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김명래기자]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바지락 쌈장'을 개발해 파는 식당이 인천시 동구 만석동에 있다고 해 점심에 찾아갔다.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동일방직 공장 정문에서 출발하면 만석고가교 우측 옆길로 30m 정도를 걷다가 만석1차아파트 방향(어촌길)으로 우회전해야 한다. 여기서 1분 정도만 걸으면 왼편에 '가연'이란 식당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누가 이런 곳까지 밥을 먹으러 올까' 싶었지만, 식당 90여개 좌석은 점심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예외 없이 모두가 바지락 쌈장밥을 시켜 먹었다. 조, 수수, 콩, 은행, 밤, 고구마가 고루 들어 있는 돌솥밥이 나오고 계란찜, 된장국, 박대구이가 기본 반찬으로 상에 올랐다. 나머지 반찬(6찬)은 셀프다. 콩나물무침, 야채샐러드, 무채, 부침개, 멸치고추조림, 잡채를 원하는 만큼 접시에 덜었다. 이 모두가 1인분에 7천원이다.

식당 주인 박영선(56·여)씨는 1999년 친정 부모가 세를 놓았던 현재 자리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집안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잔치'란 뜻의 가연(家宴)은 작명소에서 지은 이름으로, 손님을 식구처럼 편하게 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황해도 옹진에서 전쟁통에 월남해 대부도에 정착한 어머니가 어렸을 때 종종 해 주던 음식이 바지락 쌈장밥의 시초다. 바지락에 고추장을 풀고 풋고추를 뚝뚝 잘라 냄비에 보글보글 끓여줬다고 한다. 박씨가 출장뷔페를 하던 시절, 황해도 연백 출신의 김창수 전 동구청장이 박씨의 바지락 쌈장밥을 먹고 메뉴 개발을 처음 권유했다. 식당을 개업하고 나서 2004년에는 특허청에 '박옥녀 바지락 쌈장'을 상표등록했다. 박옥녀는 박씨가 개명하기 전의 이름이다.

이날 가연 식당에서 만냥회(인중11회, 제고13회 동문) 회원들을 만났다. 8년 전부터 매주 화요일이면 회비 1만원씩을 걷어 가연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고 했다. 최덕홍(64) 만냥회 총무는 "1만원이면 바지락 쌈장밥에 소주·맥주 각 1병씩을 먹을 수 있다"며 "바지락 쌈장의 맛이 일품이다"고 말했다. 가연 식당은 지상파 방송3사의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 돌아가며 한 번씩 등장했다. '방송사 맛집 자랑 식당에 가면 실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예외도 있다는 사실을 가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식당 앞 도로에 노상주차장(150m)이 있으니 주차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문의:(032)763-3615, 773-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