대본으로 여겨 온 농경 민족에게 있어 풍작을 거두게 했다는 것은 큰 공이니 위로하고 포상하는 뜻에서 소에 태우는 영광을 주는 것이다. 한번 상머슴으로 뽑히면 다음해 머슴 새경을 정할 때 우대를 받게 된다.

■ 거북놀이

추석 또는 음력 정월대보름에 청소년들이 거북모양을 만들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노는 놀이다. 경기도와 충청남·북도, 강원도 지역 등에 분포돼 있으며, 광주와 예산지방에서는 음력 정월대보름에도 행한다. 정월대보름에 거북놀이를 할 때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 사람들의 놀이로서 먼저 길놀이를 위한 거북이 만들기를 한다. 거북이는 옥수숫대나 비슷한 재료를 사용해 앞뒤에 두 사람이 들어가서 거북이 형태를 만든다. 길놀이가 끝나면 거북을 뒤집어 쓴 사람과 거북을 끄는 사람이 마을 집집마다 복을 빌어준다.

찾아간 집 대문 앞에서는 수문장굿을, 마당에서는 우물굿(용왕굿), 마당굿을 한다. 굿을 하는 중간에 거북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주인은 먹을 것을 대접한다. 음식을 먹은 후에는 부엌과 대청에 가서도 각각 조왕굿과 성주굿을 쳐주고는 한바탕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다른 집으로 간다. 놀이의 순서는 다른 지방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천안지방에는 거북이 놀이의 노래가 전해진다. 거북이는 예로부터 십장생의 하나로 마을 사람들의 무병장수를 빌고 잡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

■ 비석치기

적당한 거리(2.5~3m)에 상대편의 비석돌(손바닥만한 납작한 돌)을 세워 놓고 자신의 비석으로 상대편의 비석을 맞혀 쓰러뜨리는 아이들의 놀이다. 서로 합의해 그어놓은 선상에 비석을 세워두면 상대편은 반대편 선상에서 서 있는 비석을 향하여 비석을 던진다. 비석을 던진 사람은 앙감질(한 발로만 뛰어 걷는 것)로 내딛어 자기 비석을 밟는다. 물러나서 비석을 집어 한 발을 든 채로 서서 비석을 맞혀 쓰러뜨린다. 다음은 거리를 멀게 던져 나아가 비석을 맞힌다. 만약 비석을 맞히지 못하거나 넘어지거나 한 발을 땅에 디디면 지게 된다.

■ 고누놀이(우물고누)

땅바닥이나 사방 30㎝쯤 되는 널판에 여러 가지 모양의 판을 그리고 돌·나뭇가지·풀잎 등을 말로 삼아 승부를 결정짓는 놀이다. 고누놀이는 말판의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고누판에서 말을 한 칸씩 움직여 상대편의 말을 다 잡아 먹거나 집을 다 차지하는 경우, 그리고 상대편의 말을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경우 이긴다.

■ 줄다리기

대보름날에 여러 사람들 혹은 마을 사람들이 양 편으로 나뉘어 줄을 잡아 당겨 승부를 내는 놀이로서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가 울리면 양 편은 서로 힘을 다하여 줄을 잡아당긴다. 줄다리기는 전체의 힘이 한데 모아져야 하기 때문에, 호흡을 맞추도록 편장이라 불리는 지휘자가 기를 휘두르며 지휘하며 이때 '줄다리기노래'를 부르거나 '영차영차'로 힘을 맞추기도 한다.

짧으면 하루, 길면 사흘에 걸쳐 승부가 끝나게 되면 줄은 승자의 소유가 되거나 승패와 관계없이 공동의 소유가 되기도 한다. 마을 입구의 액막이돌[防厄石] 또는 석간(石竿), 당산이나 신목(神木)에 감아두거나 썰어서 논에 거름으로 넣기도 한다. 혹은 줄을 태워 풍년을 기원하기도 한다. 줄다리기 놀이는 마을 단위 혹은 군 단위로 단결심과 멋을 기르던 놀이이다.

