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행·재정적인 지원을 통해 2005년부터 건강장수마을로 지정해 추진하고 있는 유촌리는 전체 343명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84명으로 대대로 건강하게 장수하는 분들이 많은 마을로 유명하다.
특히 연천군 미산면 유촌리 건강장수마을은 짚풀공예와 목공예로 널리 알려져 있고, 어르신들이 짚풀공방에 모여 새끼를 꼬아 맷방석과 짚신을 만들어 지역축제나 행사장에서 전시 판매해 짭짤한 농외소득과 건강하고 건전한 노후생활을 위한 시니어교육 프로그램으로 신바람 나는 실버인생을 살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보람이 있어. 소일거리로 하니까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고 힘이 안 들지. 짚풀공예가 많이 전파됐으면 좋겠어."
지난 18일 짚풀기능보유자 신효철(79)씨에게 건강한 삶을 여쭙고자 집을 방문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6년간 유촌리 노인회장을 맡고 얼마 전 퇴임하신 신 할아버지 집에는 짚풀공예를 만드는 취미공간이 따로 있었다. 어르신의 방안에는 수백점의 짚풀공예품이 있었고 각종 감사패와 상장이 가득했다.
"장수 비결이 무엇이냐"고 여쭸더니 신 할아버지는 "여기서 라디오를 틀고 짚풀을 만들면 6~7시간은 금방 가. 이렇게 취미생활을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으니 장수하는 것 아니겠어"라고 미소를 지으며 되물으셨다.
요즘 할아버지는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왕성한 동아리 활동은 물론이고 인근 초등학교와 타 시·군의 축제 행사에 짚풀공예 강사로 출강해 전통 전달자로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 할아버지는 "자연소재인 짚풀을 갖고 그냥 만드는 것이 좋아 시작했는데 여러 군데서 불러주니까 좋아. 기성세대에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주는 그야말로 일석이조 취미생활이야. 아이들이 좋아하면 그렇게 기쁘고 보람이 있어"라고 말했다.
이렇게 외부 행사에 작품도 출품하고, 체험전시장에서 짚풀공예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순수 우리 문화를 보여주는 데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노력한 결과 농촌진흥청장 주관의 상도 받고 경기도지사,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대통령상도 받았다.
아이들에게 가르침의 희열을 느끼고 있는 신 할아버지도 걱정은 있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짚풀공예를 전수해야 하지만 행·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전수자들이 없는 이유에서다.
신 할아버지는 "배우려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배우지는 못하는 것이 참 아쉬워.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는 창작 짚풀공예품 제작이 큰 메리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여쭤봤더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어. 자녀들이 건강하고 출세해서 잘되는 것이 다지"라며 "나는 뭐 죽을 때까지 짚풀공예에서 손을 놓지 않을 것이야"라고 말했다.
※ 인터뷰 / 짚풀기능 보유자 신효철씨
긍정 마인드가 장수 비결… 아이들 가르칠때 큰보람
79세의 신효철 어르신은 2005년 제1회 짚풀공예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각종 상장을 휩쓸고 있어 누가 뭐라 해도 짚풀공예의 전문가임이 틀림없는데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짚풀공예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전문강사를 마을로 초빙해 새로운 제작 방법을 배우고 있어 주위에 귀감이 되고 있다.
김용완(52) 마을이장은 "현재 우리 유촌리 마을은 짚풀공예 전수뿐만 아니라 어른을 공경하고 형제의 우애를 다지는 생활예절교육의 장을 마련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있다. 앞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달구지타기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장수마을 발전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유촌리 장수마을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농진청과 도농업기술원의 건강장수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나서부터다. 게이트볼장과 각종 운동기구를 만들어 농한기 동안 어르신들을 움직이게 해줬고, 작은 공방을 만들어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로 공예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들었다.
또한 매월 1번씩 마을회관에서 건강검진과 발마사지 교육을 하고 전통문화 계승과 다양한 사회 학습을 통한 농촌 노인의 건강하고 보람있는 노후생활을 위해 동작 익히기, 시니어 노래교실 등도 이어지고 있다.
심재경 전 이장은 "농진청과 농업기술원의 지원이 노인들이 건강을 유지하고 동네 화합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고 마을환경계획,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마을이 계획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돼 마을에 활력까지 가져다 주었다"고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유촌리 마을은 짚풀공예 체험 말고도 수려한 관광·문화재 등 볼거리도 제공한다.
김 이장은 "숭의전, 정발장군묘, 영원부원군묘 등 여러가지 문화재와 풍년에 감사하는 놀이인 '아미산울어리' 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역사적으로 볼때 유서깊은 마을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유촌마을의 체험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현장연구 지원뿐만 아니라 일손 돕기 및 농산물 구매, 농촌건강장수마을 활성화 등 다양한 협력을 통해 희망찬 푸른 농촌으로 발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