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여섯번째 키커 장슬기의 강렬한 킥이 골대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 축구의 128년 역사상 FIFA가 주관하는 세계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확정짓는 감격적인 순간이 됐다.

지난 수요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4강전. 열세의 전력으로 관측된 수원은, 120분의 공방전 이후 펼쳐진 승부차기 끝에 제주를 물리치며 결승에 올랐다. 제주의 김은중과 네코가 똑같이 잔디를 차올리는 실수를 범하며 수원에게 행운이 따랐고 물론 5명 중 4명의 키커가 성공한 수원 선수들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11m의 러시안 룰렛'이라 불리기도 하는 승부차기는 사실 지켜보는 사람들 이상으로 선수들에게 가혹한 일이다.

실축에 대한 걱정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패한 쪽의 슬픔은 비할 바 없다. 태극소녀들에게 패하고 눈물을 흘리던 일본 선수들의 모습이 그랬고, 지난 2008년 5월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당시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자신이 우승을 결정할 수 있는 순간 비에 미끄러지며 허공으로 공을 날렸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수놓았던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의 마지막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다.

일반적으로 '비기는 경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스포츠가 축구다. 물론 리그에서는 무승부에 승점을 부여하며 최종적인 승점의 합으로 리그 순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FIFA U-17 여자월드컵의 결승전과 같은 월드컵이나 대륙선수권, 챔피언스리그의 본선, 수원과 제주의 경기와 같은 각국의 FA컵 등 토너먼트로 우승자를 고르는 경우는 반드시 승자를 가릴 필요성이 있다.

축구의 세계에 승부차기가 도입되기 전, 반드시 승자를 가려야 할 때 재경기와 동전던지기 등의 방법이 사용된 적이 있다. 그러나 재경기의 경우 체력의 문제에 더해 대회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과 예정된 대회 기간이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동전던지기는 스포츠의 정당한 경쟁을 오로지 운에 맡겨버리는 불합리성이 존재했다.

경기 안에서 반드시 승자를 결정하기 위한 방식으로 승부차기를 창안한 이는 다름 아닌 축구심판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심판인 칼 발트가 최초로 고안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지만 말레이시아의 심판 코르가 제안하였다는 설도 존재한다. 승부차기 제도는 1970년 FIFA와 UEFA에 의해 채택되어 축구 세계에 본격적으로 도입됐는데 이 배경에는 1968년 유럽선수권대회가 있다. 준결승에서 무승부로 인해 동전던지기로 결승에 진출한 이탈리아가 결승전에서도 무승부로 재경기를 벌여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효율적으로 승패를 결정짓는 방법으로서 승부차기가 도입됐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축구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