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나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돌입한 가운데 미얀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뒤 최근 '비폭력 민주혁명' 노선을 천명함과 더불어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에 대한 미묘한 입장 변화를 시사하고 있고 미국 정부도 미얀마 군사정부와 협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 인터넷판에서 수치 여사가 그간 미얀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를 지지해 왔지만 연금에서 풀려난 뒤 최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미얀마 제재에 대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수치 여사는 "국민이 진정으로 미얀마에 대한 제재 조치가 종료되는 걸 원한다면 나로선 검토할 수 있는 문제"라며 "지금 '버마'(미얀마)는 도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수치 여사가 석방됨에 따라 미얀마 군사정부와 수주 안에 협상을 가질 계획이라고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이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미얀마 군사정부가 수치 여사를 어떻게 다루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면서 정책변화에는 미얀마의 여러 조치가 선행되야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미얀마 관계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미얀마산 상품의 수입 금지, 외국 기업의 미얀마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미얀마에 대한 제재에 참여한 나라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다.

   수치 여사의 입장 변화는 군사정권의 붕괴를 겨냥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정작 군사 정권보다 미얀마 일반 국민에게 더 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수치 여사가 지난 7년간 가택연금 상태에 있던 와중에 그녀가 이끄는 미얀마 야권 등 내부에선 제재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끊이지 않았다. 미얀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실제 효과를 보이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수치 여사가 미얀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 막후에서 즉각적인 행보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하지만 수치 여사가 현 군사정권과의 관계 설정 등에서 다소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수치 여사는 지난 15일 자신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본부에서 가진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엔 결국 민주화의 바람이 찾아올 것으로 확신하며 군부 통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비폭력 혁명'을 원한다"고 말했다.

   수치는 "군사 정권과 대화할 용의가 있으며 어떤 기회라도 잡을 것이다. 군사 정권이 붕괴되기 보다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해 군사 정권과의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통합' 정치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수치 여사의 측근 인사들은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상당 기간 미얀마 제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며 "실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제 보고서를 스스로 심층 분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