■ 산가지놀이

산가지는 숫자를 계산하는데 쓰려고 나무를 깎아 막대기 모양으로 만든 계산도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무로 만든 산가지가 없어도 성냥개비만 있으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성냥개비놀이라고도 부른다.

놀이의 순서는 먼저 산가지를 왼손에 한줌 쥐고 바닥에 세운 뒤 오른손으로 산가지 한 개를 집는다. 오른손에 쥔 산가지 끝으로 왼손의 산가지 가운데 하나를 눌러 세우고, 동시에 왼손을 놓아 나머지 산가지들이 흩어지도록 한다. 그리고 오른손 산가지로 이들을 하나씩 떼어내는데, 이때 다른 산가지들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왼손에 쥐었던 산가지들은 될수록 멀리, 그리고 뿔뿔이 흩어지게 만들어야 많은 가지를 얻는다.

▲산가지 놀이

■ 승경도놀이

승경도 놀이는 조선시대 양반층의 자제들이나 부녀자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실내놀이로, 지방에 따라 승정도, 종정도, 정경도 등으로 불리며 놀이 방법도 말판이 조금씩 다른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윷놀이와 비슷한 놀이로서 윤목을 교대로 굴려 나온 숫자에 따라 말을 놓는다. 문과와 무과 중의 하나를 선택하여 말을 놓는다. 먼저 문과를 택할 경우에는 참봉부터 시작하여 현령 등으로 점차 승진하고 판서, 영의정을 거쳐서 봉조하에 이르게 되며 무과는 포도대장, 결제사를 거쳐 도원수에 이르러 사퇴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승경도

■ 돈치기

투전놀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부터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치기 놀이는 일정한 거리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 동전을 던져 들어가면 따먹는 놀이다.

구멍 속에 들어가지 않은 동전들은 조그만 돌로 동전을 맞혀야 가져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돈을 구멍에 넣지 못했거나 구멍에 들어가지 않은 돈을 돌로 맞히지 못하면 벌금을 물게 할 수도 있다.


■ 자치기

길고 짧은 막대를 치며 노는 아이들의 민속놀이. 이칭으로는 '메뚜기치기' '오둑테기' 또는 '막대' '마때' 등이 있다. 자치기는 30~40대라면 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놀이로 막대기 두 개만 있으면 손쉽게 할 수 있다. 막대기 하나는 길게 다른 하나는 짧게 만든다. 공격과 수비를 정하고 땅에 구멍을 판다. 그 구멍 위에 짧은 막대를 가로로 놓거나 비스듬하게 꽂아 두고 긴 막대기로 이것을 쳐서 멀리 보낸다. 이렇게 쳐서 목표 지점까지 보내는 편이 이긴다.

■ 칠교놀이

칠교놀이는 7가지 조각을 가지고 동물, 식물, 건축물, 글자 등을 만드는 놀이다. 얇은 종이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다. 가로·세로 10㎝ 크기의 정사각형을 직각삼각형 큰 것 2개, 직각삼각형 중간 것 1개, 직각삼각형 작은 것 2개, 정사각형 1개, 평행사변형 1개로 7조각을 내서 이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면 된다. 칠교놀이를 통해 만들 수 있는 모양은 약 300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쌍륙놀이

장기와 윷놀이가 혼합된 민속 주사위 놀이다. 이 놀이를 위해서는 쌍륙판이라고 하는 놀이판이 있어야 한다. 이 쌍륙판에 흑백의 돌을 각각 15개씩 올려놓는다. 2개의 주사위를 죽통에 넣고 흔들어서 나온 수만큼 돌을 전진시킨다. 이렇게 해서 말이 먼저 나는 편이 이기게 된다.

▲ 쌍륙놀이

■ 돼지씨름

일반 씨름이나 팔씨름처럼 몸이나 팔을 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 쪼그리고 앉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엉덩이로 밀어 넘어뜨리는 씨름을 말한다. 경기하는 모습이 돼지가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해서 돼지씨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돼지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