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김태성기자]"실천하는 봉사, 그것이 바로 참교육입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상에서 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교육자가 있다. 그는 인성교육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떠한 대가도 없지만 '실천하는 삶'을 강조하며 매주 우리 사회의 음지로 나선다. 자신의 벌이에서 정기적인 기부는 물론, 밥을 푸고 청소를 하며 불우한 이웃과 시간을 나눈다. 그러면서 "이것이 다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길"이라며 애써 겸손해하는 모습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경기도초등봉사활동교육연구회 회장이자 경기도교육자원봉사단체협의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노춘근(59·사진) 안성 죽산초등학교 교장은 봉사활동을 통한 인성 교육을 실현했다고 평가를 받는 몇 안되는 이 시대의 참스승이다. 공부에만 매달리는 아이들, 흉악해져가는 학교 사회속에서 그는 학습과 더불어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명품교육의 성공을 증명해 내 교육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 작은 베풂의 시작=교육을 통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1977년 교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며 인재를 키워내는 '엘리트 교사'로 손꼽혔다. 뛰어난 연구 수업으로 교육청 등으로부터 받은 상도 수십여개일 정도로 30여년동안 만능이자 일등교사로 꼽혔다.
방학이 돼도 그에게 쉴 틈은 없었다. 다양한 연수를 통해 하나라도 더 배워서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 교장의 이러한 열정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노 교장이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으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라는 교사 연수 과정을 이수한 직후부터다. 그는 "학교를 통해 조금씩 봉사활동을 펼치고는 있었지만 봉사활동 및 봉사교육을 학문적으로 접하고 나니, 이를 체계적으로 실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초등교사 봉사활동단체 '어울림'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봉사활동에 앞장서기 시작했으며 '경기도초등봉사활동 교육연구회'에서는 직접 회장을 맡아, 봉사학습을 학교교육 과정에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글교실, 이·미용, 무료 진료 봉사 등을 시작해 지금까지도 진행중이며, 매주 일요일에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무료 급식 활동도 벌이고 있다.
또한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목욕봉사 및 청소활동은 물론 학대아동 쉼터에서의 행사 및 한글·학습지도 도우미, 굿네이버스와 함께 한 네팔 등 해외 봉사활동, 새터민어린이 남한 가정 체험활동, 성신양로원, 생수사랑 복지시설, 아리실복지원 등 미인가 복지시설 봉사활동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 함께하는 봉사=노 교장의 봉사에는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그는 "봉사활동이 단순히 자신의 베품을 만족하는 일이 아닌 사회적으로 확대 재생산돼야 하는 필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며 "봉사를 학교 학습 활동에 병행시켜, 아이들과 학부모에게도 봉사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그의 봉사는 언제나 '함께하는 봉사'가 됐다. 봉사활동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하는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것. 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다문화 가정 지원 활동, 미인가 복지시설 봉사활동 등에서 노 교장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서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동료 교사들은 노 교장의 봉사활동의 뜻을 이해하고 학교와 지역을 넘어 진심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가 이러한 취지로 제안한 새터민 학생에 대한 '남한 가정체험행사'는 봉사활동계에서는 이제 바이블이 됐다. 탈북자의 자녀를 초청해 남한 가정 체험학습을 통해 평생 친구로 맺어줌으로써 그들의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이들의 친구가 된 남한 학생들에게도 한민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이제 수백명의 새로운 친구와 가족을 만들었다.
■ 봉사, 사랑의 시작=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 노동자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 화성시 정남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10살 소년 라삐는 지난 8월 어머니와 함께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던 라삐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6년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한국에서 힘겨운 삶을 살던 이 소년의 한국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라삐에게 한국이 따뜻한 나라임을 일깨워 준 사람이 있다. 바로 노춘근 교장이다. 노 교장은 이주 노동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통해 지난 2008년 라삐를 알게 됐다. 라삐의 불우한 처지를 알게 된 그는 직접 한글을 가르치고, 의료와 생활적 지원을 하면서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쌓았다. 이후 라삐가 한국을 떠날 때 가장 아쉬워했던 점은 바로 노 교장과의 이별이었다. 노 교장은 라삐가 떠날 당시 "지금의 헤어짐이 끝이 아니고 길의 끝에서 항상 길은 다시 시작된다"고 라삐를 위로했다. 라삐도 그런 노 교장의 마음을 헤아려서인지 "대학은 꼭 한국에서 다니겠다"고 약속한 후 귀국길에 올랐다.
라삐의 사연처럼 노 교장의 봉사활동에는 그의 진실함 속에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다.
양로원에서는 어르신들을 차로 모시고 나가 가을 바람을 함께 느끼며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른신들의 옛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봄철에는 봉숭아 물들이기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설 때에도 그는 절대 도움을 주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항상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을 같이하며 이웃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혹시나 봉사의 대상자가 마음에 상처를 입을까 걱정하는 그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 참교육을 위하여=노 교장은 바쁜 일상과 봉사활동 속에서도 마음속에 희망을 품으며 산다. 바로 새로운 봉사활동 기획과 봉사 교과서 집필이 그의 새로운 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초 안성 죽산초 교장으로 부임한 이후 학부모지도봉사단 '죽주어울림 가족봉사단'을 창단해 학교·학부모·학생이 삼위일체된 체계적인 봉사 시스템을 시험하고 실현하고 있다. 먼곳이 아닌 우리 이웃들이 지역내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직접 봉사활동 내용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봉사 프로그램은 벌써부터 지역사회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 또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봉사는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닌 쉽고 가까운 일임을 깨우쳐 주고 있다. 봉사의 내용도 간단하다. 아이들의 특기 적성프로그램을 활용, 지역내 어르신들에게 공연을 펼치고 이를 계기로 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병행한다. 학생들은 이같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공부 외에 '나누는 삶'이란 봉사의 참 의미를 깨닫게 하고 있다. 그는 틈틈이 봉사활동 교과서 집필도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봉사활동에 지침서가 될 봉사 교과서를 만들어 누구나 손쉽게 봉사라는 행위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향후 우리 교육계가 봉사에 더욱 열린마음으로 접근했을 때 이 교과서를 학교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가지고 있다.
노 교장은 "인재 육성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운 복지사회를 만들어 갈 인성 교육에도 교육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좀더 따뜻한 세상의 주인공이 우리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봉사활동과 봉사교육에 진력할 것"이라고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